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평소엔 못하고




소고기 안심 중에 티끌만큼 붙어있는 기름 부위를 구워줬다가 친구(?)가 된 동네 고양이 망고. 동네 아이들이 망고라고 부른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꼬리 부분이 기형으로 꺾여있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쉬워서 많이들 알아보는 동네 유명 고양이다. 요즘은 고양이에게 기름 성분이 안 좋다고 해서 주진 않는다.



닭고기 돼지고기는 귀신같이 구분해서 안 먹고 소고기만 좋아하는 고양이.

오늘 비프토마토스튜라는 밀키트를 사서 요리를 했는데, 그 소고기가 내 입맛엔 안 맞았다. 나는 마블링도 싫고 순수 안심만 좋아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따로 조금 빼냈다가 망고나 줄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고기는 나름 비싼 식재료다. 길고양이까지 차례가 가긴 힘든.

설거지를 하다가 언젠가 이사를 가거나 아파트 냥이를 오래 못 보게 되면 소고기를 제대로 사서 조금 구워주고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고는 밀당은 할 지언정 나를 보면 꼭 "아옹"하고 아는 척은 한다. ㅎㅎ 그런 게 정이지.

한편으론 평소에 잘 하지, 왜 마지막에만 잘 하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2년 임기를 마치고 세들어 살던 집에서 나오던 날이 생각났다.
주인집에서 화장대와 세탁기 등을 제공해주었는데, 추운 날이 없는 스리랑카 날씨 특성상 세탁기가 야외 베란다에 있었다. 그래서 2년 가까운 거주기간 동안 세탁기 측면 부분이 실외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써서 더러웠다. 집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더러운 세탁기를 반납할 순 없어서 빡빡 닦았다. 

아니, 우리집 세탁기가 이렇게 깨끗했다니...어이가 없었다. 평소에도 좀 닦아놓고 살걸 하는 생각?

지저분하게 쓰던 물건들을 깨끗하게 닦아서 남에게 주고 오면서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깨끗하게 살면 나도 더 기분이 좋았을 텐데 남 생각만 하네. 마지막에만 잘 하면 뭐해.

평소에 잘 해주기, 평소에 깨끗이 해놓고 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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