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질꼼질, 버리긴 버려야 하는데....
코로나에 걸리면 그 환자 자택도 방역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코로나에 걸릴까봐 무서운 것보다 누군가가 내 방에 들어온다는 게 가장 걱정이었을 정도로 😬 잡동사니가 많고 지저분한 방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던 침대를 버리고, 바닥과 매트리스 사이에 공간이 있는 침대를 새로 구입하니, 수납할 공간이 조금 더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지저분하긴 마찬가지인데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인 거 같다.
오랫동안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존재조차 잘 느끼지 있던 양초가 눈에 들어왔다.
블랙 앤 화이트의 통일된 인테리어 제품을 팔던 스리랑카 가게에서 종종 샀던 주사위 모양 양초.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 거기 있구나. 새 거라 포장이 되어 있어서 잘 안 보이지만, 가운데에 심지 있는 양초 맞음.🕯
랑카에서 혼자 너무 큰집에 살게 되어, 결국엔 밤에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저 초를 켜놓고 잠들었던 게 기억난다. 양초가 건강에 안 좋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내 침실도 워낙 컸으니 침대에서 멀찍이 창가 바닥에다 켜두었고 열대 지방의 집은 애초에 창문 외에도 벽에 구멍이 많아서 환기도 문제 없었다. 바닥도 타일 바닥인 집이었다.
2층에 나 혼자 살 거면서 너무 큰 그 집을 선택한 이유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판사라서, 경찰이 24시간 상주하며 그 집을 지키고 있어서였다. (그분이 이 글을 볼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집은 크긴 한데, 그 가족이 살던 1층 공간은 너무 더러워서 깜놀 🤪 한국식으로 서초동 법원 근처 서래마을 우아한 대리석 깔린 대저택...법조인 집이라고 해서 내가 그런 데에 살았다고 상상하면 안됨)
아마 이 집은 세컨드 하우스여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 가족은 나의 입주 한 달 만에, 늙은 개 부부 두 마리를 세입자인 나에게 맡겨두고 수도 콜롬보로 이사가버렸다. 경찰 경호도 사라졌다.😢
나는 엄청 넓고 구멍도 많은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지고 말았다.
그래서 촛불도 켜놓고 자고, 침대 위엔 항상 코이카에서 나눠주는 최루액(?!) 스프레이가 올려져 있었다 ㅎㅎ. 사실 그걸 뿌린다고 해서 침입자를 제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 양초를 보니, 갑자기 그 무서운 밤들이 떠올라서...ㅎㅎ
결국은 적응을 하고 어찌 어찌 불도 끄고 잠들긴 했지만, 지금 다시 하라면 못 할 거 같다. 대문이 있긴 하나 사실상 닫히지 않는 그 큰 집에 혼자 어찌 살았지??? 🤷♀️
참, 그리고 그 집주인 아주머니는 얼마 전에 대법관(!)이 되셨다. 몇년 전에 다시 연락이 되어 집주인 아저씨와 페북 친구이기도 한데, 그집 가족들이 나에게 랑카에 다시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었다.
나, 다시 방문하면 스리랑카 대법관 만나볼 수 있는 건가? 🤔 (집 지저분하게 사셨던 건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