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유명해...
언젠가 여기에
가끔
겪을 당시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곳의 풍경이 머리 속에 휙 지나쳐갈 때가 있다.
오늘은 갑자기 트리아농 궁의 어떤 복도가 떠올라 그 사진을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상과 현실은 다름
안녕? 남은 미련 🙋♀️?
一场被预设的奇迹
과연... 나달이 예전처럼 팔팔 뛰어다닐 수 있을까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요즘,
내가 파리에 가서 정말로 봤어야 했던 경기는 16강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구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구할 수도 있었던 표.
결국은 파리까지 와서 호텔에서 TV로 본 16강전. |
물론 훨씬 더 무게감 있는 경기인 4강전 - 결승전을 직관하는 행운은 가졌으나, '행복감'은 느꼈지만 뭔가 경기 후 '짜릿함'은 결국 느끼지 못했다.
4강전 1세트는 최고의 승부 중 하나였지만 상대 선수의 큰 부상으로 2세트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고, 그 2세트에서 나달의 경기력은 오락가락했다. 심지어 그날은 나달의 생일이어서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생일 축하를 하는 체험까지 잔뜩 기대하고 경기장에 갔었지만,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상대 선수는 생각보다도 더 내 맘을 아프게 했고 아무도 생일 축하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승전은 전력 차이가 커서 - 한쪽 드로에 우승 후보 4명이 다 몰려있었으니... 반대 드로에서 결승전에 온 선수는 [상대적인] 약체, Ruud 미안👋🏻 - 사실 긴장감은 덜 했다.
나달-조코비치 8강전 나이트 세션 표는 뭐 애초에 못 구할 표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거고, 적어도 16강전은 봤어야 해.
롤랑가로스 표는 3월과 5월에 공식 예매가 열리는데, 16강전 입장권에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하나만 걸려라' 하고 5-6장 정도를 미리 몽땅 구입 해놓기란 어렵다. (구입 장수 제한도 있다) 그리고 16강전은 나중에 resale 표로도 잘 안 나왔다. 표를 구입하는 5월 초에는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대회 개막 뒤 월수금일 경기를 하게 될 지, 화목토월 경기를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살 때는 운을 믿고 사두는 수 밖에.
16강전 경기는 second week 일요일-월요일에 걸쳐서 열리게 되는데, 장소도 메인 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 그보다 작은 수잔 렁글렌 코트 두 개로 나뉘어진다. (8강전부터는 그나마 필립 샤트리에에서만 열려서 경우의 수는 줄어든다)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그마저도 데이 세션 - 나이트 세션이 나뉘게 되므로, 16강전이 벌어질 장소/시간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가 된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데이 세션에 경기할 지, 나이트 세션에 경기할 지는 그 경기 전날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 16강전(=4회전) 표는 유일하게 손에 넣지 못한 채 출발했고 (3회전 2장, 8강전 데이 세션, 4강전, 결승전 표는 이미 가진 채로 출국) 16강전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야 나달의 일요일 경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데이 세션으로 배정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갖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계속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엄청난 경쟁에 밀려 당최 나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선수에 비해 팬층이 있는 조코비치 경기가 같은 날 수잔 렁글렌 코트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조코비치 팬들이 미리 사뒀던 필립 샤트리에 표를 내놓아서 빈 자리가 나오는 것으로 짐작했다.
표가 아예 안 보이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겠는데, 빈 자리는 하나씩 나오는데 그 다음 단계인 좌석 지정 단계로 넘어가면 "이미 팔렸습니다" 같은 문구만 나왔다. 표를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새로고침을 하다 보면 빈 자리 한 개씩은 계속 보였다. 하지만 늘 내 화면 터치는 늦었다. 스마트폰보다는 PC로 하는 걸 권장한다고 하던데, 호텔의 고물 PC 역시 너무 느렸고 공용 컴퓨터에서 저지르는 범죄 예방용??인지...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경기 스케줄이 발표된 시간엔 한국은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결국 프랑스에 사는 친구에게 PC로 해달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그 친구도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 터라 시간을 많이 뺏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착한 친구가 10여 분은 매달려줬다.) 이미 구입한 결승전 표보다 더 비싼 자리를 구입할 각오도 했지만 자리가 나와야 말이지...🙇
몇 번이나 도전한 끝에 경기 당일 아침, 롤랑 가로스 구역 내에 입장할 수 있는 38유로 짜리 입장권은 겨우겨우 손에 넣었으나... (약 51,600원), 그날이 내가 파리에 체류한 날 중에 가장 쌀쌀한 날씨였고, 추운 날 스타디엄에 들어가 앉지 못하고 외부 구역만 혼자 떠돌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 결국 resale로 다시 내놓고 가지 않았다. 나~중에 수수료 4유로를 빼고 34유로만 환불되는데, 씨티카드가 1유로 = 1309원이라는 본 적도 없는 최저 환율을 적용해서 적게 환불해줘서 열만 더 받게 됐다.👺 표를 구입할 때 병행해서 사용했던 다른 카드사는 환불 당시 더 올라있던 환율을 적용해서 더 많이 환불해줬는데 씨티카드는 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원하던 4강전, 결승 다 보고 행복하게 마무리 된 여행이었지만
'짜릿한' 경기는 현장에서 결국 못 본 게 아쉽다. 특히나 롤랑가로스 이후로 나달의 경기력은 여기저기 헤매는 중이라...
파리 도착 1주일 넘게 TV로만 나달 경기를 봄 |
몇 시간을 폰을 붙잡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내 것이 되지 않았던 16강전 입장권... 그 표가 만약 최종 단계까지 가서 구입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짜릿했을까 싶지만, '16강전 표 짜릿하게 구할래? 나달이 우승하는 거 볼래?' 하면 당연히 후자가 낫지 ㅎㅎㅎ.
작년에 그 자리에서 은퇴하는 걸 지켜볼 마음이 있었을 정도로, 우승하는 것까지 보고 온 마당에 더 이상 미련 없이 후련해졌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폼이 확 꺾여 화끈한 경기가 없으니 미련이 다시 스멀스멀 자라난다. 33살 쯤이면 당연히 은퇴할 줄 알았던, 곧 37살 선수에게 뭘 또 기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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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에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인터넷 환경이 빠른 한국에 이런 '광클' 나 대신 해달라고 부탁해 볼 친구 하나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 날이 더 떠올랐다.
28주 후...
지난 6월 파리에서의 마지막 하루.
미술관을 향해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마침내 '낭만의 도시 -파리' 를 느꼈다.
그전까지는 낭만의 도시라더니 대체 어디에서 낭만을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던... ㅎㅎㅎ
(사실 찾아가 보니 정기 휴관일이었던) 오르세 미술관 근처의 역으로 향하던 지하철에 악기 연주자가 탔다. 차분한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서울과는 다르게 창문을 열고 달리는 파리 지하철 밖으로 보이는 시커먼 지하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바람을 맞으며 '아, 이런 게 낭만인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내리기 직전에 동영상 카메라를 켰다.
이게 바로 '여행객으로서 느끼는' 낭만이겠지. 파리 시민들은 너무 흔한 일이라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서울 지하철에는 뭔가 상업적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만 녹음된 음악을 트는 곳인데, 그마저도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
사실 테니스 대회가 끝나고 파리에 하루 더 체류했는데 별 의미가 없는 시간을 보내서 호텔 비용과 시간만 날린 것 같기도 했지만, 바로 이 순간 하나로 그 하루가 이상할 정도로 의미있게 됐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 곡의 제목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짧게 촬영을 해뒀지만 주위 잡음이 너무 많아서 '소리듣기' 로 검색을 해봐도 제목이 검색되어 나오지 않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이니, 어디선가 다시 들려오면 그때는 제목을 알 수 있겠지...했다.
그렇게 28주가 지나고...TV에서 나오던 남자 두 명의 여행 프로그램 배경으로 드디어 이 음악이 들렸다. 드디어 찾아냈다. I'm not the only one.
반전은...
' 아, 이런 게 낭만인가'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사 내용은 무척이나 아픈 내용이었다. 물론 내가 지하철에서 들은 것은 아마도 '오보에??'로 연주한 버전이라 가사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아본 가사 내용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들으면 거의 펑펑 울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이 곡은 TV 광고로 인지도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제 곡의 제목을 알고 나서 그 광고를 다시 찾아보니, 가사와 다른 이 곡의 분위기 때문인지 광고에서도 안 어울리는 상황에 곡을 배경으로 쓰고 있었다. 남녀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장면에 ....😓
bánh canh @ 파리 13구
그래도 살다 보면....
2014년에 정윤성 선수의 주니어 복식 경기를 보다가 사진을 찍어 놨는데, 수년이 흐른 뒤에 사진을 확대해보니 전광판에 루블레프의 이름이 있었다. 주니어일 당시에는 저기 전광판에 있는 4명 모두가 그 또래에서 쟁쟁한 급이었지만 8년이 흐른 지금은 루블레프만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내 눈앞에 루블레프가 있었다고??' 물론 당시에는 루블레프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때이긴 하지만 어째서 여러 장 사진 속에 털끝도 등장을 안 하는 거지??
유명하지 않았을 당시에 멀리서 찍어 놓았는데 나중에 확대해보니 그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인데, 내 눈앞에서 경기를 벌였을 루블레프가 내 카메라에 하나도 찍혀 있지 않은 게 섭섭했다. 주니어 선수들은 크면서 얼굴이 변하기 때문에 어릴 적 사진 발견하면 더 웃긴 법인데...
코로나가 찾아온 첫해라 모두에게 암울했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2020년.
그해 유일한 구원은... 코로나 탓에 기존의 6월이 아니고 10월에 열린 이례적인 롤랑가로스에서 여전히 나달이 우승했던 것이었다. 우승자들은 파리 시내 랜드마크를 돌면서 트로피 기념 촬영을 하게 되는데, 나달은 이미 13번이나 우승을 했기에 더 이상 갈 만한 데가 없어서 디즈니랜드까지 다녀왔을 지경이었지만, 2020년에는 또 새로운 트로피 샷 장소가 나왔다.
저기는 어딜까....언젠가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구글 지도를 뒤져 장소를 저장해놨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상황에선 언제 다시 여행이 편해지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장소에도 예상보다 이른 2022년에 가볼 수 있었다. 내가 코로나로 꽉 막힌 2020년에 얼마나 여기에 오고 싶었었는지, 감사하게도 그게 일찍 이루어진 것에 대해 푸근한 마음으로 사색에 빠지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는 없었다.
살다 보면,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이룰 기회도 주어지긴 하는구나.
2014년에도 못 이루었지만, 2022년에도 여전히 못 하고 온 것은....
루브르나 오르세를 관람하지 못한 것.
너무 테니스에 방점을 찍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예약 가능 시기가 지났거나 하필 휴관일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가서 볼 수 있겠지?? 인생은 대부분 괴롭지만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재력의 차이를 느꼈을 때.
한 줄기 위안
나는 머리 속 기억을 화면 그대로 떠올려서 잘 남겨놓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그게 사라져서 절망했다. 나이가 드는 것에는 순응을 해야 되는데 사실 노화의 증거가 훅 하고 들어오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https://twitter.com/buitengebieden/status/1541165467829690368?s=20&t=mDl3fsLWcr7zocKohUd47Q
그런데 오늘... 트위터에서 우연히 오리 가족의 도심 횡단 영상을 보게 됐는데....스쳐지나가는 이 배경이 너무나 낯익은 것이다.
저번 여행에서 주로 파리 남동부에 체류했고, 단 하루 가서 묵었던 파리 북동부, 17구의 모습과 너무 유사했다. 사실 파리 풍경이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그래서 간판 등으로 거리 이름을 찾아내서 구글 지도로 대조한 결과.
저 영상 속 거리는 내가 그 17구 호텔을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본 곳이 맞았다. 그때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본 언저리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확히 그 버스가 지나간 길이 맞는 거였다.
예전처럼 모든 기억을 머리 속에 잡아 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보고 지나간 길이 머리 속에 박혀있다는 게 신기하네.
2022 롤랑가로스 나달 우승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요인
예전같으면 랭킹 1,2위 안에 머물러 있던 나달이 늘 나중에 입장했지만, 요즘은 나달 랭킹이 낮아져서 순위 높은 상대 선수보다 먼저 입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다음에 입장해야 하는 선수는 랭킹이 더 높은 선수라도 이미 Rafa!! 응원으로 가득한 경기장에 상당한 압박감을 받으며 입장하게 된다. 안그래도 뭐 필립샤트리에에서의 나달과의 대결이라면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지구상 단 한명도 없는데.... (작년만 해도 이런 식으로 쓰는 걸 경계했는데, 이건 정말 이번 2022 롤랑가로스를 보내고 나니 확신을 갖게 됐다.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없다. '아닌 척' 할 선수는 분명히 있겠지만)
이 열광적인 응원은 나달에게 힘이 필요할 때마다 경기 중간 중간 계속 됐고
준결승전 1세트의 어떤 게임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상대 선수가 기가 눌리면서 나달이 브레이크해낸 것 같은 느낌을 주던 게임도 있었다. 관중 모두가 힘을 합쳐 한 게임을 가져오는 것 같던 그 느낌.
물론 내가 나달 경기를 처음으로 끝까지 지켜본 것이 윔블던 '결승전'이었고 - ATP 10위권 선수라 해도 평생 못 밟아보고 은퇴할 수도 있는 - 그 위치에 어릴 때부터 선 선수라서 나달에게 '언더독' 타령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경기를 처음 지켜보던 10여 년 전에는 페더러라는 견고한 벽이 있어서 나달은 '그의 커리어에 훼방을 놓는 존재'쯤으로 치부되며 악역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선수가 경기장 전체를 채우는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개무량했다. 이 일방적인 응원에, 다른 선수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며 핏대를 세우는 안티들도 있던데... 그 설명엔 그저 단 한 마디만 필요하다. "He earned it." 라파도 이런 응원을 처음부터 받은 것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5월에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다짐했던 말, C'est Mérité.
경기 중 화장실 갔다 온 날
이비스 스타일스 파리 꺄데 라파예뜨 ibis Styles Paris Cadet Lafayette
이 호텔은 오페라지역 근처이고 파리 북역도 도보 거리인 파리9구에 위치해 있지만 작은 규모 때문인지 가격대는 아주 높진 않은 편, 좀 일찍 €100 미만일 때 예약해놓았다. 이번 파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데, 공항으로 떠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에 있는 호텔이다.
북역 근처이니 유로스타 타고 런던가기에도 좋아서 마일리지로 런던발 인천 귀국을 예약해서 추가로 영국 여행도 하는 것을 고려해봤는데, 원래 Heathrow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은 세금이 너무 너무 비싸서 돈 아까워 포기했다. 마일리지 항공권 세금이나 다른 항공사 편도 귀국 발권이나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수십만원 내는 것은 마찬가지라 전혀 예산 절약도 안 되는데 수십만원 지출에 추가로 애써 모은 35,000마일까지 없어지는 셈이 되니, 그냥 이번엔 돈 주고 사고 35,000마일은 남겨두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이었다.
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7호선 Poissonnière역으로 1번 출구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7호선 타면 갤러리 라파예뜨 같은 백화점과도 금방 연결된다. 이 역 기준으로 동쪽부터 10구가 시작되어, 바로 악명높은 파리북역 부근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가 예전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갑자기 파리에 갔다가, 이 부근을 아무 생각없이 혼자 걸어서 별탈없이 유로스타를 탔던 기억 때문에 이 지역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심.
tripadvisor에서 Rendik님이 2011년에 남긴 사진을 보니, 이 호텔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올시즌스였나보다. 10년만에 보는 저 간판.. 왠지 반가움.
1시 넘어 도착하니 방을 주긴 주는데 내 방앞에 양동이를 놓고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었다.
이런 방 밖에 없냐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고쳐준다고 한다. 옆의 조식당에서 차나 커피를 마셔도 된다고 해서 한 잔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좀 짜증이 남. 곧 고칠 수 있다면 나중에 올 사람에게 이 방을 주면 되는 거지, 왜 일찍 온 나한테 줌?? 알고 보니 이곳은 체크인이 2시라고 한다. 여태 갔던 파리의 이비스/이비스 스타일스의 체크인 시간이 모두 12시였기 때문에 여기도 그러려니...하고 내가 정규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왔기 때문에 방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이었다. 몇 분 뒤에 청소가 완료된 다른 층의 방을 받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외출하면서 리셉션 직원에게 내가 체크인 시간을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이미 알고 왔지만 8-10m² 정도의 매우 작은 방. 그래도 뭐 혼자 하는 여행이라 불만은 없고, 작은 스툴 2개까지 있는 것을 보니 이 작은 방에 별걸 다 챙겨넣었다 싶다.
앞쪽 골목 건너편으로 창이 난 방은 좀 더 파리 느낌이 나서 더 좋을 같은데, 가격이 저렴한 싱글룸은 그저 뒷 건물로 막힌 뷰의 방이다. 더블룸엔 그래도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이 있는 듯 하다.
여태 '풀북이라더니 이 호텔에 나만 혼자 있나??' 싶은 조용한 호텔에만 있다가 왔는데 이 호텔은 사실상 고시원 느낌. 옆방 TV 소리도 다 들리고 분리된 샤워부스라고 할 것도 없이 물이 바닥 전체로 떨어지는 작은 화장실 뿐이다. 하지만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어, 차라리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막혀 있는 구조가 덜 답답하고 나아 보일 정도였다.
이 호텔은 엘리베이터 크기, 샤워부스 크기나 변기의 위치 등을 생각하면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은 이용하기 좀 힘든 호텔임을 고려해서 예약해야 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위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한국인을 위한 스세권 - 도보 5분 거리에 스타벅스까지 있다) 이번처럼 100유로 이하일 때는 머무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좀 아깝긴 하다. 근처에 여러 종류의 식당도 많고.. 이용하진 않았지만 한식당도 몇 개 눈에 띈다. 호텔의 아침 식사도 무난한 이비스 스타일스의 아침 식사. 여기는 그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머무르면 가격 대비 만족을 얻을 수 있다.
Sacré-cœur몽마르트르까지 도보 20분, 북역까지 도보 10분 거리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Roissy bus가 서는 정류장 코앞까지 8-9분만에 가는 45번 버스 정류장이 도보 3분 정도라서 마지막날 머무르기엔 좋다. 사실상 여행 마지막날은 이미 '공항에 가는 것과 짐 정리하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좋은 숙소에 머무를 필요도 없는 날이기도 하다.
교통앱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까지 늘 8-9분 소요로 나오던 45번 버스 이동이 도로 정체로 20분 걸리기도 했으니 공항에 갈 때는 역시 여유있게 움직여야 한다. 내가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하니 다들 교통 정체를 경고했었는데 파리를 떠나는 마지막날 오전 11시에 드디어 정체를 경험해봤다. 사실 호텔에서 roissy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가도 21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짐을 끌고 20여분을 걸을 수는 없어서 버스를 택했지만 버스 안에서 20분을 보내게 됐다.
근처에 있는 약국에서 20유로를 내고 손쉽게 안티젠 검사를 받았고 20여 분?? 만엔가 결과를 받았다. 호텔 이메일 주소로 결과지 첨부파일을 보내니 호텔에서 무료로 출력해줬다. 2022년 6월 기준, 불어로 된 음성 결과지로도 무사히 한국 입국했다. 사실 Q-CODE에 첨부파일을 업로드하면 되므로 결국 종이는 필요없긴 했는데 일단 규정이 있으니...
예전에는 소음은 잘 견디고 냄새에 예민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소음도 못 견디겠다. 아침이 되자마자 옆방에서 티비를 켜니 그 소리가 웅얼웅얼 다 들려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이 낡아가는 호텔은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이번 파리 여행에서 계속 "성남"쯤 되는 지역에서 머무르다가 비로소 '종로/중구' 귀퉁이에 입성해서 그런가보다. 🤗 오페라 지역에서의 거리나, 공항에서 오는 RER B역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파리 도착 첫날 숙소로도 좋을 것 같다. 도보 가능 거리 내 동네가 '파리'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
구글지도 Randolph Hirsch 사진. 더블룸 예약해서 이쪽 창문 방을 받으면 훨씬 나을 것 같다. |
나는 도착 첫날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영향으로 호텔 가격이 엄청 비싸던 시기였던지라, 파리 끄트머리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통역을 도와준 사람이 '파리 첫날이라면서 도대체 이런 지역에는 왜...???'하고 내 선택을 엄청 의아해했었다.😃 그 사람은 '오늘이 한국 여행 첫날이라면서 대림동에서 마라탕 사먹으려고 줄 서 있는 미국인'을 보는 서울 사람같은 의아한 기분이었겠지 ㅎㅎ.
살 것이 있어서 북역을(다들 조심하라고 하는 지역)두 번이나 걸어갔다 왔는데 파리의 다른 지역과 차이점은 크게 못 느꼈다. 거기선 다들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만 빼고는. 그래도 끝까지 정신 놓지 않고 아무 것도 안 잃어버리고 여행을 마쳐서 정말 다행이다. 운나쁘게 뭔가를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리게 되면 그 나라/그 여행 전체의 인상이 나빠지는 법이니...
이 호텔 앞길은 다리? 육교?가 가로지르고 있어서 좀 독특하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배경이 될 수 있다.
코트야드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2019년에 중국 여행 숙박 포함 23만원 정도 쓰고 받은 Marriott 25,000포인트 상당 호텔 무료 숙박권이 있었는데 원래 유효 기간은 2020년 4월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여행이 불가해지자 Marriott에서 몇 차례 유효 기간을 연장해 준 끝에 최종적인 유효 기간은 2022년 6월 30일이 되었다.
해외여행 길이 막혔는데, 서울에서 25,000포인트 무료 숙박 호텔은 모두 별로라서 숙박권을 2019년 4월에 받은 이후 3년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쓰면 St. Regis나 Ritz Carlton에 갈 수 있는데 서울에서 courtyard나 Aloft를 전전하자니 너무 비교되어 아까웠다. 2019년에 중국에서 쓰고 돌아왔을 걸 하고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게다가 메리어트가 2022년 3월 29일부터 25,000포인트 같은 획일적인 무료 숙박 조건을 폐지하고 유동적 포인트 제도로 바꿔서, 날짜에 따라 요구 포인트가 변하니 계획을 짜기가 어려워졌다.
그후 파리 여행을 하게 되어 검색을 해보니 21,000 - 23,000포인트가 필요한 몇몇 호텔이 보였다. 물론 파리 시내가 아닌 근교 도시 위치지만, 파리는 차라리 변동 포인트제 덕에 내가 이익을 보게 된 곳으로 예전에는 파리에서 25,000포인트로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40,000포인트를 Moxy의 11m² 좁아터진 방에 써야 하는 곳이 파리.
Marriott 무료 숙박지 중에 롤랑가로스 경기장과의 거리 때문에 선택한 곳은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베르사이유 궁전과는 관계가 없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대부분 숙박하게 되는 Issy les Moulineux에 위치해 있다. 사실 파리 순환도로가 지나가는 시 경계선 근처에 있기 때문에 1분 걸어가면 파리 15구다. 2019년 12월에 신축으로 오픈해서 파리에서는 상당히 새 호텔에 속한다(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지 않는다는 뜻😁). 게다가 호텔 오픈과 코로나 시기가 겹쳐서 여행자가 평소보다 드물었을 테니 때를 덜 탔을 듯한 느낌도 있다. 롤랑 가로스 기간 중 취소 불가 가장 싼 요금이 23만원 선으로, 23만원 쓰고 받았던 숙박권으로 다시 23만원 짜리 숙소를 무료로 이용하게 되니 알차게 잘 이용하는 셈.
IHG는 포인트 숙박 시에 아무 안내가 없었지만 체크아웃할 때 도시세 2.88유로를 결제했던 것과는 반대로.... 여기 코트야드는 포인트 예약 시에 줄기차게 세금에 대한 안내가 나왔지만 정작 체크아웃할 때 그냥 가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은 지하철 12호선/트램 2호선 Porte de Versailles역으로, 도보 5분 정도 걸린다. 여기는 서울의 코엑스같은, 대형 전시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트램 2호선일 경우, 내려서 어두컴컴한 다리 밑 대로를 건너 호텔에 걸어오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다음 트램역인 porte d'Issy역에서 내리면 도보 4분 정도. 파리는 시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대중교통 정류장간 거리가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호텔 옆옆 건물이 까르푸시티 수퍼마켓이라 장보기 편하다. 농심/오뚜기 이런 류는 아니지만 한국 맛과 똑같은 컵라면(Mr.Min)도 팔고 있으니 참고. 한국인이 많이 사는 파리 15구 바로 건너편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도 파는 게 아닐까 짐작함.
스탠더드룸 22m² 정도로 파리 경계를 벗어났기 때문인지 방도 넓은 편이다. 사실 서울에서 4성 호텔이 22m²면 좁다고 불만이 나오는데 파리에선 넓은 방으로 분류된다 ㅎㅎ.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인데도 '에펠탑 전망'이라며 에펠탑 스위트를 보유하고 있던데 에펠탑이 얼만큼 보이는지 궁금. 호텔 근처에서 출발하는 80번 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에펠탑 부근에 도착한다.
가장 무난한 호텔이라 생각하고 가장 마지막 롤랑가로스 결승일에 예약해 둔 이 호텔이 사연 많은 호텔이 되었다.
준결승 때 체크인을 못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경기장에 가야했기 때문에, 결승날엔 얼리 체크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marriott에는 아무런 엘리트 등급이 없었고 내가 요구해도 받아들여 질 것 같진 않았다. 준결승 때 점심을 먹고 경기 시작 시간 맞춰 경기장에 가보니 입장하는데도 사람이 몰려 엄청 오래 줄을 서야 했고, 대회 막바지에 이르자 기념품샵도 건물 밖에까지 줄이 늘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결승날은 재빨리 점심을 챙겨먹고 경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줄 안 서고 티켓을 받은 뒤에 기념품샵에서도 쾌적하게 뭐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courtyard 숙박 전날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자, 당일 아침 일찍 너의 방이 준비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으하...너무 기쁘다. 일찍 체크인하고 경기장에 가야지.
체크인할 때 "너 포인트로 예약했구나. 너의 loyalty에 감사" 라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방에 올라가보니.... 또 커넥팅룸이었다. 아휴, 바로 어제 커넥팅룸에서 "Lorenzo~" 를 찾는 옆방 아재의 목소리를 바로 옆사람이 말하는 것같이 듣다 왔는데...😖 다시 내려가서, 커넥팅룸 문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고 그 사이로 소리가 샌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솔직히 맨날 "풀북이다" , "바꿔줄 방이 없다" 라고들 하지만 방이 있는 거 다 안다. 그런 것에 비해서도 엄청 오랜 시간 계속 키보드만 두드리더니, 한참 만에야 새로운 룸 키를 내놓았다. 그런데 올라갔더니... 이게 뭐야? 또 커넥팅룸이다. 😡 가방을 줄줄 끌고 다시 로비로 내려갔다.
"뭐냐? 또 커넥팅룸? 오늘밤 내 옆방에 아무도 안 들어온다는 걸 보장해야만 난 여기에서 숙박할....."
웃기게도 직원이 이미 준비해뒀다는 듯이 곧장 키 카드를 내민다. "이 방은 커넥팅룸 아니야."
진짜 장난하나. 그러면 진작 이 방을 줬으면 되잖아?
어휴.... 분노를 삭이고 다시 올라왔더니 나름의 업그레이드는 해준 듯 하다. 이전 방에는 없던 욕조가 있고 세면대가 두 개 있는 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느라 1시간 가까이 지체되어서 결국 점심을 못 먹고 쫄쫄 굶고 롤랑가로스 경기장에 갔다. (롤랑가로스 내 매점 줄까지 엄청 길어져 엄두를 못내다가, 나중에 경기장 꼭대기 매점에서 샌드위치를 사기 전까지 배고파서 진짜 고생함 ㅜㅜ )
새로 생긴 호텔이라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덕분에 욕조 목욕을 해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었지만 체크인 때 이런 일이 생기니 인상이 좋을 수가 없다. 파리의 4성 호텔에는 꼭 뭔가 하나씩 없었던 냉장고, 커피포트(캡술커피 외에 추가로), bathrobe, 1회용 슬리퍼, 와인 오프너까지 전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크인 직원이 인상을 다 망쳤네.
방을 일찍 받았는데 뭐가 불만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세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한 게 기존의 체크인 시간과 안 겹쳤기에 그 정도인 거지, 만약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체크인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 번 내려왔을 때마다 수십분씩 줄을 서서 결국 1시간 넘게 지체되었을 수도 있다. 😑 다들 줄서 있는데 새치기를 할 순 없는 일이니 나도 다시 줄서서 세 번을 기다렸을 거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 호텔 후기를 보면 요즘 '체크인 하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다' 이런 후기가 꽤 보인다.
또한 "4일을 머물렀지만 청소 한 번 제대로 안 해줬다"류의 후기도 꽤 보이는데 많은 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상태로, 항공사/호텔이 코로나 때 줄였던 인력을 미처 확충하기도 전에 여행객들이 다시 늘어나서 여행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1박에 30-40만원 받는 곳, 이런저런 핑계 대신 거기에 걸맞은 노력을 했어야 한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이 호텔 후기가 콱 박힌다. " Happy to charge clients a high price but not employ enough resource to service." 말투가 '돈은 돈대로 비싸게 받아먹고 직원 채용할 돈은 없냐" 딱 이 느낌.
대부분 파리 시내 중심부 관광을 위해 파리를 방문하기에 이 호텔을 외곽지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컨벤션 등을 위해 파리에 방문한다면 Porte de Versailles 전시장을 바로 근처에 둔 이 호텔은 그 방문 목적에 잘 부합하는 곳이다. 그런 출장 수요를 노린 것인지 도로 뒤쪽으로 꽤나 크게 지어져있으며 긴 복도로 이어진 꺾어지는 구조로, 밖에서 보던 건물 크기보다 한 층에 방이 굉장히 많은 호텔이다. 구불구불 복도를 돌다가 깜짝 놀랐다.
일찍 내 방을 준비해준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정오가 되기 전임에도 커넥팅룸 키를 두 번이나 나에게 내밀 수 있었던 건 그 방이 인기없고 보통은 비어있는 방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방 교체 소동만 아니었으면 롤랑가로스 결승전날 얼리체크인으로 완벽하게 기분 좋은 호텔로만 남았을 텐데 나도 아쉽다.
↑7층 갔다가 6층 갔다가 마침내 5층... 세번째로 받았던 방. 기본에 비해 욕실 시설이 좀 더 좋다.
숙박 후 courtyard에서 보내온 feedback 양식에 자세하게 써서 보냈더니 나름의 긴 답장은 보내왔다. 자기들은 Connecting room 사이의 방음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정기적으로 테스트를 한다고. ('정기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소음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뭐 녹아내리는 소재의 방음재라도 쓰는 건지??🧐) 하지만 또다시 커넥팅룸을 준 직원 실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나에게 커넥팅룸을 배정했다는 사실보다 두번째에도 커넥팅룸을 줘서 6-7층을 왔다갔다 하게 만든 것에 대한 불만 feedback이었는데.
"I would like to bring to your attention that we are extremely careful regarding the insulation of our connecting rooms which have two doors to avoid the sound diffusion. We also regularly test the good insulation between our communicating rooms."
몇 분 테스트 해보는 거 말고 하룻밤 내내 머물러봤냐고 물어보고 싶네. 🧨 룸 업그레이드 대처가 훌륭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더 이상 이의 제기는 안 할 거지만.
나도 이전 호텔에서 밤 9시에 갑자기 옆방 아저씨가 "Lorenzo~ 내 방으로 와라. 너 어디냐" 타령을 5분 넘게 하기 전까지는 그 방 방음이 완벽한 줄 알았었지...🤦♀️ 엘리베이터 바로 옆방인데도 엘리베이터 소리조차 안 들리던 방이었기 때문에.
롤랑가로스/파리 여행 후 짧은 생각
트라이브 파리 바티뇰르 TRIBE Paris Batignolles
한국에선 갈 수 없는 호텔 브랜드에 도전해보자 하고 예약한 호텔.
트라이브는 호주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2020년 10월말 유럽 지역엔 최초로 이곳 파리 바티뇰르에 오픈했다. 아시아권에는 2022년 4월 발리에 최초 오픈해서 아직 아시아에서는 좀 생소한 브랜드다. 소개를 보면 '합리적인 가격의 디자인 호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로서는 Grand Mercure - ibis - Mgallery - Pullman - Novotel - ibis Styles - Mercure - ibis Budget - Mondrian에 이어서 10번째로 방문해보는 Accor 브랜드.
파리 17구.
예전에 Abrial hotel이었던 곳을 2020년 10월에 새로 단장해 문을 연 곳인데, 2022년 6월 시점까지도 신용카드 명세서에 여전히 Abrial hotel로 표시됨.
이 호텔의 방 종류는 두 가지인데 거리쪽으로 창문이 난 방과 뒤편 정원쪽 창문이 난 방이다.(17m² 동일) 그런데 거리쪽이 더 싸고 정원쪽 방은 약간 더 비싸다. 정원 전망에 뭔가 장점이 있나보다. 그런데 정원쪽으로 창문이 있으면서도 넓이가 13m²인 싱글룸은 거리쪽 방처럼 약간 더 저렴하다. 나는 혼자 다니니까 넓지 않아도 되어서 좀 더 저렴하게 정원 전망을 볼 수 있는 절충형(?)인 작은 싱글룸을 골라 예약했다.
하지만 도착과 동시에 친절하고 밝은 아저씨....(라고 썼지만 사실 나보다 어리겠지)가 정원쪽 더블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
사실 이번 내 여행의 본거지인 파리 남서부와 거리가 있어서 좀 이동 시간이 길어 약간 힘들었지만, 일단 와보니 안 와봤음 어쩔 뻔 했나 싶은 진짜 새로운 분위기의 동네 & 호텔이었다. 호텔은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에서 모두 가깝다.
침대 크고 편함. 매트리스 두 개를 붙인 형태로 가운데에 경계선이 살짝 느껴지기는 한다. 파리에 많지 않았던... 높고 딱딱한 스타일 침대로, 취향은 갈릴 수 있다. 키 작은 사람은 내려올 때 뛰어내려야 함.😉
샤워부스만 있는 화장실, 리노베이션한지 얼마 안 되어서 엄청 깨끗함. 이번 여행에서 비교적 새 호텔을 많이 골라 예약했지만 , 욕실은 여기가 가장 쾌적하고 샤워할 때 좋았다.
파리의 다른 4성급 Voco와 Mercure 기본 룸에는 없던 bathrobe가 Tribe에는 있음. Bathrobe보다는 급하면 밖에도 입고 나갈 수 있을 듯한 느낌? ㅎㅎㅎ 물론 실행해보진 않았다.
물도 한 병 주지만 저번 Voco와 비슷하게 커다랗고 무거운 유리병에, 뚜껑은 밀봉이 아니라 그냥 열려있고 안에 침전물이 둥둥 떠다님. 수돗물 받아서 주는 건가?!?! 네스프레소같은 어메니티를 방에 뒀을 경우,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큰 병에 든 물을 놓아두는 듯하다.
단, 같은 4성급인 mercure에는 있던 냉장고가 여기에는 없다.
티비는 삼성 스마트티비. 침대에 누워서 보기에 좋다. 작은 방에 비해 티비가 너무 크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 사진 속 티비는 늘 실제보다 작게 찍히지만 직접 보면 꽤 크다.
더 비싼 방이 자랑하는 정원 전망은 이런 것. 솔직히 뭐 돈을 더 받을 것까지야 ... 싶기도 한?? (어차피 차이는 만 몇천원 정도지만) 이쪽 방은 도로에 면해 있지 않기 때문에 꽤 조용하긴 하다. 엘리베이터 옆방이었지만 그 소음도 없었다.
밖에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이런 Moxy, Tribe 류의 social 공간이 많은 분위기에 껴들지는 못한다.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정원을 굉장히 잘 꾸며놓긴 했으니 시간 되는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이 정원을 즐기시기를 :) 나는 혼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후부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나갈 틈도 없었다.
테니스, 농구 등 다목적 코트가 보여서 갑자기 반가웠음. ㅋㅋ 난 직접 운동하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관람하러 다니는 사람이지만.
흠... 그런데 룸 업그레이드에 현혹되어서 이 방이 커넥팅룸임을 간과한 게 실수였다. 저번 이비스에서도 커넥팅룸이라 방을 바꿨었는데 이번에도 보자마자 바꿨어야 했다. 밤이 되니 바꿀 방이 없다.
밤 9시 넘어서 갑자기 "Lorenzo~"를 찾으며 전화하는 옆방 남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넘어옴. 🤦♀️ 프론트 데스크에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풀북이라 대안이 없다고 한다. 결국, 어느 호텔이건 커넥팅룸의 방음은 꽝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는 "괜찮겠지 뭐" 이런 생각은 말고 당장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직원이 직접 올라와서 주의를 주자 조용해지긴 했다.
근처 2분 거리에 franprix 수퍼마켓이 있긴 하지만 호텔 1층에서도 음료 등을 팔고 있다. 얼핏 보니 콜라 한 병은 3.5유로. 🙎 ibis ISSY 3.9유로보다는 싸네.
이 호텔 위치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개선문에서 31번 버스를 타면 12분 정도면 도착하므로 시내에서 먼 것은 아니다. 지하철은 더 짧게 걸림.
이 호텔에 머물 경우 31번 버스를 타고 몽마흐트흐-사크헤꾀흐 뒤쪽으로 도착해서 보통 관광객과 반대방향으로 언덕을 오르면 덜 번잡해서 좋다. 사실 도보 30여분 정도로, 버스를 타지 않아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방향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사람이 배경에 섞이지 않은, 성당다운 고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비가 와서 인적이 드물었을 수도 있지만 성당 앞쪽은 비 오는 날씨에도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 반대방향으로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앉아서 비를 맞아가며 파리 시내 조망을 즐기고 있다.
Tribe호텔 주위 지역은 아마도 재개발??중인 지역으로 보이고 보통 생각하는 파리와는 다른 현대적인 주거 시설들이 여럿 있다. 호텔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무려 "1920년대"에 개통된 Brochant역이지만(도보 4분), 그 다음으로 가까운 남서쪽 방향 5분 거리의 역은 "2020년 12월"에 노선 연장해서 새로 문을 연 14호선 역일 정도로 재정비가 계속 되고 있는 지역이다. 호텔 바로 앞에는 Martin Luther King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을 좀 산책해보니 서울의 마곡역 서울식물원을 걷는 느낌과 비슷 ㅎㅎ
새로운 호텔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Tribe 추천.
파리 호텔 7곳째인데... 여기 직원들이 가장 밝고 싹싹하고 뭐든 도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여기서도 침대에 누우면 하늘이 보였다. 커튼이 없네? 했더니 버튼으로 눌러서 블라인드를 내리게 되어 있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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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여름 유럽 여행의 수확은 이런저런 게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 근래 몇 년간 동남아 여행 다닐 때 생각보다 영어를 원하는 대로 말하지 못해서, 내가 영어를 굉장히 못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영국에서는 내 영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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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에 누워있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밤 8시 넘어 길을 나섰다. 전에 톈진에 살 땐 회식 외에는 밤 외출, 그것도 '혼자' 밤 외출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15년 뒤에도 여전히 밤 외출은 낯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