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기본은,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뭔가를 부탁받았는데 기분이 확 나빠졌다.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그 일을 하기 위해 수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탁한 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좋아하는 사람과 관련된 일은 다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다.


예전에 어린 운동 선수들 여러 명을 잠시 관리해야 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똑같은 덩치의 선수들이 많아서 아무도 구별할 수 없었지만, 며칠이 지나니 그 중에서 매일매일 유난히 인사를 잘 하고, 인사를 잊고 지나가면 다시 돌아와서라도 인사를 하고 가는 선수 한 명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ㅎㅎ 쟤를 귀여워해줘야지.'


선수들을 관리하는 일 중에 가장 귀찮은 일은 부상이 생겨서 병원에 같이 가는 일이었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환자 대기가 너무 길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기도 했다고 하고, 병원에 가 있는 동안에도 또 다른 일로 찾는 사람이 생겨 정신이 없고....
아무튼 내가 맡은 선수들은 병원에 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연습 시간에 갑자기 그 인사 잘 하는 '귀여운' 선수가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어딘가를 다친 것 같아보였다.

순간적으로 '안돼! 난 병원 안 갈 거야, 귀찮은 일 안 하고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다친 선수가 누구인지 보고 나니 '그래, 내가 너라면 병원에 같이 데리고 가줄 수 있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약한 부상이었는지 실제로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뭔가를 - 좋아하고 - 좋아하지 않고-는 행동의 의지를 가르는 큰 분기점이다.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나에게는 해주지 않았던 일, 나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 상대방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구나, 나를 좋아하지 않았었구나....를 새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차별을 두고 행동할 때가 많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괜찮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하면 짜증나는 행동이 된다.


마지 못해, 먹고 살려고,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들 외에,
모든 적극적인 행동의 바탕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그 대상이 되었을 때 행복하고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언젠가 그렇지 못했을 때의 서글픔도 느껴야 하는 게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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