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길고양이답지 않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고양이를 만났는데,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어서 미안했던 이후로...
고양이 말린 간식 작은 것을 사놨는데(비닐 포장에 든), 그것을 가지고 나가면 고양이를 못 만나고 그걸 안 가지고 나가면 고양이를 만나는 일의 연속이었다. 😑
오늘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지고 나간 가방에 고양이 간식이 들어있었는데 마.침.내. 고양이 한 마리를 딱 마주쳤다.
이 고양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에게 다가왔는데, 사실 간식을 줘도 먹기는 하는데 약간 시큰둥했다. 길고양이 중에 모르는 사람이 준 간식을 그 사람 앞에서 먹는 고양이도 드문데 (+사진 찍힐 시간까지 허용하는) 이 고양이는 사실 간식보다 사람 손길이 그리운 고양이 같았다. 살짝 손내밀면 그대로 쓰다듬을 허용할 것 같은... 하지만 나는 '내 고양이' 말고는 또 막 만지지는 못해서 그냥 간식만 던져주고 왔다.
그 다음에도 신기하게 고양이 3마리를 추가로 더 만날 수 있었다. 다들 경계를 풀지 않다가 내가 그 자리를 떠나면 다가와서 간식을 먹곤 했다. 진짜 위의 사진 속 고양이가 인간 친화형 고양이. 귀를 보니 중성화수술을 마친 고양이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미 사람 손에 한 번 잡혔다가 방생되었음에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간식을 가지고 다녀도 사실상 길고양이 마주치기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우고 난 뒤, 오늘 만난 4마리에게 모든 간식을 다 처분하고 왔다. 벌써 반년 이상 가지고 다녔던 건데 오래 지날수록 더 맛없어지지 않을까 해서. ( 참치 간식이라고 되어있긴 한데 그렇게 고양이가 환장하면서 먹진 않았다.)
그나마 이 간식을 가장 잘 먹었던 검은 고양이에게 제일 조금 준 것 같아서 아쉽네.
길고양이에 간식 주는 걸 싫어하는 근처 주민도 많아서 사실 고양이 간식을 던져줄 때마다 조심스럽다. 근처 집주인 만났다가 잔소리 들을까봐. (이들은 고양이가 밤에 내는 소음 등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본인 집에서 기르지도 못하면서 남의 집 근처에 먹을 것만 던져놓고 가는 소위 '캣맘'들을 증오한다고 한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도 재빨리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내가 자리를 비켜주면 간식을 먹고 있는 애들을 멀리서 보면 흐뭇하다. 안 먹으면 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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