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스는 윔블던이 아니다.



너무 내 식으로만 생각했어.

딱 한 해 다녀온 데다가 메인코트 경기도 못 보고 온 윔블던이지만, 어쨌든 제일 처음 가본 메이저 대회이기 때문에 판단의 기준같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또 어찌 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14년 윔블던의 경우 한 번 구역 내에 입장했더라도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다. (테니스 코트 하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윔블던 전체 구역을 말하는 것) 특정한 게이트에서 이 passout을 받아서 손목에 두른 다음 나가면 된다. 오늘 한 번 입장했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다시 입장하는 것이다.

오늘은 롤랑가로스 한 코트에서 경기를 4개 연속 볼 수 있는 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롤랑 가로스도 윔블던같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하나 보다가 지치면 호텔 가서 쉬다가 다시 와서 보지 뭐'라고 생각하고 일찍 출발했다. 그런데 여기는 한 번 나가면 롤랑가로스 담장 안으로 절대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게 뭐야... 윔블던처럼 다른 방법 좀 생각해보지.
밖에 나간 사람이 아직 경기가 남은 표를 타인에게 줘버리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 그러는 건가? 하지만 입장권에는 실명이 기재되어 있고, 신분증과의 대조를 통해 동일인만 입장할 수 있는데...그 외에 내가 미처 생각 못하는 무슨 다른 불편이 또 야기되는 건가?




오늘은 특히 내가 앉은 자리가 태양 아래 구워지는 것 같은 자리여서 더욱 지쳤다. 나는 모자와 긴 팔을 준비해서 괜찮긴 했는데 시뻘겋게 화상 입은 사람들 많이 봤다(특히 '백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기온이 20도가 넘지 않는 날이었는데 타들어가게 따가운 게 신기하다.

그래서 잠시 코트를 나가서 화장실도 갔다가 밖에서 좀 쉬다가 내 자리로 돌아오니 누군가가 내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런데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텐데 끝까지 내 표 좌석번호를 확인하는 건 또 뭐야. 다른 사람들은 자리 주인이 오면 먼저 알아서 일어나던데...


그래도 다행히 햇볕의 위력과 방향은 시시각각 변했다. '이렇게는 도저히 못 버틴다'싶었을 때 갑자기 태양이 구름에 가리며 시원해졌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다시 햇볕이 났지만 내가 앉은 쪽에는 그림자가 어느 정도 생기고 아마도 서향?인 곳에 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이젠 저쪽 사람들 고생하겠다.




사실 '보다가 지치면 호텔 잠시 갔다가 오지 뭐' 라고 생각한 것도 잘못 된 것이었다. 어느 정도 나의 호텔이 경기장에서 가까운 편이긴 하지만, 롤랑 가로스 기간에는 경기장 인접 버스 정류장 두 개는 안전을 위해 무정차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엄청 걸어서 다른 정류장을 찾아가야 한다. 롤랑가로스에 passout같은 게 있었더라도 아마 버스 타고 호텔 다녀오다가 더 지쳐서 다시 보러 안 갔을 것 같다. ㅎㅎ

그래도 각각의 특성이 있는 그랜드슬램 대회들.
대회장이 너무 넓고 사람이 많아 지치는 일의 연속이지만 (특히 프랑스는 걸어다니며 담배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밀집된 공간에서 힘듦) 그래도 나머지 2개 대회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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