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 라면을 끓일 물을 얻거나 차를 마실 때 쓰던 기구를 대차게 깨먹었다. 100⁰C를 견디는 유리 포트(?!)이니 잘 견딜 거라 착각했지만 강화유리와 내열유리는 또 다른 차원인가보다. 약 50cm 높이에서 낙하했지만 산산조각이 났다.
겨우겨우 잘 쓸어모아서 튼튼한 봉지에 넣고 "깨진 유리 조심"이라고 쓴 뒤, 내 수중에 있는 유일한 현금 1000원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전자제품류는 버릴 때에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파트 한켠을 쓸고 계시던 아저씨께서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마대자루에 버려주셨다. 원래 집에서 유리로 된 것들을 버리려면 정해진 마대자루에 넣어서 버려야 한다. 하나 깨먹고 그 마대자루를 사기는 아까웠는데 아파트 공동으로 그런 깨진 유리를 처리하는 마대자루가 경비실 앞에 놓여있었다. 돈은 더 내지 않아도 됐다.
정신이 확 나갔다가 돌아오는 느낌.
이 제품은 이렇게 물을 끓이는 유리 제품과 ➕조리를 할 수 있는 포트 한 세트라서 다행히 하나를 깨먹어도 다른 포트에 다시 물을 끓일 수는 있다. 방에서 요리를 해먹을 생각을 없었기에 작년에 구입한 뒤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나머지 하나를 꺼냈다. 앞으론 여기에 물을 끓여먹지 뭐.
대안이 있으니 내가 하나 날려먹고도 그렇게 절망🤷🙆♀️을 하거나 자책을 하지는 않았나보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저걸 깨먹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와장창? 챙그랑? 진짜 딱 그대로의 유리 깨지는 소리가 현실감있게 났고, 달려온 가족들이 물론 유리니까 걱정을 해줬겠지만 부가적으로 얼마나 잔소리를 해댔을지... 🤦♀️🤦♂️
나 혼자 처리하니 이렇게 깔끔하게 문제 없이 끝났다. 추가로 잔소리 들어가며 맘 상하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한편으로는, 난 타인에게 부담 안 주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괜찮아? 새로 사면 되니까 별거 아님。조심해." 이걸로 끝낼 수 있는 사람일까?
나도 무조건 "으이구... 저럴 줄 알았다. 그걸 거기 두면 어떻게 해?? 돈도 안 아깝냐? 저런 걸 맨날 깨먹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 아니었을까.
대안이 있고 회복이 가능한 일이라면 남을 다그치지 말고, 그저 안심하도록 걱정만해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이렇계 쓰니까 꼭 교훈적으로 끝을 맺어야만 하는 초등학생 일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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