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기로 한' 선택

 


2018년부터 인간의 판단은 '옳고 그름'보다 '좋고 싫음'이 우선한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판단에는 내가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억울한 건 우리 애예요' 학교 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의 부모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태어나는 순간 사랑에 빠진 존재, 어쨌든 내 자식이 하는 일이 '맞는'일이다.


최근에 한 테니스 선수의 백신 접종/ 타국 입국 불허를 둘러싸고 입장이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사실 '누군가를 좋아한다'라는 인생의 아름다운 행위에도 회의감이 든다.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가 곤경에 처하자 이성을 상실하고 전방위로 규칙을 지키는 타인까지 공격하고 있는 소위 '팬'이라는 사람들을 보니 기가 차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의 행위들이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만약 이 선수의 팬이었다면 저 사람들이랑 똑같이 억울해하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해도 괜찮지만 똑같은 일이라해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경우는 널려있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나온 거고.


내가 내리는 판단들도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고, 뭔가에 대한 호불호로 잘못된 판단을 내려오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처럼 살아서 내가 타인에게 상처받듯이 나도 모르는 새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뭔가를 '좋아하기로' 인생의 선택을 내리는 일은 어쩌면 무서운 일이다. 

그때부터 그것을 기준으로 모든 상황 판단이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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