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상자를 정리하다 보니 대학교때 과제했던 것들도 몇 개 나왔다. 그걸 뒤적이며 오랜 만에 대학 전공 두 개 모두 일치하는 친구랑 1시간 동안 카톡으로 즐겁게 추억 얘기를 했다.
성적 망친 얘기도 했었는데, 나중에 확인차 내 대학교 성적을 찾아보니.. 난 상상 이상으로 공부를 더 못했더라. C-가 한 개 있는 줄 알았는데, 두 개나 있어... C⁰도 아니고 C-의 의미는 "성취도는 못봐줄 수준이지만 출석은 다 했으니 그 성의는 가상히 여긴다" 이 정도 아닌가?😔 A가 하나도 없는 학기도 있고.
재수강도 했었다는 친구와 달리, 나는 학교 다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겨우겨우 다니고 있었던 터라 C가 많은 성적표를 가지고 그대로 재수강없이 졸업했다. (나는 우리 반 60여 명 중에서 휴학/연장 없이 4년 만에 졸업한 단 3명 중 한 명이었다.)
흠... 그런데 어제 카톡 나눈 친구도 그렇고 내가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교 친구들은 모두 다 우등생들이었다. 성적표에 B가 있으면 큰일나는 수준의 그런 우등생들. 그리고 나와는 다르게 다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또는 한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교수가 됐다. 인기 많은 좋은 직장에 입사하거나.
어쩌다 어정쩡한 나에게 이런 우등생 친구들이?!?!
생각해 보니, 내가 대학교를 우울하게 다니면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큰 범주로는 모범생 범주에 들어갔기 때문인 듯 하다. 공부나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큰 일탈을 할 담력은 없고, 학교는 그냥 조용히 다니다 보니 "우리 반(학부제로 입학해서 반에 속해 있었다)"에서는 그냥 나를 모범생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조용히 학교 다니는 차분한 친구들끼리 모이게 되는...
내 외모에 대한 평가의 주류는 '교회 다니고 술 안 마시게 생긴 누나' 이런 거 였는데, 사실 나는 정확히 반대로 교회는 안 다니고 술만 마시는 인생을 살았지만 🍻😵 지금도 '날라리'끼는 없으니 어차피 반에서 노는 무리에 속하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대학 동창들은 모두 대단한 우등생 친구들인 것도 신기하다.
물론 성적이나 다른 사회적 면모를 보면 당최 "유유상종"이네... 라고 말하기 어려운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따스하고 인생에서 좋은 말 많이 해주는 친구들이 대학 친구들인 거 보면 그래도 또 비슷한 점이 있어서 친구였구나 싶다. 처음에 60여 명으로 출발했던 같은 반에서 이제 한 자리 수로 남은 대학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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