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6월 여행은 코로나로 오랫동안 갇혀있다가 떠난 여행이라 잔상도 오래 남았고, 짧게 머무른 것 치고는 여전히 내 정신세계는 거기에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한 1년 살다 온 사람처럼 최근에 입만 열면 '파리에선...' , ' 거기서 말이야....' 나오기 일쑤였고.
돌아온지 한참 지나도록 현재진행형인 것 같았던 여행이 이제야 '과거'가 되었구나 하고 느낀 건...오늘 갑자기 혼자 밥 먹고 싶었을 때.
나도 사실 오랜만의 탈출이라 오래 외국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머물고 싶었고, 심지어 엄마는 내가 단기간에 돌아오지 않기를 엄청 바라시는 것 같았다.
나도 어떻게든 내가 하겠다면 여행을 지속할 수 있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혼자 밥 먹기가 힘든 것이었다. 물론 난 한국에서도 혼자 밥 먹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고, 외국에선 술도 혼자 앉아 마시고 다닌다.
하지만 외국여행 중에 매일매일 메뉴를 골라 두리번거리며 낯선 음식들을 늘 혼자 먹는 게 편한 일은 아니었다. 예전에 숙소 비용이 훨씬 싼(장기 체류에 부담이 덜한) 중국에 갔을 때도 그 이유 때문에 딱 5일만 여행을 계획했는데, 이번에는 목적이 있어서 간 것이기에 그 3배 정도의 기간을 체류했지만 정말 매일매일 밥 찾아먹는 것이 그리 즐겁지가 않았다. 늘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지만 밥 먹을 때 만큼은, 나보다 더 활달한 동지가 있으면 메뉴도 두어 가지 더 골라 먹을 수 있고 담소도 나누고 더 즐거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남의 여행기를 보다가 그 사람이 베트남 가서 분짜 먹는 이야기를 보니, 파리 체류 기간 동안 두 번 혼자 사먹었던 Bo bun이 기억나면서 혼자 호젓하게 사다 먹고 싶어졌다.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게 있고 십여 분 걸어나가면 베트남 음식점이 있지만, 그 한국 음식점 말고 2만원을 내고 사먹어야 하는 프랑스의 bo bun 혼자 먹던 시간이 그리워진 것이다. 그때는 사실상 '입에 풀칠'에 가까운 끼니 때우기였는데도 이제 와선 뭔가 아련하다. 한국에서도 분짜가 13000원 정도 하면 '이건 너무 바가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여행할 땐 2만원도 우습다.
막상 겪을 때는 힘든데,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고 나면 아름답게 채색되어 힘든 기억은 사라지게 된다. 그 혼자 쭈글쭈글 밥먹던 시간이 그립다니... 이제 2022년 초여름 여행도 드디어 과거형이 되었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딱 10년 전인 2012년에도 그랬다.
그때는 심지어 엄마랑 같이 방을 쓰고 있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필요했다. 마침내 방콕에 체류할 기회가 생겨서 2주 정도 방콕에 가게 되어 너무 신났는데 도착한지 며칠 만에 저녁 챙겨먹는 게 엄청난 고역이 되었다. 집밥을 잘 그리워하지 않는 나인데도 남이 챙겨주는 밥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왔더니 금방 다시 혼자 있던 시간이 그리웠었지.
여행의 본질은 그저 '늘 하던 것과 반대의 것을 한다' 이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돈을 버는 행위가 생략된 채) 돈을 쓰기만 하는 즐거움이 여행의 정수. 사실 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보다 한국에 비해서 쉽게 열린 지갑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건데 인간은 행복의 원인과 순서를 착각하기가 쉽다. 2014년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 몇년 전에 아래 누군가의 트윗을 보고 엄청 공감했다.
본국 사람들은 "저런 걸 왜 찍는데??🤔" 하는 걸 사진으로 남겨서 돌아오는 것이 바로 해외여행. '이국적'이란 것이 절대적인 게 아니고 상대적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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