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바꾸고, 책상을 바꾸고
방 안 가구들의 배치를 이리저리 바꾼 끝에 서랍통 하나가 우두커니 남았다.
자주 열어보던 맨 첫 칸 외에는 사실상 쓰레기들로 가득한데(남들 눈에는 진짜 쓰레기)
몇 년 동안 들여다보지도 않던 것들인데도 막상 버리려 하면 다 소중하다.
이젠 어디 가서 남부럽지 않을 정도 나이가 되었기에
(어릴 땐 분명히 중년 여성이라고 생각했을 나이에 내가 도달하다니...)
생각보다 가지가지 경험들이 남아있었다.
오랜 만에 일기장을 열었더니
학과 교류전에서 단 하루 보고... 그 뒤로 "나우누리" 채팅을 하던 게 전부였던 다른 학교 후배가 군 입대 전날 안부 연락이 왔다고 써 있었다.
그 정도로 친했었나?!?!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그런 기록들도 참 소중하다.
저 서랍통을 반드시 비워서 방 밖으로 끌어내리라 생각중이지만
매우 요상한 추억들이 담겨 있어서 또 못 버리겠다.
서태지와 아이들, 신성우, 심지어 허재(!)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책받침도 발견했다. 내가 이들의 팬이었던 것은 아니고, 판촉용으로 학교 앞에서 나눠주던 그 책받침들 ㅎㅎㅎ
피식 웃음이 났다.
지갑 속에 돈도 들어있는데 이걸 어떻게 버리지? 😝🤑🤗
미니멀리스트는 대체 어떻게 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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