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까지는 아파트 뒤편 놀이터에 거의 매일 갔었는데
이제 날도 추워지고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따르던 고양이도 사라지고, 발걸음이 뜸해졌다.
내가 바란 것은 결국 상호작용이었던 건지...
내가 갖다주는 음식보다 쓰다듬 한 번 더 받으려고 너무나 열심히 쫓아오던 (사진에서 뒤쪽) 고양이가 사라진 뒤, 뭔가 마음이 허전해서 잘 안 가게 된다.
다른 검정냥 한 마리는 처음 본 날부터 너무 초초 적극적으로 들러붙어서, 그런 행동은 정말 매력이 없구나 ... 하는 걸 실감케 해준 고양이이다. 다리를 너무 휘감아서...미안하지만, 부담스럽다.
그리고 늘 모호한 메시지를 주는 이 고양이.
이 고양이만은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다 떨어져도 그 자리에 남아있다. 가장 먼저 쓰다듬을 허용했던 고양이이기도 하고, 여름에 맨발에 슬리퍼로 나갔을 땐 종종 내 발가락을 핥아주기도 했다(😼: 너두 그루밍 좀 해?!). 그리고 내가 근처에 가면 꼭 야옹야옹 소리를 내며 높은 나무 위에 있다가도 다급하게 뛰어내려오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늘 나와 50c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쓰다듬어 주려고 하면 쓰윽 피해서 50cm 정도의 거리에 가서 앉는다. 그래서 내가 또 근처로 쫓아가면 또 쓰윽 거리를 유지한다. 그렇다고 멀어지지도 않는다. 웃기는 녀석. 고양이 특유의 밀당을 아는 녀석이다.
소고기, 조기 등 비싼 음식에만 반응하던 녀석이 얼마 전 가지고 간 생선을 꼼꼼하게 잘도 받아먹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또 거리를 유지한다. 뭔가 섭섭하다. '넌 내가 그냥 음식으로 보이냐?'
허허.
내가 길냥이에게 뭘 바라는 건지.
저 치즈냥 정도면 사실 길냥이 중에 곁을 많이 허용하는 냥이인데... 수년을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길냥이에게 사료 공급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는데, 난 고양이에게 밥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내가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매일같이 그렇게 놀이터에 갔던 것인지.
그건 그렇고...
이제 눈에 안 띄는 고양이는 그 이유가 '사고'가 아니고 '입양'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고양이가 다른 사람도 잘 따르는 걸 봤다.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반가워한다는 게 너무 느껴지는 고양이였으니, 나와 똑같은 기분을 느낀 누군가가 데려가서 안락한 잠자리를 마련해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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