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낯설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블로그를 보면 "결혼식장 찾아보기, 미리 둘러보기" 대신에 "웨딩 베뉴 투어"라는 말이 나온다. 영어권에선 쓰지 않는, 정체 불명의 일본어인 '버진 로드'라는 단어와 함께.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되어있어야, 뭔가 서양스러워야 더 세련됐다고 여기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에서 창가를 배경으로 좋은 기분을 나타내고 싶을 때 찍는 사진도 늘 와인잔과 함께 한다. 아무리 국밥이 맛있어도 뚝배기 한 사발과 함께 한 사진은 애매하니까.




요즘 아파트 대단지 앞에도 " 입    구 " 라는 말 대신에 "E N T R A N C E"라고 써놓아야 하고, 광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영자 신문이나 영어책을 놓아야하는 것 등등... 이상하게 모든 일상에 영어가 침투했다.



내년 다이어리를 사러 서점에 갔다.
(다이어리도 영어지만 지칭하는 사물 자체가 '일기장' '일지'와는 다른 종류인 듯. 영어 사용을 줄이고 싶다고 해서 "구글 전자편지 확인해보세요"라고는 하지 않는 것과 비슷) 
늘 보던 이런저런 제품들 중에서 매우 튀는 한 제품을 발견했다.




왜 이렇게 어색하지? 




내부를 펼쳐보니 더 어색하다.
그동안 대부분 예쁘장한 다이어리는 January, MON TUE WED... 이렇게 되어있었으니까.

나조차도 영어에만 더 익숙해져 있었던 거다.
한국 사람인데 한글 다이어리가 더 어색하다니 ㅎㅎ
이 어색함을 타파하고자 이 다이어리를 샀다.

반전은...
모든 것이 다 한글로 써져 있는
이 다이어리를 펼치면 첫 장은 이렇다.




회사 이름은 차마 한글로 쓸 수 없었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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