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운다고 치웠는데 나에게는 여전히 열어보지 않은 박스가 또 있다.📦
안방에도 일정 부분 있었던 내 짐을 몇달 전에 모두 내 방으로 옮기면서 초등학교 1학년 그림일기부터 시작해서 학창 시절 일기장을 모두 가져왔다. 학창 시절 일기장은 사실 학교의 강요로 쓰게 되는 것(20세기). 그리고 대학 졸업 무렵부터 "자발적으로" 써왔던 '21세기' 다이어리들은 모두 모아서 한 상자에 넣어놨다.
오늘, 봄에 안방에서 내 방으로 끌고 온 뒤 한참을 열어보지 않았던 박스를 드디어 정리하려고 해보니 역시 벼라별 게 다 나온다. 심지어 중학교 졸업앨범비 납부 영수증까지 있다. 21,000원. 생각보다 비싸네.
그리고 규칙적으로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다이어리를 하나씩 구입해서 쓴 게 아니라, 몇년에 걸쳐 대충 끄적댔던 연도 없는 다이어리들은 여기저기 또 나온다. 몇년간 존재조차 몰랐던....
물론 나의 사후에 가장 먼저 태워버리라고 유언을 남겨야 할 🤭 수준의 것들이지만 어쨌든 버리질 못하겠다.
서랍장 한구석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초딩 시절 일기장들은 물론이고...대체 부끄러워서 어차피 내가 사는 동안 다시 읽어 볼 엄두도 안 나는데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하겠고. 이건 또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머리 속 도돌이표다.
어차피 민망해서 읽어보지 못하겠다 ➡️ 자리만 차지하니 버리자 ➡️ 그래도 수년간의 기록인데 놔두자 ➡️ 그런데 아무리 집에 있어도 어차피 읽어볼 용기는 안 난다. ➡️ 그렇다면 맘먹고 그냥 버리면 어차피 나중엔 미련도 사라지고 깔끔해진다 ➡️ 그래도 언젠가 읽어볼 용기가 날 지도 모르고 언젠가 내가 위인(?)이 되면 ㅋㅋㅋ 이게 역사적 사료이다 ➡️ 이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되니 버리자 ➡️ 못 버리겠다 ➡️ 그런데 몇년간 존재조차 모르던 것들인데 버린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 그래도 안돼.
🤔
## 위 글을 쓴 지 세 시간만에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이 시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을 위해 모아두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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