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살기?




4년 전에 제주도 다녀오는 길에, 비행기 이륙 전부터 뒷자리 아이가 자꾸 내 좌석을 발로 차고 있었다.
조금 참았다가 계속 되면 주의를 주려고 했는데, 그 아이는 뭐가 잘못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고
이러다 비행기가 이륙하면 한동안은 좌석 벨트를 풀 수가 없으니 이렇게 계속 자리에 앉은 채로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보면서 아이에게 좌석을 발로 차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자 아이 엄마도 아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 그렇게 하면 안돼. 그렇게 하면 앞에 아줌마 불편해."

@.@

나는 너무 당황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가 평생 처음으로 '아줌마'라고 지칭을 당한 순간이었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나이에 도달하기는 했으나, 처음 들으니 충격.

얼마 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는데, 그 친구는 그 뒤의 아이 엄마가 '일부러' 아줌마라는 단어를 썼을 거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나는 그냥 설마 그럴까 했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에서 여자랑 기싸움할 때 "아줌마, 할머니"라는 단어는 필살기에 가깝다는 글을 보았다.
특히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에게 아줌마라고 부른다거나, 중년 여성을 할머니라고 부르면 그 뒤부터 그 소리를 들은 상대방이 이성을 상실해 허둥댄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군대만 다녀와도 20대부터 군인'아저씨'라는 호칭을 듣는 데에 익숙해져 상대적으로 '아저씨'라고 불러도 충격이 작은데, 그에 비해 여자는 충격을 많이 받는다는 거였다.

어흑. 그러고 보니, 나도 "아줌마" 한 방에 충격을 먹어 곰곰 생각에 빠졌었다. '내가 그 정도로 보이나?'
내가 정말 아줌마로 보여서 그 단어를 쓴 거라면 할 말은 없지만, 뒤 여자분이 뭔가 뼈를 담아 쓴 말이라면 목적은 달성하셨네 :) 내가 KO 당한 느낌이었으니.

보통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남의 자식에게 지적을 하면 "왜 우리 애 기죽이고 그래욧!"이라는 반격이 돌아온다던데, 그거 대신에 나는 '아줌마'로 한 방을 맞은 걸까.


생각해보면 몇 분간 계속 내 등에 충격이 올 정도로 애가 계속 앞좌석을 발로 차고 있었는데, 그걸 제지하지 않고 있던 어머니였으니 '우리 애는 뭘해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었을지도.... 🙍🏻

또한 나 역시 호칭에 너무나 예민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한국말은 '별 거 아닌' 호칭에 너무 민감해하고, 꼭 뭔가 존칭이나 직함을 붙여야 하고... 이런 게 너무 귀찮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나도 아줌마라는 호칭에 발끈하는 사람이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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