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잠을 쉽게 못 이루는 것이나 다른 여러 사항을 보면 엄청 예민한 것 같으면서도
둔한 면이 있다.
둔한 면이 있다.
냄새에 예민한 것 치고는 공기 나쁜 것은 잘 못 느끼는 편인데, 그래서 미세먼지 심한 날도 마스크없이 잘 돌아다니곤 한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소화 반응이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약간 상하려고 하는 경계선의 음식이나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게 되면 보통 간단한(?) 설사 후에 치유된다. 복통이 심하거나 그런 적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돼지고기인데, 삼겹살 같은 것을 구워먹을 때 빨리 먹으려다가 🤤 좀 덜 익은 돼지 비계 부분을 먹게 되면 곧바로 화장실행이다. ㅎㅎ
이렇게 대부분 속에 안 좋은 음식은 아래로 배출되며 해결을 보는데, 딱 한 번 토한 적이 있었다. 바로 상한 갈비탕을 먹었을 때였는데, 미련하게 그걸 왜 한 그릇이나 다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때는 여름이었고, 여름 상온에 그냥 국을 놔두면 상한다는 것도 잘 모르던 둔한 시절이었다. 여름에는 재빨리 냉장고에 넣거나 종종 가열을 해둬야 한다는 상식도 없던.
엄마는 갈비탕 한 냄비를 놔둔 채 외출하셨고, 나는 그걸 아무 생각없이 퍼담고 밥을 말아 한 그릇 먹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평소에 잘 바르던 바디로션을 바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그 향기가 역했다. 으윽 무슨 일이지?? 그러면서 몸이 노곤노곤 힘이 없어지다가 갑자기 속에서 뭔가 올라올 것 같았다.
으으웩--
거실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화장실 안에 있는 모든 세제의 향기가 극대화되면서 코를 자극해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용을 자주 하지 않아서 세제류가 적게 놓여 있는 안방 화장실로 달려가 몸안의 것을 게워냈다. 그리고 힘이 없어져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서 회복 시간을 가짐.
시간이 흘러 원기 회복이 됐고, 더 이상 냄새가 막 자극하지는 않았다. '오와.... 이거 사람들이 입덧할 때 모든 냄새들이 다 극대화되어 느껴져서 아무 것도 못한다더니 이게 바로 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임신 기간에 주방 세제 냄새가 역해서 도저히 부엌에 접근을 못해서 부엌일을 안 하고 지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했었는데, 그때부터는 무슨 소리인지 알 것 같았다. 신기한 체험. 정말 늘 들어가던 화장실에 딱 들어가는 순간 모든 비누, 샴푸 냄새가 강렬하게 다가와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약간 상해가는 상태의 음식을 모르고 먹으면 보통 설사 한 번 하고 마는데, 유일하게 도로 역행해 올라왔던 그 음식. 입덧 대리 체험까지 하게 해주면서...그것만은 왜 그랬지??
상해도 너무 상해서 그랬던 건가?
아니 근데 어찌 그걸 모르고 한 그릇을 다 먹었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