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심히 '증오와 비웃음을 전파하는' 유튜브 채널을 끼고 설핏 잠에 드신 엄마를 보니,
결혼이라는 것이 무서운 이유는 '평생(=적어도 오랜 기간)'을 약속한다는 점, 상대방이 어디에 "꽂힐"지는 아무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는 게 새삼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평상시에 엄마와의 사이에 큰 문제는 없고, 이러나 저러나 우리 엄마는 항상 우리 엄마다.
하지만 뭐 30% 정도는 엄마의 삶의 지평을 넓혀 줄 지는 모르지만, 70% 정도는 영혼을 좀먹는 것 같은 헛소리와 편향된 시각, 험담으로 가득 찬 유튜브 채널들을 하루에 10시간씩 시청하고 계시는 것을 볼 때마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엄마가 그런 채널들을 시청하고 계실 때면 엄마 옆에 있기보다는 슬그머니 내 방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3년 전만 해도 우리 엄마는 열심히 인문학 강의 들으러 다니시고, 유튜브에서 클래식 곡 찾아 듣는 게 전부였는데, 언제 이렇게 정치 전사로 변하셨는지...
이런 상황은 정말 부부에게도 해당될 것 같다.
나랑 잘맞고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배우자가 몇 년 뒤엔 무엇에 "꽂혀"있을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다른 사람에게 새로이 반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나에게 반해, 내가 그 사람에 반해 결혼했듯이, 다른 사람에게 또다시 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조차도.
요즘 한국을 흔들고 있는 흉흉한 사건 사례를 봐도 그렇고....
전남편을 토막살해한 부인이지만 주위 사람 누구도 그 여자가 그 정도로 흉폭함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몇몇 사례를 가지고, 인간 전체에 대한 공포로 확대할 필요는 없지만
사람은 모두 제각각의 윤리 잣대와 선호도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 그리고 인생의 어느 순간 무엇에 사로잡히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하다 못해, 십여 년 전 새벽에 티비보다 우연히 나달을 응원하게 되는 순간이 나에게 찾아오듯이)이 "장기적 인간 관계 계약"에 대한 두려움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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