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니와 함께 주말에 송도에 다녀왔었는데
홀리데이인 송도는 19층에 프론트데스크가 위치해있고, 모든 방은 그보다 아래층에 있다.
하루를 보낸 16층 방에서 나와서 체크아웃 하러 가면서 다른 가족들 왔다갔다 할 필요없이 나만 19층 올라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오면 될 것 같아서, 가족들에겐 아래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눌러주고 나는 19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체크아웃을 마치고 1층에 내려와보니,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
급작스레 한파가 찾아온 주말 오후인데, 설마 호텔 밖으로 나갔나?!?! 밖에 나가봐도 가족들이 없어서 전화를 해보니 19층에 구경왔다는 거였다. 🙆 흠...그저 프론트 데스크와 식당이 있을 뿐인데...왜 거기에?? 나와는 서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간이 엇갈린 모양.
가족들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서울행 버스를 타려하니 눈앞에서 놓쳤다.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호텔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송도는 계획 신도시라, 도로를 널찍널찍 10차선 이상으로 만든 곳이 많아서 횡단보도 두 번에 나눠 건너야할 정도이다 보니 신호 대기 시간 지체가 상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배차 간격 20분 짜리 서울행 버스는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가족 중의 막내인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속으로만 '아니 왜 1층에 있으라고 했는데 19층으로 올라온 거야? ㅜㅜ' 계속 되풀이했을 뿐.
아마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면 난리난리 났겠지. 난 막내니까 나에겐 마구 말할 수 있으니...
나중에 들어보니, 1층에 내려 가긴 했는데 아무 시설이 없고 소파 한 개 덩그러니 있는 게 별로여서 19층으로 다시 올라왔다는 거였다. 아마도 그 시점에 나는 이미 체크아웃을 끝내고 내려가고 있었을 것이고.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가족과 같이 19층에 올라가서 같이 체크아웃을 하고 내려왔으면 딱 알맞게 서울행 버스를 타고 기분 좋게 돌아왔을 텐데, 바닷가 송도의 찬바람을 맞으며 다음 버스를 20분 기다렸다 ㅜㅜ
나름의 가족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게 배려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간소한 1층 대기 공간보다는 그래도 호텔이 신경 써서 꾸며놓은 로비가 더 좋은 사람이었던 거다.
참...모든 일은... 내 예상대로 되질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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