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떤 규칙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게 지키고 있는 내 방식이 있는데 
친구와 약속을 했다가, 친구의 사정으로 약속이 깨지게 되면 그 다음 약속은 반드시 그 친구가 먼저 연락 와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맞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기 때문에 나만의 고유의 법칙은 아니다.

무슨 자존심(?)인지, 규칙(?)인지, 아무튼 다시는 이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게 약간 아쉽더라도 절대 내가 먼저 다시 연락하지 않는다. 그쪽도 다시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나와의 만남이 아쉽지 않아서겠지.



굉장히 절친했었고, 맘을 많이 나누던 친구가 이상하게 연락이 뜸해졌다. 내가 사는 동네와 그 친구의 친정이 가까웠던 관계로 어느날 동네 스타벅스에서 몇 년 만에 마주쳤고, 의외로 그녀는 "야, 연락 좀 하고 살어"라는 투정섞인 말을 했다. 마지막 연락을 했던 것도 나였고, 본인도 나에게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

워낙 가까웠던 친구였기에 반가운 마음에 곧 약속을 잡았고, 만나서 식당을 어딜 갈까도 다 정해 놓았다. 그런데 약속 며칠 전에 그녀가 연락와서 바쁜 일이 생겨 만남을 미루자고 했었고, 그 뒤로 다시 연락은 없다. 물론 나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약속을 깬 그녀가 먼저 연락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그렇게 또 한참 시간이 흘렀다.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서로 실수한 것도 없고 저절로 멀어지는 관계.... 그냥 인연이 다한 것인가 보다.



다른 이유로 좀 아쉬운(?) 경우는 최고 유명인의 아내가 된 대학 후배 ㅎㅎㅎ
우리 과는 신입생이 들어오면 조편성을 해서 조별로 후배들을 챙겼고, 그 조 안에서 "짝동생"이라는 제도도 운영했다. 특별히 한 명과 짝을 맺어 점심도 같이 먹고 선배가 특별히 챙겨주는 제도. 

내 짝동생이었던 그녀는 졸업 몇년 뒤 준연예인 비슷한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그 직업을 갖기 전, 우연히 코엑스몰에서 마주친 게 기억난다. 그때도 서로 많이 반가웠지만...그뒤로 딱히 서로 연락할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몇년 뒤, 내 지인이 공인 비스름한 그녀와 뒷풀이를 할 일이 있어서 얘기를 하다 보니 내 이름이 나왔다고 했다. 그녀는 거의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반가워하며 본인 전화번호를 내 지인에게 알려주었다고 했다. 연락을 바란다면서. 
나도 반가운 마음에 연락해서 밤 10시 약속을 잡았다. 내가 퇴근 시간이 매우 늦은 일을 하고 있었어서.... 그래도 어차피 서로의 근무 지역이 같았다. 만남을 앞둔 날 그녀의 전화가 왔다. "언니, 약속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그날은 만나기 힘들겠어. 나 다음날 녹화도 있구...피곤할 것 같아. 다시 날잡자." 

물론 그것을 끝으로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당연히 나도 하지 않았고.
그러다가 또 몇 년 뒤, 그녀는 매우 매우 유명한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ㅎㅎㅎㅎ 그래서 가끔, 그때 내가 그냥 다시 연락하고 만나서 꾸준히 친하게 지냈다면 어땠을까...하고 생각은 해본다.
하지만 뭐 아주 크게 후회하진 않는다. 어차피 그녀와의 인연도 거기까지 였던 듯 하다. 지금은 경제적 격차가 너무 나서라도 친하게 지내기 힘들 듯 하다😉. 그녀의 남편이 수십억씩 버는 사람이라...🤑



최근의 경우는 나를 아주 잘 따르는 동생의 경우인데, 역시 날을 다 잡고 그녀의 사정으로 약속이 결렬되었다.
항상 모든 약속을 내가 정하는 대로 그 동생이 따르며 내가 모든 걸 결정했던 선례를 생각하면, 내가 다시 연락을 해야 약속이 잡히겠지만.... 현재 서로 소셜 미디어 왕래만 하면서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고 있다. 그 친구는 보고 싶으니 빨리 만나자는 말만 하고 있고 시간을 정하진 않는다.

전에 약속을 잡으면서 그녀에게 줄 선물을 하나 사놓았었고, 그 물건의 유효기간이 임박하고 있는데도 내가 다시 날 잡을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걸 보면....'약속을 깬 상대방이 날을 다시 잡아야 한다'라는 내 방침을 너무 따르고 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내가 이 인연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는 건지....(사실 굉장히 의미가 큰 소중한 인연이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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