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겨울에 강남구청역 일부 구역, 압구정역 일부 구역의 카페/음식점 등을 다니며 전체 조사 알바를 한 일이 있었다.
거의 수백곳을 방문한 것 같은데, 그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아서 "다음에도 와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곳이 다 문을 닫아서 의외다. 매상을 올려주지 않는, (솔직히 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신원이 의심스러운🤷♀️방문자임에도 친절을 베풀었던 곳들 + 내부 디자인이 괜찮았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서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야지... 했는데 모두 사라진 게 신기하다.
가장 먼저 없어진 곳은 르퓌제라는 카페로, 작은 2층 규모에 내부 디자인이 아늑하고 좋았다. 그래서 안그래도 '친구랑 다시 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를 카페 직원이 건물 밖까지 나와서 다시 붙잡고 '커피 한 잔 하시고 가라'고 했다. 오후에 카페인 음료는 안 마신다고 사양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친절함에 기분은 좋았다.
알바가 끝나고 얼마 뒤 실제로 방문했는데 제일 먼저 사라진 곳이었다. 🤯 그대로 영업했으면 압구정역 갈 때마다 방문하는 카페가 되었을 텐데 자리가 좀 외진 것이 문제였나...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그다음은 강남구청역 파티세리인데, 무뚝뚝해보이는 업주였지만 있는 줄도 몰랐던 지하층까지 데려가 보여주는 등 조사에 매우 협조적이었다. 친화력 좋은 멍뭉이 두 마리까지 있어서 꼭 다시 방문하고 싶었고 실제로 다음해 여름에 후배와 다시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처음에 조사할 때도 영업 시간이 매우 짧고, 굉장히 넓은 공간을 비워 놓고 탄력적으로 쓰고 있어서 '카페가 생업이 아니고 부업이구나'라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실제로도 그리 영업이 급하지는 않은 곳이었던 듯. 조사 시간 내내 호기심에 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들이 궁금해 다시 가고 깊은 곳이었는데 아쉽다. 심지어 인터넷 지도에 가게 이름 오타가 있어서 내가 왜 제대로 못본 건지 안타까웠는데, 업주는 그걸 고칠 수 있지만 이제 뭐 만나서 얘기해 줄 수도 없으니...
나머지 한 곳은 재방문에는 성공했지만 문을 닫은 곳으로 솥밥을 주로 하는 집이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온 친구가 '이 일본식 반찬을 서울에서 하는 데가 있는 줄 몰랐다' 라면서 좋아했던 곳인데, 여기 역시 정갈한 메뉴 덕에 '다음에도 압구정에서 사람 만날 일 있으면 여기로 와야겠다'라고 결심했지만 어느새 문을 닫고 말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One by one 🕳 only the good die young..."
Queen의 <No one but you> 중에서.
☆ 부수적으로, 압구정역 근처 일부 구역-강남구청역 근처 일부 구역 내 모든 카페와 식당, 병원 등등의 주인장과 직원 간호사 의사 등의 기본 태도와 '싸가지'를 다 기억하고 있다. 돈을 내는 고객에 대한 가식 친절이 사라진 뒤의,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기본 태도.
수많은 가게가 바뀌긴 했지만... 궁금한 가게가 있다면 개인적 문의를 ㅎㅎㅎ 갑자기 기억났는데, 어떤 소아정신과 간호사의 불쾌한 응대는 기억에 남는다. 정신적으로 뭔가 힘든 아이들을 데리고 아픈 마음으로 부모들이 찾아오는 곳일 텐데, 접수 간호사가 그 모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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