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국에서 8개월간 살았지만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고 사실상 물건을 사는 일 외에는 중국인을 만날 일도 없었다. 뭐 LA에 살다온 영어 못하는 한국인을 생각하면 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택시 타고 집에 올 때 "우회전, 좌회전, 다왔어요, 세워주세요" 뿐이었다. 

지금 아주아주 초급 수준으로 읽고 쓰고 이해하는 중국어는 모두 중국에서 귀국한 뒤 ebs를 들으며 혼자 자습한 것이 기반이 된 것이다. 그 뒤로 7년이 지나 대학원 다닐 때 과에서 지원을 해줘서 학교 어학원에 3학기 다닐 수 있었는데 그때 제대로 실력을 늘리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중국어로 검색하거나 번역기에 입력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발음을 키보드에 영어로(pinyin 拼音) 써넣어야 하는데 이걸 다 외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쉬운 한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긴 한데, 얼마 전 左를 검색해보려다 충격에 빠졌다. 내가 중국에서 최고로 많이 사용한 그 단어, 좌회전의 좌-의 병음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도 제대로 배운 게 아니고 거의 귀동냥 수준으로 들어서 하던 거라... 좌회전, 우회전의 발음은 대충 이렇게 했었다. 조과이, 요과이.

난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zou zhou 등을 쳐봤는데 발음이 비슷하면 zo...zh...까지만 쳐도 추천 한자가 키보드 창에 주르륵 뜨게 되어 있는데 절대 左가 나오지 않았다. 중국어에 jou...이런 병음은 없었던 것 같고... 대체 그동안 나는 左를 뭘로 알고 발음해온 걸까. 충격. 다른 단어라면 몰라도 절대 충격이 아닐 텐데 내가 중국에서 사용한 단 몇 개의 단어 左拐 右拐 到了 停车 중 하나이기에 놀라움이 컸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guai 拐는 '유괴하다'할 때의 그 '괴'지만 중국에서는 '방향을 돌리다' 뜻으로 많이 쓴다. 

그리고 결국 알아낸 左의 병음은 zuõ였다.
허허.
그동안 뭘 한 거야.

평생을 틀리게 발음해왔지만, 외국인이 타면 택시 기사도 찰떡같이 알아들었겠지. 한국 택시에서 외국인이 "자헤전" "엔촉" 이라고 발음해도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좌회전, 왼쪽이라고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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