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겼을 때라 어린 나이는 아니긴 했지만
먼 이국땅에서 예상치 못한 개복수술을 한 적이 있다. 가족도 모르게.
그저 충수염 수술이었기에 실려들어 간 건 아니고
내 힘으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머리에 부직포망을 쓰고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 앞까지 갔다.
내가 믿는 종교는 없지만
수술실 앞까지 따라온 몇몇 동생들이 기도를 해줬다.
그러면서 저 언니는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수술실에 들어가는지 신기했다고 나중에 말해줬다.
사실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 나라의 의술 수준을 믿지 않을 나라의 병원 수술실에 나홀로.
난 수술실 앞에선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그냥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