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짐더미 속에서 이런 (필름)사진을 발견할 때마다 새삼 사진이란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여행하면서 사진 많이 찍는 것을 싫어하고
사진보다 내 머리 속에 여행지를 담아오고 싶다는 내 생각은 어쩌면 오만.
이 사진이 없었으면 이 순간을 어찌 기억했을까.
톈진-베이징을 30여 분만에 오고 가는 고속철이 생기기 전
두어 시간 짜리 베이징 가는 열차는 중간에 테이블을 놓고 마주 보는 좌석 형태라서 건너편 사람들과 무척 어색했다. 그리고 중국어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를 위해 톈진역까지 같이 와서 기꺼이 기차표를 사주고 가신 조선족 선생님도 기억난다.
돌아오던 길에는 영어를 하는 중국 남자를 마주쳐, 중국 거주 사상 가장 긴 영어 대화를 하면서 왔던 기억도 나고... 당시에는 다양한 억양을 가진 외국인들을 만나보지 못했던 때라서, handshake를 '핸-식' 정도로 발음하는 그 사람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했던 기억 등등. 사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외국어를 할 때 모국어와는 다른 톤이나 몸짓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때 동행했던 사람이 내가 한국어할 때보다 영어할 때 더 듣기 좋다는 식으로 말해줬던 게 기억난다. 그 이후로는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지만 😜 그때 처음으로 내가 영어 쓸 때 약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카메라도 안 가지고 외국에 살러 가서, 사진 한 장 안 남을 뻔 했지만 이렇게 내 인생의 한 순간을 남겨주신 김정미 선생님께도 감사. 비록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이고, 다시 연락이 닿을 연결점도 없는 인연이 되었지만....
이 사진과 함께 발견된 다른 여러 사진들을 보며, 사진 속 내가 참 어려보이고 표정이 밝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이렇게 "저 때가 좋았지" 할 나이가 되었구나.
그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최근 생각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요즘 자꾸 중국이 그리운 이유는,
중국, 하면 나의 20대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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