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정윤성 선수의 주니어 복식 경기를 보다가 사진을 찍어 놨는데, 수년이 흐른 뒤에 사진을 확대해보니 전광판에 루블레프의 이름이 있었다. 주니어일 당시에는 저기 전광판에 있는 4명 모두가 그 또래에서 쟁쟁한 급이었지만 8년이 흐른 지금은 루블레프만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내 눈앞에 루블레프가 있었다고??' 물론 당시에는 루블레프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때이긴 하지만 어째서 여러 장 사진 속에 털끝도 등장을 안 하는 거지??
유명하지 않았을 당시에 멀리서 찍어 놓았는데 나중에 확대해보니 그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인데, 내 눈앞에서 경기를 벌였을 루블레프가 내 카메라에 하나도 찍혀 있지 않은 게 섭섭했다. 주니어 선수들은 크면서 얼굴이 변하기 때문에 어릴 적 사진 발견하면 더 웃긴 법인데...
코로나가 찾아온 첫해라 모두에게 암울했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2020년.
그해 유일한 구원은... 코로나 탓에 기존의 6월이 아니고 10월에 열린 이례적인 롤랑가로스에서 여전히 나달이 우승했던 것이었다. 우승자들은 파리 시내 랜드마크를 돌면서 트로피 기념 촬영을 하게 되는데, 나달은 이미 13번이나 우승을 했기에 더 이상 갈 만한 데가 없어서 디즈니랜드까지 다녀왔을 지경이었지만, 2020년에는 또 새로운 트로피 샷 장소가 나왔다.
저기는 어딜까....언젠가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구글 지도를 뒤져 장소를 저장해놨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상황에선 언제 다시 여행이 편해지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장소에도 예상보다 이른 2022년에 가볼 수 있었다. 내가 코로나로 꽉 막힌 2020년에 얼마나 여기에 오고 싶었었는지, 감사하게도 그게 일찍 이루어진 것에 대해 푸근한 마음으로 사색에 빠지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는 없었다.
살다 보면,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이룰 기회도 주어지긴 하는구나.
2014년에도 못 이루었지만, 2022년에도 여전히 못 하고 온 것은....
루브르나 오르세를 관람하지 못한 것.
너무 테니스에 방점을 찍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예약 가능 시기가 지났거나 하필 휴관일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가서 볼 수 있겠지?? 인생은 대부분 괴롭지만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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