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대




댄 브라운의 소설 [Lost symbol]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옛날 사람들이 현대의 사람들을 보면 지금의 우리를 '신'이라고 생각할 거라고.
(사실 신이 뭐 별 거냐? 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


진짜로 그러할 것 같다.
수백년 전, 어떤 '왕'들의 사인은 그저 "맹장염"이었을 법도 하다.
수백년 전에는, 최고의 의사들에 둘러싸인 왕도 속수무책으로 복막까지 번진 맹장염을 고치지 못해 죽어갔을 것이다.
그러면서 신께 제사를 지내고 기원을 드리고 복통이 심한 왕의 쾌유를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겠지.

현대에 오면 맹장염 (충수염)은 2박 3일 안에 퇴원을 종용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 된다.
(요즘 많이 하는 복강경 방식이 아니고, 나는 스리랑카에서 개복 수술로 맹장을 떼어냈는데도 자신의 완벽한 수술 실력을 자랑하고픈 의사가 하루 만에 내 입원실에 와서 자꾸 퇴원하길 권했었다. "You can do anything what you want from now" ㅎㅎㅎ)

예전에는 아무리 빌고 제물을 바쳐도 안 되던, 극심한 복통이 이틀 안에 사라지게 하는 그냥 '신'이 이제는 우리 곁에 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버스 정류장에서 서서 "앞으로 251번 버스가 4분 23초 후에 이 정류장에 도착할 것이니라" 하면 아무도 안 믿었을 거다. '이 사람은 선지자인가?' 
하지만 요즘은 선지자가 아니어도 손안에 든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내가 탈 버스의 위치와 도착 시간을 알 수 있다. 내 눈앞에 없는 것의 위치도 알 수 있는 신적인 능력이 모든 인간에게 부여됐다.



한때 은행의 순번대기표와 "딩동" 호출소리도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었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차 안에서, 화장실 안에서
내가 갈 은행 지점에 현재 몇 명이 대기중인지도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대기번호표 미리 발행도 가능하다.


90년대로 돌아가서, 은행에 볼일 보러 가는 어머니께 
내가 집에서 "엄마, 지금 은행에 17명 대기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번호표를 발행해 드릴 테니 @@분 뒤에 가보면 딱 맞을 거예요" 한다면
니가 무슨 점쟁이냐, 신이냐?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옛날 사람들이 현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을 본다면 정말 신이 따로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전에는 탐험가들이 목숨 걸고 몇달간 배로 건너던 대서양 바다 건너기도 이젠 몇 시간 안에 이동 가능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도 얼굴 보며 매일매일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능력이라니....진짜 예전에는 신이나 가능한 일 아니었나. 

기도는 필요없고, 충전이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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