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과목에 비해 유난히 수학을 못하는 우등생(??)이었다. 나는 언어/사회 계열 과목에 어느 정도 강점이 있었고, 다른 우등생들은 대충 공부한다던 과목인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한문, 가정, 가사까지 대부분 만점을 받아서 내신 성적이 전체적으로 좋은 학생이었지만 ... 수학 점수만은 처참했다.
당시 만점 80점으로 절대평가를 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모의고사에서 나는 시험이 어려운 달이든, 쉬운 달이든 늘 40점대를 맞곤 했는데, 그래도 다른 영역에서 점수를 커버해서 반 1등 정도는 늘 유지했다.
내가 대학 입시 시절 본 수능은 이른바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수능으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데, 난 이 수능에서 역시 수리영역 40점대를 받았다. 다른 학생들은 평소보다 수학 점수가 폭락한데 비해서,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40점대 현상 유지를 해서 그냥 평소와 비슷한 총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하던 대학 진학에는 실패했는데, 아무리 다들 못봤다고 해도 내 수리 점수는 너무 낮았던 게 그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당시 수험장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1교시 언어영역 때는 약간 긴장했던 것 같기도 하고
2교시는 수리영역은 정말 어려웠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어차피 한정되어 있어서 (모의고사 때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훑어보고 나니 시간이 남았다. 그다음부터는 찍기의 시작.
내 실력엔 당연히 공식을 세워 제대로 풀 수 없었던 '경우의 수' 한 문제에 대해서 소위 '맨투맨 방식'이라고 하던.... 무조건 모든 수를 다 투입해서 '노동집약적'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일에 도전했다.
아마 2,3,4점으로 배점된 시험 문제들 중에서 3점 짜리 주관식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모든 수를 다 집어넣어서 무식하게 풀어본 결과 나온 답이 "23"이었다. 그래서 난 그대로 주관식 답안지에 23을 적어내고 말았다.
저녁에 채점을 하니,
정답은 24였다.
이런 바보... 아무리 수학을 못한다고 해도 그렇지,
4×3×2×1 = 같은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경우의 수' 문제의 답이 23이 될 수가 있나? ㅠㅠ
기껏 모든 수를 다 투입해서 멍청하게 풀어본 결과 23이라는 수가 나왔으면... "아, 23은 근사치인 것이고 답은 24인 거로구나." 하고 머리를 더 굴렸어야 하는데... ㅠ.ㅠ 23을 그대로 적어내다니...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 3점은 상당히 소중한 3점이었다. 특히 내가 지원했다 떨어진 학과는 수학/영어 점수에 추가로 가중치를 곱해서 입시에 반영했었기 때문에...
가끔 인생의 "가지 못한 길"을 생각해 볼 때
경우의 수 문제에 수십분간 시험지 빈 귀퉁이에 모든 숫자를 써서 일일이 다 대입해보곤, '23'이라는 답을 적어내던 그 멍청함이 안타까워지곤 한다.
물론, 3점 더 얻었다고 대학에 붙었을지는 장담할 순 없지만.
게다가...3점이 올라도, 내 수리영역 점수는 여전히 40점대다ㅋㅋㅋ.🤪🤣
(역시 기억의 조작인지...나중에 당시 문제지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주관식 답이 24인 문제는 없었다. 대신 정답이 72인데, 내가 70을 적어낸 문제는 있었다. 아마 그때 '내가 일일이 대입해서 풀어봐서 70이 나왔더라도 4의 배수인 72 정도로 답을 바꿔서 적었을 걸...'이런 식으로 후회했던 게 24라고 기억에 잘못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그 문제는 3점도 아닌 실제는 4점짜리 ㅎㅎ 어차피 고난도라 못 맞혔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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