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던 시절



2008.10.16 15:17 

열등생은 어떻게....??



2학년 역사 수업이 끝나고 스님 학생 한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역사 수업은 어려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이 잘 따라왔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시조까지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스리랑카어로 단어 뜻을 옮겨 적은 handout도 만들어갔다.)


솔직히 2학년 클래스에서 꼴찌임이 명백한 이 스님은 뭐라고 중얼중얼
한국어도 아닌, 싱할리즈도 아닌, 영어도 아닌 말들을 하였고,
결국 요지는"수업이 어렵다. 하나도 모르겠다"였다.
자신과 단짝이었던 스님 한 분이 한국어가 어려워 불교철학 쪽으로 전공을 변경했기 때문에
자신은 친구가 없다는 거였다.


보통 이 곳 학생들은 두서너 명이 붙어 앉아서, 자기들끼지 토의(?)를 통해 수업 내용을 좀 더 파악하는 식이다.
친구가 없는 자신은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건가?
진작 말할 것이지, 왜 학기 중반에 와서 handout 9장을 내려놓으면서 왠지 보충 수업을 요구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지...
처음에는 솔직히 기가 막혔다.
사실 성인 시기 이후의 외국어 습득은 수업 시간에 한 시간 앉아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집에 가서 본인이 철저한 예-복습을 해야 가능한 것인데... 다른 노력을 안 하면서, 외국어를 남들만큼 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 빤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2학년인데, 자기가 한국어가 안 되는 거지..... 내가 못 가르쳤다는 건가? 난 이번이 첫 학기인데?

(나도 대학 3학년 때  "영어발달사"라는, 학생들이 대부분 수업을 거의 못 따라가는 강의를 들은 적 있었지만, 교수를 찾아가서 '수업이 너무 어려우니 나만 추가로 더 가르쳐달라' 라고 주장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스스로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뿐....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반쯤 이해하고 중간/기말고사를 봤는데, 지레 포기한 학생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저조한 점수로 A-를 받는 (상대평가라서) 기적을 보기는 했다.)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스님. 다른 학생도 다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다 따라오는데..."
"??????????"

2학년인데도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스님...


하지만 결국 내 잘못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좀 더 천천히, 충분하게 가르쳤어야 했나?

그렇다고 다 알아듣는 학생이 있는데 열등생을 중심으로 수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못 따라오는 학생이 있는데 버려두고 갈 수도 없고....
아유....
어떡해...
이번 학기는 정말 초난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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