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기계의 위이이잉 하는 소리와 그 느낌, 뭔가가 긁히고 있는 느낌이 싫어서 치과에 안 간지 아주아주 오래되었다. 심지어 오래 전 때워넣은 부분이 빠져서 틈이 생긴 빈 자리에 음식이 종종 끼는 편인데도 그 불편을 감수하고 치과에 안 가고 있다.
스케일링은 간단해서 그냥 몇 십분 꾹 참으면 되는데도 오랫동안 안 했다. 그래서 아랫니 뒷편은 미관상 좋지도 않고 (사실 나만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 입안 건강도 나빠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늘 거울로 들여다보기는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는데... 얼마 전 이 사이사이를 기구로 정리하다보니 송곳니 사이에 작고 거뭇한 점 같은 게 보이고 긁어보니 질감이 거친 것이 아닌가...🤯
썩었나....?!?!
얼마 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 이를 어째....
치간을 정리하는 뾰족한 기구로 송곳니 아랫 부분을 건드려보니 뭔가 빈 공간이 있어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이렇게 빨리 이가 썩을 수 있나?!?! 예전에 안 보이던 부분인데...🤷♀️
처리해야 할 어금니가 서너 개쯤은 되는데도 (사실 막 썩어들어가고 그런 건 없어서) 잘 버디턴 내가 송곳니 사이 아랫부분이 썩었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서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이 뿌리까지 썩어들어갈까봐 동네 치과행. 일단은 스케일링은 하기로 결심.
"얼마만에 하시는 거예요?"
"아~~주 오래됐어요"
"이가 많이 시리고 피가 많이 날 수 있어요."
"네👻"
다행히 스케일링 하는 동안 시린 느낌은 별로 없었고, 피 나는 건 오히려 수년전에 할 때보다 덜 한 것 같다. 치위생사(?)의 스케일링을 무사히 마치고 나니 마침내 의사가 점검한다. 나도 알고 있는, 어금니에서 전에 처치한 것 빠져나간 부분 이야기를 하며 열심히 견적을 내는 의사.🤑 💸
"제 송곳니는 괜찮은 건가요?"
"대체 어디요? 직접 거울로 보세요~"
"아.. 그런 것들도 다 치석이군요??"
"그렇죠."
다행히 내 송곳니는 무사하다.
썩어서 패인 것으로 보였던 사각지대 부분도 집에 돌아와서 거울 두 개를 사용해서 반대 측면으로 보자 그냥 멀쩡하게 생긴 이다. 거뭇해 보였던 건 치석으로 인해 잇몸이 상하면서 생긴 틈 같은 거였다.
잘못 판단해서 당황한 "덕분"에 수년을 미뤄왔던 치과에 가게 되었으니, 잘못된 판단이 잘못된 행동으로 꼭 이끄는 것만은 아닌가보다.
어금니를 다시 때워넣는 부분은 그래도 몇 군데 치과를 더 가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다. 동네에서 아주 평이 좋았던 치과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고, 그 와중에 "신입 회원"인 나를 보니 신나서 이것저것 권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잉 진료 없다고 해서 찾아간 곳인데...요즘 운영이 힘든가?!?
몇 년전, illy 커피 스틱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납작한 티스푼인데 안 쓰고 있었다. 대신 치과에 다녀온 이후로 이걸 입 안에 넣어 윗 어금니를 관찰하고 있다. ㅋㅋ 혼자서 '이거 그 단계 처치까지는 안 가도 될 듯 한데?'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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