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8 16:23
2006년 3월 20일 오후.
3월 19일 아침에 jfk공항에서 헤어진 순영이와 나는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는다면 나리타 공항 terminal 1에서 만나기로 했다.
3월 19일 아침에 jfk공항에서 헤어진 순영이와 나는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는다면 나리타 공항 terminal 1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탈 서울행 비행기는 terminal 2에서 출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도쿄에 예정 시각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두리번 두리번 순영이가 탈 서울행 비행기의 탑승구 번호를 찾으며 terminal 1을 헤매기 시작했다.
계속 고개를 쳐들고 탑승구 번호판을 읽으며 걷던 어느 순간,
발에 뭔가가 턱 하고 걸리면서 넘어질 뻔 했다. 무빙 워크였다.
본의 아니게(?) 올라선 무빙워크에서 넘어지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계속 걸었지만
아무리 걸어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고장이 났나?'
무빙워크 입구에서 넘어질 뻔 한 것을 쪽팔리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진정 창피하게 느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옆 무빙워크에 탄 사람들이 곧 알게 해주었다.
그들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옆칸(?) 무빙 워크 사람들과는 마주보고 서로 지나쳐가야 정상)
그랬다. 나는 무빙워크에 역방향으로 올라탄 것이었다.
설상가상, 나와 같은 무빙워크에 탄 사람이 건너편에서 걸어온다.
무지 당황해서 상황 판단이 안 되었다. 조금이라도 판단이 빨랐다면
뒤로 돌아서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타고 가서 내려섰으면 될 일이지만,
나는 쪽팔림을 감수하며 의연하게 끝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거꾸로 무빙 워크'의 끝부분에 가자, 난관에 봉착했다.
아무리 무빙워크에서 내려서려 해도,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다.
(이 상황은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임--;;;;)
결국 나는 끝부분에서 폴짝 뛰어서 평지에 내려섰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근처에는 대부분 무료하게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뿐이었으므로,
나는 아마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했을 것이다.
오늘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생각난 것은,
지금의 내가 역방향 무빙 워크에 올라탔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남들은 제 방향 꺼 타고 잘 가고 있는데
나는 괜히 엉뚱한 방향을 타고 낑낑대면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하지만...
비록 역방향 무빙워크를 타긴 했지만
결국 내가 가고자 했던 곳에 갔듯이
지금 나도
언젠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폴짝 뛰어내려
내 땅을 딛고 설 것이라 믿는다.
Non, je ne regrette rien.
비록 역방향 무빙워크를 타긴 했지만
결국 내가 가고자 했던 곳에 갔듯이
지금 나도
언젠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에서 폴짝 뛰어내려
내 땅을 딛고 설 것이라 믿는다.
Non, je ne regrette rien.
사실 나 아직도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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