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좀 봐줘.




개인적으로 남의 관심을 받아야만 잘 나갈 수 있는 직업군 - 연예인, 정치가 등 - 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타인이 운동선수이긴 한데, 사실 넓은 의미로는 프로 스포츠 선수도 이런 직종에 포함된다.

교수, 연구원 등등 굳이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아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도 방송 욕심을 내거나 정치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남앞에 나서는 게 궁극의 목표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크게 보면 연예인과 정치인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멋진 이미지로 포장되어 쇼를 하다가, 사고를 치고 사라져가는 존재....
한국은 묘하게 정치인에 더 관대해서 비슷한 사고를 쳐도 정치인은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의문이긴 하지만. 

상황 파악 못 하고, 멍청하고 아부하는 무리에 휩쓸려 있다가, 잘못을 저지르고 사라져가는 여러 정권들을 보니...그냥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은 '남앞에 서고는 싶지만 데뷔는 할 수 없었던 못생긴 연예인'들일 뿐인데 그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 비하 표현이 나에게도 좀 거슬리긴 하지만... 연예인 데뷔에 사실 외모가 굉장히 중요한 요건이므로 그냥 쓰겠다)

나는 정치가들에게 지적인 면모나 사려깊음, 도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남앞에 서고 싶은 병에 걸린 여러 형태중 하나일 뿐.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예의에 연연하는 것, 사진 한 장 남기고 가는 정치인, 의전..이런 것들인데 이런 것은 정말 앞으로도 안 사라질 것 같다.

'국민의 종'이 되어야 하는데, 나랏님, 나랏일 하시는 분 -- 이라는 이상한 우대 사항 때문에 사람들이 그 앞에서 설설 기게 되어서 정치인들이 점점 현실과 멀어져 간다. 그리고 그들끼리 쇼를 하고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진짜 괜찮은 사람들은 남앞에 서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 다 빠진 뒤, 남은 "관심병자"들이 정치인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다워지기 어렵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면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세상을 바꿔보지 그래?"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괜찮은 사람들도 남 앞에 서는 순간 다들 이상해진다. 눈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정치가가 구원할 수 있는 세상이란 없다.

게다가,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자기 욕심이 우선이다. 단체가 어그러져 돌아가면 대표자를 욕하기 쉽지만 사실 대표자 바뀌어도 그 단체는 엉망으로 돌아갈 것이다. 구성원이 모두 이기적이고 자기가 우선이기 때문에.

지난 십수년간 정권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나라 꼴이 이게 뭐냐?" 할 때마다 사람들은 대표자 욕을 해왔지만, 사실 대표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 사람들은 그냥 남앞에 서고 싶었던 사람들일 뿐이지,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에. 

"나라 꼴이 이 모양"인 이유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각각의 "나"이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잘못만 보고 본인에게는 관대하므로
늘 하는 '남탓'을 할 욕받이로서의 대표자나 연예인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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