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굉장히 오래 전
어떤 일의 결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고
그게 인생관을 바꿨다.

돌이켜 보면,
요즘 내가 사는 모습은
그날 이후로 많은 걸 내려놓은 모습 아닌가 한다.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기를 그렇게 살았다.


오늘도 밤새 뒤척이다가
그런 걸 지금 나이에 겪었으면 '에이, 인생이 다 그렇지 뭐.'
하고 그냥 지나갔을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많은 걸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아서 이제 '어차피 다 상관없다'는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인생의 초기에는 '인생이 다 그렇다'는 걸 몰랐었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알게 된다는 건 알지만, 조금만 더 그 시기가 늦게 왔더라면.


너무 이른 시기에, 나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인생의 이상한 면을 너무 많이 알아서 애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본다.
정말 괴로운 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장밋빛인 줄 알았던 인생이 흙빛으로 변하는 순간,
이것은 이 세상에 이 아이를 내어놓은 부모도 절대 막아주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랑 자녀라고 해도 각자 다른 인간이기에, 장밋빛/흙빛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내 아이가 지금 흙빛 세상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모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삶이라는 게 너무 슬펐다.

보통 '인사이드 아웃'을 이런 방향으로 보지는 않던데,
나와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한 학번 아래 가수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 영화에 대해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놀란 적이 있다.
500명 짜리 대형학부라서 학교에서 딱히 마주친 기억은 없지만, 같은 전공이라 비슷한 걸 떠올린 건지...
우리 학부는 무조건 이중전공을 하게 되어있었는데, 그 가수는 나처럼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조금만이라도 더 대응능력, 적응능력이 있었을 때
인생에 가시밭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또한 내가 가는 길만 길이 아니고
수많은 우회로가 있고, 지름길이 있고, 고가도로가 있어서
나와 다른 방법으로도 목적지에 도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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