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 + 혼자만의 싸움😉





나이 들면서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병 도져서(??) 아직도 후회하는 일.

사람들은 "누가 볼까봐"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못하는 일이 많은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타인에 관심이 별로 없고 아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좀 더 편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도 어릴 땐 나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는데도 혼자 쭈뼛쭈뼛 행동을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 나이들수록 그런 혼자만의 싸움에서 벗어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일이 하나 있다.

2014년에 런던 갈 때의 일이다.
유럽에서 교통량 최고의 공항으로 손꼽히는 히스로 공항에서는, 수많은 비행기가 공항에 제때에 착륙하지 못하고 런던 상공을 몇 바퀴씩 도는 일도 흔하다.

내가 탄 비행기도 런던 상공을 선회 비행하고 있었기에 나의 첫 유럽 여행에... 늘 사진으로만 보던 모든 런던의 명소를 흔치 않은 bird-eye view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윔블던 관람이 목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혹시 윔블던 보다가 런던 시내 관광을 못해도 지금 여기서 다 봤으니 상관없겠다 생각했을 정도.

너무나 동화같던 (30대 중반에 유럽행이 처음이었음) 그 창밖 창면에 사진을 너무 찍고 싶었지만, 거기서 요상한 혼자만의 자격지심(?)이 시작됐다.
옆자리 사람은 나에게 관심도 없고 말 한 번 걸지 않은, 10여시간 내내 아무 상호작용도 없던 사람인데.... 괜히 그 사람을 의식하면서 '이 사람에게 이런 걸 사진으로 계속 찍는 촌스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이런 알 수 없는 혼자만의 싸움.

그래서 결국 카메라를 꺼내들지 못했고, 비행기는 비가 흩뿌리는 히스로에 그대로 착륙했다.


참내..
시간이 흘러도, 내가 그때 혼자 뭔생각을 했던 건지 모르겠다. 사진 몇 장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
언젠가 다시 런던을 갈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런던 시내 중심부 - 빅벤과 국회의사당 등등이 바로 내 눈 아래에서 보이던 -를 관통하는 항로로 착륙할 일이 다시 있을런지도 모르겠고.... 아쉽기만 하다. 


3년 뒤 엄마가 런던 가실 때 항로 추적해보니까, 완전 시내 외곽에서 두 바퀴 돌면서 시간을 보낸 다음에 런던 북쪽 항로를 이용해서 착륙하던데.🛬


나는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항로를 타게 되는 행운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할 텐데 혼자 의식하면서 내 행동에 제약을 가했던 일...
지나고 보면 참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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