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이


수개월 만에 친해진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몇 년이 지나도 도망만 가는 고양이였는데
드디어 내쪽으로 먹을 것을 찾아 다가온다. 
길고양이는 친해지면 나를 식별하고 따르는 느낌을 주는데, 얘도 진짜 수년만에 나를 "알고는" 있다는 느낌이 드디어 왔다.




늘 숨어있지만 어둠이 깔리자 인도에 자리잡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뒷모습도 봤다. 아파트 그 동에 먹이를 잘 주는 분이 살고 있나보다. 

저번에 너무 과식해서 탈이 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때보다 더 멀쩡하고 활발해보인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 저렇게 은둔 고양이가 됐을까. 

아파트 거실 창문 바로 앞쪽 길인데, 나한테 먹을 거 달라고 계속 큰소리로 야옹거려서 저층에 사시는 분들에겐 소음이 될 거 같아 죄송했다. 

이제는 낮에도 나를 보면 먹을 거 달라고 슬금슬금 자동차 밑에서 밖으로 나오는데 밝은 빛에 자세히 보니 그루밍은 거의 못하는 모양새이고 털은 뭉쳐있었다. 인간 세계에서의 노숙자의 모습과 비슷했다. 😔

길냥이이면서도 어디 거처가 있는 외출냥이인가 싶게 털 관리를 잘 하는 동네 다른 고양이들과 너무 다르네 ㅜ.ㅜ




아직은 친밀함보다는 먹을 것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다가오는 거지만
그래도 이 고양이가 몇년 만에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내가 그동안 좋은 것만 줘서 그런지, 아파트 베란다 아래 은둔처에서 날 보고 뛰쳐나왔는데 오늘은 먹을 거 없어서 미안. (짧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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