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는 중학교 입학한 뒤
학교 수업 외에 전혀 다른 곳에서 배워본 적 없고
오직 자습으로만 익힌 영어라서 늘 많은 한계를 발견하곤 한다.
내가 영어를 잘 할 거라는 편견(?!)들이 있어서 고생하는데,
그것 때문에 영어로 하는 작은 행사 진행을 두 번 맡은 적이 있다.
여러 실수들이 기억나지만
지금 하나 떠오르는 것은 "다음 발표자는 누구누구입니다" 하고 소개할 때 "next presenter..." 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
한국인들이 많이 하는 실수라고 하는데,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이 프리젠터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리젠터는 시상식 같은 데에서 상을 주러 나오는 사람 같은 거고, 발표자는 next speaker ... 면 된다고 한다.
다행히 그 행사에 영어권 화자보다는 중국어권 화자가 더 많아서 그들도 똑같이 아시아식으로 영어를 받아들인다면 이상하게 생각 안 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발표자 소개를 여러 번 했다는 생각에 많이 부끄럽다.
반대로, 나중에 내가 쓴 게 맞아서 안도한 영어 표현도 있다.
어린 시절을 영어권 국가에서 보낸 친구의 소셜미디어 답글에다가 내가 어떤 드라마 얘기를 하면서 "왜 그 두 남녀는 let's give it a shot 안 해보고 서로 그냥 물러난 걸까?" 이런 식으로 쓴 적이 있었다.
그 친구의 반응이 미적지근해서 그 뒤로 한참 동안 '그런 용례가 아닌데 내가 잘못 썼나? 한국어를 어설프게 배운 외국인이 한국어 잘 쓰는 척 하려고 숙어/속담 같은 거 괜히 많이 쓰면 오히려 우스워보이듯이, 나도 그랬을까?' 하고 한참 고민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프렌즈 클립을 하나 보게 되었다.
아, 남녀 사이에 우리 한 번 시작해보자, 사귀어보자 할 때 이 표현을 쓸 수도 있는 게 맞구나... 하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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