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감정 ambivalence
인문학부에 들어가면 다들 영문과를 지망하게 된다.
그냥 남들이 제일 알아주는 과라서??
1학년 때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결국 2학년이 되어 전공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수강한 "현대영소설"수업.
고등학교보다 더한 주입식 강의를 하시는 🙃 노년의 교수님을 만나, 철저히 필기를 하며 얇은 소설 두 권을 읽었다. 그 교수님이 철저히 가르쳐 주셨기에 여전히 기억하는 단어. ambivalence.
최근에 한 영국 배우가 저 단어를 발음하는 것을 듣고, '헉, 저 단어가 저렇게 발음하는 거였던가..'하고 놀라긴 했지만(bi에 강세가 있었다...), 20년 넘게 잊혀지지 않는 단어.
그냥 내 양가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옛날 이야기까지 끌어왔다.
관심을 끌려고 소셜 미디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뭔가 꾸준히 '토로'하고 싶어서 '마이너' 미디어를 찾아다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묘한 양가감정이 있다.
뭔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댓글 많이 달아주는 '이웃'을 맺기 위해서는 네이버 블로그가 좋지만, 그만큼 너무 많은 사람이 들락거려서 공신력이 좀 하락한 네이버 블로그 대신에 싸이월드 블로그를 하던 나. 싸이월드 블로그가 날라간 뒤, 결국 네이버로 가야 하나...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조용한 구글 블로그에 둥지를 틀었다. 그 결과 정말 일기장이 되어버렸다.
한국 친구들이 모두 인스터그램으로 이동했지만, 조용히 페이스북에만 남은 나. 페이스북만 하다가는 한국 친구들의 소식은 도통 알 수가 없지만, 그렇게 알 수가 없어서 더 편할 때도 있다.
혼자 일기장을 쓰기엔...또 뭔가 너무 공허해서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어느 정도 무서운 일이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트위터를 맘 편하게 하고 있었는데, 요즘 적어도 두어 명 정도가 내 트윗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뭔가 맘껏 쓰기가 어려워졌다. 요상하게 의식을 하게 된다. 내가 댓글 한 번 달기만 하면 당장 친구가 될, 얼굴 모를 '트친'들이 몇몇 보이는데 쉽게 쓰여지는 트위터 특성상 흑역사가 어딘가 남을까봐 누구와도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트윗에 댓글을 달고 싶을 때도 많다.
'혼자 하는 트위터'에서 최근에 내 트위터의 어떤 사진이 수천 회 조회가 되고, 10여 번 리트윗이 되고 나니, 그것 또한 나름의 재미가 되긴 했다.
이 블로그도 여태껏 그 누구의 반응도 없어서 좀 섭섭하지만, 막상 또 드러난 독자가 있다고 생각하면...느낌은 또 달라진다.
묘한 양가감정.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누가 좀 알아봐줬으면 좋겠고.
그래도, 내가 정상인인가 아닌가 내가 이상한가 바보인가 고민될 때는, 누군가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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