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대회 경기장에 가면 기념품 샵이 여기저기 있는데, 테니스 팬이라면 혹할 만한 상품들이 많이 있다. 그랜드슬램 대회 딱 두 번 가보고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은 윔블던에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롤랑가로스도 여기저기에 기념품 샵을 마련해놓고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는데, 이런 가게들의 특성상 실질적 품질에 비해 가격이 쓸데없이 비싼 편이다. 그래도 잘 팔린다. 8년 전에 내가 윔블던 샵을 제대로 다 돌아본 게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윔블던보단 롤랑가로스에 훨씬 큰 규모의 "부띠끄" - 정식 명칭이 souvenir shop 이런 게 아니고 'La Boutique Officielle'이다 - 가 있는데, 가끔 매장 밖으로 줄이 늘어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고, 계산할 때도 구비구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비해서 비싼 제품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집었다가 스윽 내려놓곤 했는데 ... 경기장 주변에서 보면 롤랑가로스 캔버스 가방은 너도나도 많이 들고 다니는 거였다. 기념품 매장 물가로 볼 때 개인적으로 20유로 정도 할 것으로 예상. 다들 돈 많은가봐....
이런 기념품점에서의 쓸데없는 고물가는 충분히 예상할 만한 일이지만
심지어 us오픈에서 판매하는 '천쪼가리' 캔버스백은 심지어 9만원대이다.
🙄
그러다가 대회 거의 막바지... 이젠 기념품샵에 가려고 해도 기회는 한 번 남았고, 생각보다 현금이 많이 남았으니 (한국처럼 프랑스도 카드 사용률이 엄청 높더라. 식당에선 직원들이 카드 결제기부터 들고 오고, 이젠 현금 내밀면 서로 머쓱하다) 뭔가를 좀 사야겠다고 결심. 그런데 위 가방 가격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아보니 그저 7유로 아닌가.
한국에서도 기념품샵이라면 9천원대에는 절대 안 팔 것 같은 캔버스백이 파리에서 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수십 개가 주르륵 걸려있던 그 가방들 가격표조차 확인해보지 않은 소심함을 후회했다. 9천원대면 무난한 가격에 쓰임새도 많을 크기의 가방인데...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녔구나. 기념품샵에서 낮은 가격순으로는 5위 안에 들 상품이었다. 잘 하면 3위 안에 들지도??
내일 결승전에 가면 사서 들고 다녀야지!
하지만 대회 마지막날, 기념품샵에 갔더니 그 많던 캔버스 가방은 모두 사라지고 황마(jute) 소재의 가방만 잔뜩 걸려있었다. 그동안 다 팔렸나보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가방은 하나 남겨와야겠다고 결심했고, 가장 싼 축에 속했기에 어쨌든 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이 '황마' 소재가 여름에만 어울릴 것 같고, 그저 물건 담는 용도의 모양에 크기만 커서, 캔버스 가방을 진작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결승 관람하고 온 날, 그래도 우승해서 기분은 좋으니까 사진 남김 📸🤗
사실 이만한 크기의 jute bag은 MUJI에서 3500원에 팔고 있다. 'Roland Garros'를 기념하겠다는 나의 기분으로 저 글자 새겨진 것에 지불한 값이 6000원인 셈 :)
한국에 돌아온 뒤 장마철...
어딘가에 1박 할 일이 생겨 이것저것 다 들어가는 이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섰다. 비를 많이 맞았지만 이 가방 내부는 방수 처리 되어있어서 괜찮았다. 소재가 'jute lamination'이라고 되어있다.
ㅎㅎ 차선책으로 구입한 가방이지만
'이 가방이 더 낫네' 하고 정을 주기로.
캔버스 천 가방이었다면 어제 같은 날씨에 다 젖었을 테지만 이 가방은 바깥은 젖었지만 내부는 안 젖었으니 장마철에 더 실용적. ✌
게다가 이 가방은 세워놓으면 스스로 서있기도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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