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갑자기 방광염 증세가 시작되어 약간 고생했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에 한번 호되게 고생해봤더니, 이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어 막 두려워하진 않게 되었지만, 하필이면 토요일 밤에 갑자기 증세가 심해지니 미칠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 해도 계속 화장실 가고픈 생각만 나고, 내가 너무 예민한가 싶어서 더 괴로워지고....
뜬금없이 발병하여(스트레스라는 요인이 있긴 하지만) 단시간에 사람 괴롭게 만드는 것 치고는 항생제 몇 알로 쉽게 낫는 병이라는 걸 알기에, 항생제 처방만 해줄 동네 의원을 찾기로 했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동네의원 정보를 찾느라 일요일 새벽을 다 보냈다.
생각보다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365일 영업하는 동네 의원들이 생각보다 여기저기에 많았다. 요즘 40대 은퇴가 희망사항이라던데 40대 은퇴를 위한 노력인지, 병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환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인지,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는 자발적 일요 근무의 세계.
세상에. 그중에는 심지어 의사 한 명이 365일 일하는 곳도 있었다.👀 다른 곳처럼 의사 두세명이 돌아가가면서 주말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다녀온 뒤, 어찌저찌해서 이제 증상은 나아졌지만
약이 제대로 듣기 전에 수십 차례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면서 가장 간절했던 것은 내 방에 화장실이 딸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집은 큰 평형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방에서 화장실이 제일 멀다. 안방에는 따로 딸린 화장실이 있는데도 심지어 거실 화장실 문과 가장 가까운 곳이 안방이라🥺 내가 들락거릴 때마다 누군가 잠에서 깰까 신경쓰인다. (안방 사용자만 화장실 2개 접근권이 좋은 우리집 구조😭)
내 방은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면서
집밖에만 나가면 요상하게 결벽증에 걸려 잠을 못 이루던 내가
어느새 호텔 탐방을 즐기게 되고, 호텔방을 편하게 느끼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화장실"임을 새삼 또 자각한 기회였다.
사실상 공중화장실에 가까운, 여러 사람의 흔적이 남은 곳이라...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 호텔 숙박할 때 '벤잘코늄염화물액'이 들었다는 손세정제로 화장실 몇몇 곳을 박박 닦고 나서야 이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만 이용하는, 내 침대에서 가까운 화장실/욕실이 있다는 게 엄청난 안정감을 준다는 걸 알았다.
일요일 새벽
계속 한쪽으로만 생각이 집중되어 괴로워서 몸을 뒤틀면서도, 집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 호텔방에 있었으면 덜 괴로웠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집밖에서는 잠을 못자서 밤을 꼬박 새고 돌아오던,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네.....
미국 집 소개를 보면 항상 침실보다 욕실이 더 많은 게 의아했었는데.... 사람 수대로 화장실이 있다는 건, 개인 공간 존중과 더불어 왠지 심리적 안정에도 꽤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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