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람은 어떻게 사나요?



참신함으로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는 광고계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지겹게 반복되는 류의 광고가 있다.
자동차, 의류, 음료... 분야는 뭐 가리지 않는다.

"나? 나답게 살거야"
"다른 목소리 듣지마. 나답게 사는 거라구!"

바로 이런 류의 광고.

나답게 산다는 게 뭐가 그리 판에 박혀 있는지... 다들 뭔가 삐딱한 표정에 머리는 염색하거나 특이하게 꾸민 청년들이 나와서 세상이 우습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나답게 하는 거야!"

그런 광고를 보면 이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휴 식상해.
그런데 잊을만하면 또 그런 광고가 나온다.
"그래, 가는 거야, 너답게"

예전 유명했던 한국 드라마 클리셰 시리즈가 떠오를 지경이다.

재벌 2세남 사귀는 걸 반대하는 남자 부모에게 돈봉투를 받은 여자: 나 이 돈 받을 거야. 받고 사라질 거야!
재벌 2세남: 대체 너 왜 이래? 너답지 않게?!
여자: 나답다는 게 대체 뭔데? 이게 나야.


그래서, 광고 속에 계속 나오는 나답다는 게 뭔데?
광고 속 나답게 산다는 사람들은 왜 다들 그리 활달하고 개척정신이 뛰어나고 튀어보이는지 모르겠다. 그 모습조차 광고 속에서는 틀에 갇힌 모습으로 나온다.

기본적으로 약간 우울하고, 조용하고, 사람 사이에 섞이고 싶지 않은 게 나다운 것인 사람들은, '사회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되는 걸까.

사회적으로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은 더 인정을 받고, 내성적이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고쳐야 할 성격'을 가졌다는 취급을 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타고 나길 활달한 사람들이 있듯이, 그 반대의 성격도 그만큼 존재할 텐데 조용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비주류인 느낌이다. 좀 억울한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이 진취적이어야 하나?

나답게 사는 걸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태 수도 없이 "나답게 사는 거야!"라는 광고가 제작되고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냥 덜 나서는 성격도, 조용히 시류에 쓸려가고픈 성격도 '당신다운' 거라며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죽어라 열정적일 필요는 없고 뭔가를 이루어낼 필요도 없다. 
열정이 없는 것이 나다운 것인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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