eavesdropping




나는 외출했을 때 상당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편이다. 원래도 목소리가 작은 편이지만 의식적으로 소리가 더 작아져서... 엄마가 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짜증을 내신 적도 있다.
일부러 소리를 더 낮추는 이유는...

외출해서 교통수단 타고 다닐 때,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옆에서 들리는"남 이야기"는 반드시 유치하거나 웃기기 때문이다. 맥락도 모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온 지도 모르고 ..앞뒤 다 자르고 듣는"남 이야기"는 대부분 허세스럽다.

예전에 교보문고 lonely planet 서가 앞에서 책 보고 있었을 때, 뒤에서
"아, 이 책! 러블리 플래닛! 이 책 좋지. 근데 왜 이 시리즈 중에 부탄이 없나 몰라"
"아잉, 오빠 그런 나라는 없는 경우가 많지"
이러는 커플이 나타나서, 내가 다 부끄러워서 자리를 비켰던 일이나...

방금 버스 타고 효령대군묘 앞을 지나오는 길에
"이거 무슨 '무덤'이라나봐...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는 게 지나갈 때마다 좋아. 강남은 그냥 도시 같잖아, 근데 여긴 서울 안 같지" 이러는 남자에게
"오빠가 연애를 하려면 왜 못 했겠어요."이러고 있는 남녀나...
(늘 지나가는 자기 동네라고 강조만 안 했어도 여기가 효령대군묘인지 모르는 거 이해했겠다...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길이 사당역부터 뱅뱅사거리까지 죽 이어지는"효령로"라는 큰 길인데.)

각자 멋진 삶을 살아온 착한 사람들일텐데... 배경을 알 수 없으니 잠깐 듣는 이야기는 그냥 웃긴다.
그래서 난 나를 아는 사람 말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남들은 내 얘기를 안 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목소리가 작아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