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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유명해...




트위터에서 무작위로 추천 글이 올라오는데
그 중에 "파리 최고의 charming cafés" 를 소개한 걸 봤다.
그런데 가장 첫번째로 나온 곳이...
↘️





내가 2014년에 런던에 갔을 때, 생각도 못했다가 급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해서 갔었던
파리에서 무작정 걷다가 외관이 예뻐서 찍은 카페가 1번으로 바로 나오네.




내가 방문했을 때는 7월이라 봄에 피는 등나무꽃 같은 게 다 졌나봐.

당시엔 파리보다 런던에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파리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아서 사진을 그리 많이 찍진 않았는데도 
내가 멈춰서서 한 장 남겼을 정도면... 이 카페는 그냥 보기에도 예뻤었나봐.

하지만 구글 지도로 찾아서 들어가 보면, 어느 유럽 식당 후기에나 빠지지 않는... 동양인 차별에 대한 불쾌한 경험담이 남겨져 있긴 하다.

역시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군.
Au revoir






언젠가 여기에

 


가끔

겪을 당시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곳의 풍경이 머리 속에 휙 지나쳐갈 때가 있다.

오늘은 갑자기 트리아농 궁의 어떤 복도가 떠올라 그 사진을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날 날씨 참 좋았지...하면서 
사람이 등장하는 부분을 빼고 건물 모습만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쓰기 위해 화면을 확대해서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전까지는 이 사진을 확대해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저런 벙거지 모자?? 애기들은 쓰긴 쓰는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하얀색 벙거지 모자 비슷한 것을 가져갔었는데, 이상하게도 쓸 때마다 뭔가 시선이 꽂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모자 유럽 사람들은 안 쓰나?? 어릴 때 그림책에서 봤던, 잠잘 때 쓰는 그런 모자처럼 보이나??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이상하게 날 보는 느낌이 들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에이, 그래도 유럽에서도 이렇게 생긴 모자 안 쓰는 건 아니구나... 하면서 아기 사진을 보다가....한 아이 차림새가 뭔지 모르게 낯이 익다?!?!

몇 달 전에 다른 트리아농 사진을 보다가 
내 거울 셀피 프레임 안에 같이 들어온, 뒤를 쓱 돌아보는 '유럽 회화에 등장하는 아이' 같은 사진이 있어서 저장해 놓은 게 있었다. 오래 된 유럽 그림 중에 꼭 저렇게 뭔가를 돌아보는 듯한 볼이 통통한 아이 그림이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느낌?? 



뭔가 재밌어서 저장해놓은 그 사진에 있던 바로 그 아이와 모자 색깔 상의 색깔이 같다. 얼핏 보이는 하의 색깔도??
보호자가 다른데? 하고 보니 아이의 손을 잡아끌던 남자 어르신의 옷 차림새는 맨 위 사진에선 복도 끝에 선 사람과 입은 것이 같다. 할아버지와 엄마인가??!?


ㅎㅎ
사진 찍은 곳은 그헝 트리아농인데
15분 시차를 두고 찍은 사진에 계속 등장하는 아이를 발견하니 재밌다.


아마도 나와 같은 날 이곳을 돌아다닌 누군가의 사진첩에도
내가 이렇게 여기저기 찍혀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나는 배경만 찍었을 뿐인데, 우연히 주인공처럼 인물 사진이 찍힌 분들이 있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사진 찾아가세요~" 하고 싶다. 

아래 같은 분.⬇️
이 분에게도 좋은 기념 사진이 될 텐데 누군지 몰라 전해줄 수가 뿐.









 






이상과 현실은 다름





물이고 뭐고 아무 것도 제공 안 하는 파리 3성 호텔만 다니다가
4성 호텔에 갔더니 물병이 놓여있어서 반가웠다. 냉장고나 클리넥스 제공 등등은 물론이고.
역시 돈의 차이.

하지만 물을 마시려고 하니 이 커다란 유리병은 밀봉되어 있지도 않아서 그냥 열렸고
내부에는 뭔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사진을 찍었으나 사실 사진에는 잘 안 나옴)






사실 십수년 전에도 태국 호텔에서는 유리병에 든 생수를 제공했었고
그 병도 그리 깨끗하진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들 사이에선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하진 말라는 말도 있었기에 이런 유리병이 낯선 건 아니지만...
뭔가 꺼림칙.

대체 이 물은.... 뭐지?
앞의 사람이 남겨 놓고 간 건가? 수돗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물을 한 병 사오기도 했지만 컵라면 등을 끓이기엔 부족했기에
(3성 호텔엔 커피 포트도 없으므로 4성 이상의 호텔에 가서 커피 포트가 있을 때 무조건 컵라면을 끓여 먹어야 짐이 줄어든다!) 1층 프론트 데스크를 지나면서 "물이 깨끗하지 않고 병이 열려 있었다. 물 한 병 새로 줘." 라고 하고 올라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고, 우리 층을 청소하시는 분과는 "water"단어 조차도 통하지 않았다. 프랑스어 'eau'는 단어가 너무 짧아 오히려 소통이 안 됐다. l'eau? eau? 번역기를 통해 겨우 소통이 되어 새 물을 받았지만 여전히 뚜껑은 열려 있고 병 안에는 침전물이 있다. 

무늬만 4성이지, 그냥 수돗물 받아다 주나봐....  





최근에 우연히 찍어둔 사진을 다시 보다가, 물병에 적힌 내용에 대해 번역 앱을 써봤다. 


Castalie est une alternative durable aux eaux en bouteille! Microfiltrée sur place grâce à nos fontaines, son goût neutre est plébiscité par de nombreux chefs. 
Boire l'eau Castalie, c'est aussi éviter la pollution de notre environnement liée aux contenants et au transport entre la source et le lieu de consommation. 
La planète vous dir merci. 
Et nous aussi! 


요약하자면, 
이 브랜드는 지속 가능 환경 보호를 위해 그 자리에서 정수해서 유리병에만 담는 물로...
잘 여과된 이 물의 중성적인 맛은 여러 유명 요리사의 호평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물을 (공장에서) 생산해 운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오염까지 줄인 물이니까, 지구가 우리에게 "고마워!" 라고 할 거라고 써져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 castalie 회사 사이트에 가봤더니 "우리 정수기는 염소(chlorine)와 잔류 물질들 잘 걸러내는 전문가"라고 자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물에 잔존물들이 얼마나 많던지...
사실상 호텔에서 정수기는 사용하되, 유리병 세척은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나 싶었다. 아니면 어차피 물병이 밀봉되어 있지 않은데 급하게 수돗물을 담아왔다 해도 알게 뭐야...

가늘고 긴 병이고 입구도 좁은데 어떻게 세척하는지 의문이고, 코로나 시대에는 내 앞에 이 병을 쓴 사람이 병에 입을 대고 마시지 않았는지 그것도 의심해야 한다.

병에 줄줄이 설명을 써놨지만, 한마디로 '공장에서 만들어온 플라스틱 생수 대신 정수기를 통과한 물을 예쁜 유리병에 넣어줄테니 그걸 마시자' 는 이야기인데
환경 보호도 좋지만 현실에는 벽이 있다.
저 좁은 유리병 세척은 어떻게 제대로 하는 걸까? 세척을 진짜 제대로 하려면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환경 오염이 생기지 않을까?? 
가정에서는 몰라도, 여러 사람이 거쳐가는 공공 시설에선 이런 병이 부적합하다고 느꼈다. 환경 보호와 위생은 동시에 가능하지 않은 건가?

하지만 플라스틱 생수병을 언제까지고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니...이제 저렇게 재활용된 병에 마시는 게 표준이 될 지도 모르고, 호텔에 가더라도 개인 물병 지참을 요구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싶다.




⬆️파리의 다른 4성 호텔에서도 큰 유리병에 든 생수를 제공했는데 여기도 뚜껑은 밀봉 상태가 아니었고 뭔가가 둥둥 떠다님.


하긴, 모든 건 그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대는, 공장에서 나온 플라스틱 물병은 그렇다고 깨끗할까?
우리가 매일 입에 집어넣는, 식당의 수저들은 과연 깨끗할까?










 

안녕? 남은 미련 🙋‍♀️?





어차피 지나간 일이고 바뀌는 것도 없고
아무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도 종종 작년에 파리에서 미술관 하나쯤은 다녀왔을 걸... 하고 아쉽다.
테니스 결승전이 끝나고 파리를 떠나기 전 월요일, 단 하루의 시간이 남아서 오르세 미술관까지 가보니 그날은 휴관일이었다. 😒 미술관 외부 사진만 찍고 정처없는 방황 시작. 사람이 너무 많이 줄 서있는 루브르 박물관 앞에 까진 갔으나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롤랑가로스 티켓 구입과 환불 현황 등을 따져보니 테니스 경기장에 간 날은 5일 밖에 안 됐다. '테니스' 때문에 파리에 갔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테니스를 관람한 날은 며칠 안 되는 거였다ㅎㅎ. 파리에 체류했던 게 12일 정도인데 그렇다면 나머지 7일 동안은 뭐했지?

도착 처음 며칠 간은 테니스에 더 집중했었고 경기장도 자주 갔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치고...
나중에 좀 여유가 있었던 날 중에서 미술관을 돌아볼 만한 하루를 따져보니 6월 2일 목요일이 떠올랐다. 베르사이유 다녀와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었던 그날.




그날 배정 받은 호텔 방이 침대에 누우면 정면에서 파란 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방이었는데
방 느낌이 좋아서 그냥 방에서 쉬기를 선택하기가 더 쉬웠는지도 모른다.
베르사이유에서 반나절 같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던 친구가 오히려 더 내 저녁 일정을 고민해줬던 듯. ㅇㅇㅇㅇ, ㅁㅁㅁ, XXXX 가보는 건 어때?

그날 머문 호텔은 엄밀히 말하면 파리가 아닌 도시에 있는 호텔이었지만, 12호선 종점에서 매우 가까운 호텔이어서 맘만 먹으면 지하철로 20분 안에 파리 중심부 도착. 
그러나 결국은 외출하는 것을 포기했고, 근처에서 쌀국수만 포장해와서 먹고는 하루가 끝났다.

위 사진을 찾으면서, 사진에 기록된 호텔 방에 입성 시간을 알아보니 이미 오후 5시.
'그래 어차피 미술관 돌아볼 시간도 없었어. 6시에 문을 닫는데 뭘 보겠어? 하고 후회를 줄이려고 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하필이면 매주 목요일은 오르세 미술관이 밤 9시 45분까지 야간 개장을 하는 날이었다. 어! 그날 정말 맘만 먹었으면 갈 수도 있었네?? 


또 다시 후회 시작.
아쉬운 거 또 하나는 그때 내가 주로 쓰던 신용카드 회사에서 미술관 입장 혜택을 주고 있었다. 어떤 여행사 프로그램과 제휴를 시작한 것을 기념해서 세계 유명 박물관 입장권을 단 $10에 예약해주는 이벤트였다. 당시에 이 이벤트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테니스 대회가 모두 종료된 뒤에야 '이제 미술관 가야지'하고 예약을 시도해보니, 아무리 할인가라 해도 적어도 2-3일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둬야 하는 거였다. 이틀 뒤가 출국인 나에게는 이미 물 건너간 이벤트였다. 새삼 이게 제일 아깝다. 다들 루브르는 '너무 넓고 크기만 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10로 예약하고 (정상 가격의 ½) 루브르에 입장을 했었다면, 그냥 유명한 작품만 몇 개 보거나 분위기만 익히고 나왔어도 덜 아까울 것이었기 때문에. 

아니면 그 한가했던 목요일 저녁에 오르세에 가지 못했더라도, 그날 이 카드 회사 이벤트 예약 시도라도 해봤으면... 적어도 2-3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한다는 것과 오르세는 월요일이 휴관이라는 것을 더 일찍 알아내서 정신을 바짝 차렸을 텐데... 싶기도 하다. 윔블던 때문에 런던에 갔을 때는 대영박물관이랑 내셔널 갤러리 다 보고 돌아왔는데, 대체 파리 여행 때는 뭐했지?

 
내가 파리 여행에서 하도 테니스에만 방점을 두니까, 다들 내가 미술관을 싫어하는 줄 알고 "꼭 한 번 가봐. 실망하지 않을 거야."  "루브르보다는 오르세 추천해. 가보면 맘이 달라질 거야" 등등의 말을 해줬지만, 사실 난 미술관 돌아보는 것 좋아한다. 시카고-뉴욕-보스턴, 소위 미국 3대 미술관은 다 가봤고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 MoMA는 두 번씩 다녀왔다. 그런데 파리에선 왜 다 놓치고 왔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더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 앞에서 "좋아하는" 것은 힘을 잃어서?? 





하나의 핑계를 더 만들자면, 그 목요일은 트리아농 궁전을 감상한 뒤 돌아오느라 이미 15,000보 이상 걸은 뒤였다는 것. 만만치 않은 체력이 필요한 미술관 관람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어쩌면.




一场被预设的奇迹

 


과연... 나달이 예전처럼 팔팔 뛰어다닐 수 있을까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요즘,

내가 파리에 가서 정말로 봤어야 했던 경기는 16강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구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구할 수도 있었던 표.



결국은 파리까지 와서 호텔에서 TV로 본 16강전.

 


물론 훨씬 더 무게감 있는 경기인 4강전 - 결승전을 직관하는 행운은 가졌으나, '행복감'은 느꼈지만 뭔가 경기 후 '짜릿함'은 결국 느끼지 못했다.

4강전 1세트는 최고의 승부 중 하나였지만 상대 선수의 큰 부상으로 2세트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료되었고, 그 2세트에서 나달의 경기력은 오락가락했다. 심지어 그날은 나달의 생일이어서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생일 축하를 하는 체험까지 잔뜩 기대하고 경기장에 갔었지만, 목발을 짚고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상대 선수는 생각보다도 더 내 맘을 아프게 했고 아무도 생일 축하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승전은 전력 차이가 커서 - 한쪽 드로에 우승 후보 4명이 다 몰려있었으니... 반대 드로에서 결승전에 온 선수는 [상대적인] 약체, Ruud 미안👋🏻 -  사실 긴장감은 덜 했다. 

나달-조코비치 8강전 나이트 세션 표는 뭐 애초에 못 구할 표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거고, 적어도 16강전은 봤어야 해.


롤랑가로스 표는 3월과 5월에 공식 예매가 열리는데, 16강전 입장권에는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하나만 걸려라' 하고 5-6장 정도를 미리 몽땅 구입 해놓기란 어렵다. (구입 장수 제한도 있다) 그리고 16강전은 나중에 resale 표로도 잘 안 나왔다. 표를 구입하는 5월 초에는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대회 개막 뒤 월수금일 경기를 하게 될 지, 화목토월 경기를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살 때는 운을 믿고 사두는 수 밖에.

16강전 경기는 second week 일요일-월요일에 걸쳐서 열리게 되는데, 장소도 메인 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 그보다 작은 수잔 렁글렌 코트 두 개로 나뉘어진다. (8강전부터는 그나마 필립 샤트리에에서만 열려서 경우의 수는 줄어든다)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그마저도 데이 세션 - 나이트 세션이 나뉘게 되므로, 16강전이 벌어질 장소/시간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가 된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데이 세션에 경기할 지, 나이트 세션에 경기할 지는 그 경기 전날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 16강전(=4회전) 표는 유일하게 손에 넣지 못한 채 출발했고 (3회전 2장, 8강전 데이 세션, 4강전, 결승전 표는 이미 가진 채로 출국) 16강전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야 나달의 일요일 경기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데이 세션으로 배정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갖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계속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엄청난 경쟁에 밀려 당최 나에게 순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선수에 비해 팬층이 있는 조코비치 경기가 같은 날 수잔 렁글렌 코트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조코비치 팬들이 미리 사뒀던 필립 샤트리에 표를 내놓아서 빈 자리가 나오는 것으로 짐작했다.  

표가 아예 안 보이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겠는데, 빈 자리는 하나씩 나오는데 그 다음 단계인 좌석 지정 단계로 넘어가면 "이미 팔렸습니다" 같은 문구만 나왔다. 표를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새로고침을 하다 보면 빈 자리 한 개씩은 계속 보였다. 하지만 늘 내 화면 터치는 늦었다. 스마트폰보다는 PC로 하는 걸 권장한다고 하던데, 호텔의 고물 PC 역시 너무 느렸고 공용 컴퓨터에서 저지르는 범죄 예방용??인지...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경기 스케줄이 발표된 시간엔 한국은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결국 프랑스에 사는 친구에게 PC로 해달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그 친구도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 터라 시간을 많이 뺏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착한 친구가 10여 분은 매달려줬다.) 이미 구입한 결승전 표보다 더 비싼 자리를 구입할 각오도 했지만 자리가 나와야 말이지...🙇

몇 번이나 도전한 끝에 경기 당일 아침, 롤랑 가로스 구역 내에 입장할 수 있는 38유로 짜리 입장권은 겨우겨우 손에 넣었으나... (약 51,600원), 그날이 내가 파리에 체류한 날 중에 가장 쌀쌀한 날씨였고, 추운 날 스타디엄에 들어가 앉지 못하고 외부 구역만 혼자 떠돌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 결국 resale로 다시 내놓고 가지 않았다. 나~중에 수수료 4유로를 빼고 34유로만 환불되는데, 씨티카드가 1유로 = 1309원이라는 본 적도 없는 최저 환율을 적용해서 적게 환불해줘서 열만 더 받게 됐다.👺 표를 구입할 때 병행해서 사용했던 다른 카드사는 환불 당시 더 올라있던 환율을 적용해서 더 많이 환불해줬는데 씨티카드는 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원하던 4강전, 결승 다 보고 행복하게 마무리 된 여행이었지만

'짜릿한' 경기는 현장에서 결국 못 본 게 아쉽다. 특히나 롤랑가로스 이후로 나달의 경기력은 여기저기 헤매는 중이라...



파리 도착 1주일 넘게 TV로만 나달 경기를 봄



몇 시간을 폰을 붙잡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내 것이 되지 않았던 16강전 입장권... 그 표가 만약 최종 단계까지 가서 구입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짜릿했을까 싶지만, '16강전 표 짜릿하게 구할래? 나달이 우승하는 거 볼래?' 하면 당연히 후자가 낫지 ㅎㅎㅎ.

작년에 그 자리에서 은퇴하는 걸 지켜볼 마음이 있었을 정도로, 우승하는 것까지 보고 온 마당에 더 이상 미련 없이 후련해졌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폼이 확 꺾여 화끈한 경기가 없으니 미련이 다시 스멀스멀 자라난다. 33살 쯤이면 당연히 은퇴할 줄 알았던, 곧 37살 선수에게 뭘 또 기대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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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에 벌어진 일이긴 했지만 인터넷 환경이 빠른 한국에 이런 '광클' 나 대신 해달라고 부탁해 볼 친구 하나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 날이 더 떠올랐다. 




 



 


28주 후...

 


지난 6월 파리에서의 마지막 하루.

미술관을 향해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마침내 '낭만의 도시 -파리' 를 느꼈다.

그전까지는 낭만의 도시라더니 대체 어디에서 낭만을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던... ㅎㅎㅎ


(사실 찾아가 보니 정기 휴관일이었던) 오르세 미술관 근처의 역으로 향하던 지하철에 악기 연주자가 탔다. 차분한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서울과는 다르게 창문을 열고 달리는 파리 지하철 밖으로 보이는 시커먼 지하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바람을 맞으며 '아, 이런 게 낭만인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내리기 직전에 동영상 카메라를 켰다. 

이게 바로 '여행객으로서 느끼는' 낭만이겠지. 파리 시민들은 너무 흔한 일이라 아무 생각이 없겠지만, 서울 지하철에는 뭔가 상업적 목적으로 타는 사람들만 녹음된 음악을 트는 곳인데, 그마저도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 

사실 테니스 대회가 끝나고 파리에 하루 더 체류했는데 별 의미가 없는 시간을 보내서 호텔 비용과 시간만 날린 것 같기도 했지만, 바로 이 순간 하나로 그 하루가 이상할 정도로 의미있게 됐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 곡의 제목은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짧게 촬영을 해뒀지만 주위 잡음이 너무 많아서 '소리듣기' 로 검색을 해봐도 제목이 검색되어 나오지 않았다.

들어본 적이 있는 곡이니, 어디선가 다시 들려오면 그때는 제목을 알 수 있겠지...했다.


그렇게 28주가 지나고...TV에서 나오던 남자 두 명의 여행 프로그램 배경으로 드디어 이 음악이 들렸다. 드디어 찾아냈다. I'm not the only one.


반전은... 

' 아, 이런 게 낭만인가'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가사 내용은 무척이나 아픈 내용이었다. 물론 내가 지하철에서 들은 것은 아마도 '오보에??'로 연주한 버전이라 가사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아본 가사 내용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들으면 거의 펑펑 울 것 같은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이 곡은 TV 광고로 인지도를 얻었다고 하는데 이제 곡의 제목을 알고 나서 그 광고를 다시 찾아보니, 가사와 다른 이 곡의 분위기 때문인지 광고에서도 안 어울리는 상황에 곡을 배경으로 쓰고 있었다. 남녀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 장면에 ....😓




   


bánh canh @ 파리 13구



우연으로 만난 음식 반깐.

4월초부터 5월말 파리 숙소 예약을 시작했지만 5월 마지막주 주말은 유난히 호텔 가격이 올라서 예약이 어려웠다. '대체 뭐지?' 
파리에 살다 온 친구에게 물어봐도 '방학인가?' 이 수준의 대답. 😐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마지막주 토요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있는 구장은 파리 북쪽인데도 파리 전역의 숙소가 난리 난리...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파리 남부 13구 끄트머리에 도착 첫날 숙소를 잡게 됐다.

숙소를 잡고 나서 지역 공부를 좀 해보니, 이곳은 아시아계 이민자가 자리잡은 지역이라고 한다. 서울로 치면 약간 '구로구'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주위에 아시아 음식점이 많다고. 처음에 숙소를 예약했을 때 어딘가 후기에서 '호텔 옆에 라오스 음식점 가보세요' 라는 글을 보고 약간 호기심이 생겼지만 딱히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착 첫날,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낯설어서 다른 식당 앞에서는 우물쭈물하다가 호텔로 돌아오게 되니, 결국은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편인 그 음식점 "Lao Viet"에 실제로 가게 됐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5개월 만에 구글 지도 사진을 찾아보니 간판에 한자도 써있더라. "寮越"[liáo yuè] - 각각 중국어로 라오스를 뜻하는 寮 , 그리고 '월남' 할 때 바로 그 '월' 글자 越. 라오스-베트남 음식을 동시에 취급하는 식당인가보다.

인기있는 음식점인지 사람은 바글바글했고 앉을 자리는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하시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다행히 나처럼 음식 포장을 기다리는 아시아계 여자분이 통역을 도와줬다. "Emporter" 라는, 나중에 내가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된 '포장' 용어도 그 분이 가르쳐줬다. 내가 "오늘 파리 도착 첫 날인데 여기서 음식을 포장해 가려고 한다"고 하니 그분은 왜 파리 중심부에 안 가고 여기에 온 건지 엄청 의아해했다. 아마 대림동 마라탕집에서 줄 서 있는 미국인을 만난 서울 사람 기분이겠지. 😁

겨우 소통이 되어 드디어 나에게 메뉴판이 주어졌다. 메뉴에서 익숙한 pho를 못 찾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맨날 먹던 거 말고 라오스 음식을 먹을 테야' 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아무튼 bánh canh 반깐이라는 이름이 붙은 국수 사진을 보고 그걸로 주문.






마침내 포장해서 호텔로 가져온 음식.
닭 육수 기반이고 선지가 들어있는 게 특이하다. 
맛은 무난한 예상할 수 있는 맛이었고, 여태 생각하던 베트남쪽 국수 면발과는 다른 면발이다. 그래서 당시 연락하던 파리에 사는 친구에게도 사진을 보내주면서 '라오스 음식 먹는다'고 자랑. 
프랑스 생활 10년 된 그 친구도 라오스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몇 달이 지나...이 'bánh canh'이라는 면이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반깐은 그냥 베트남 음식이다. 
으엥? 난 여태 그래도 13구에 갔기에 라오스 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왔는데,, 반깐은 그저 pho와는 다른 면발의 베트남 음식 종류일 뿐이라고?!?! 또한 bánh căn이라는 동글동글 구워서 요리하는 베트남 음식도 있었다.

하지만 더 조사해보니, 내가 먹은 국수의 조리법은 라오스의 khao piak과 더 비슷하다. 구글에서 조사해보면 'Khao piak sen' (sen= noodle)은 실제로 저렇게 쫄깃한 면을 넣은, 주로 닭육수를 기반으로 만든 면 요리라고 설명되어 있다. 마늘 플레이크가 뿌려져있지 않다는 점만 다르다.

반깐-라오삐악의 공통점은 저렇게 동글동글하고 어느 정도 쫄깃한 면(타피오카 사용)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베트남에서 반깐을 먹고 온 후기를 보면 대부분 '게' '새우' '도가니'를 넣은 국수이기에, 내가 파리13구에서 먹고 온 국수는 이름은 반깐이되 요리법은 라오스의 까오 삐악 까이(닭)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양다리를 걸친 lao viet인가? ㅎㅎ 어차피 두 나라가 국경이 붙어 있으니, 이 음식도 영향을 받은 음식이다. 

마늘 플레이크가 없어서 약간 모양새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까오삐악 먹어 봤다'라고 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어느 나라 음식이나 공통적으로, 별거 아닌 일상적 현지 요리가 외국에 진출하면 비싼 음식이 되지만 라오스에서는 2000원에 사먹을 수 있는 까오삐악 국수를 파리에서 13300원 주고 사먹고 온 사람 되었음. 🤗

난 면 요리를 꽤나 좋아해서 ⬇️아래 Noodles 태그를 클릭해보면 그동안 먹은 면들 나옴. 😋




그래도 살다 보면....





일찍 결혼해서 일찍 자녀를 낳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 운동선수 치고는 늦은 나이 (36세)에
 첫 아이를 얻은 나달이 '출산 휴가🧑‍🍼??'를 마치고 투어에 복귀, 현재 파리 마스터스 대회 준비 중.

중계 화면에 파리 풍경이 많이 보이니, 나도 5개월 전 떠났던 파리 생각을 또 많이 하게 됨.
"내가 응원하는 선수의 대회 우승을 실제로 현장에서 보게 되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기쁨을 얻었던 곳이라서 파리에 애정도가 높아졌다.
8년 전 여행에서는 파리보다 런던이 훨씬 좋았었는데.

그러면서, 8년 전에는 내가 눈앞에서 놓치고 온 것들을 이번에는 많이 실현했구나 싶다.





 

2014년에 정윤성 선수의 주니어 복식 경기를 보다가 사진을 찍어 놨는데, 수년이 흐른 뒤에 사진을 확대해보니 전광판에 루블레프의 이름이 있었다. 주니어일 당시에는 저기 전광판에 있는 4명 모두가 그 또래에서 쟁쟁한 급이었지만 8년이 흐른 지금은 루블레프만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아니, 내 눈앞에 루블레프가 있었다고??' 물론 당시에는 루블레프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때이긴 하지만 어째서 여러 장 사진 속에 털끝도 등장을 안 하는 거지?? 

유명하지 않았을 당시에 멀리서 찍어 놓았는데 나중에 확대해보니 그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인데, 내 눈앞에서 경기를 벌였을 루블레프가 내 카메라에 하나도 찍혀 있지 않은 게 섭섭했다. 주니어 선수들은 크면서 얼굴이 변하기 때문에 어릴 적 사진 발견하면 더 웃긴 법인데...






하지만 2022년에는 그 루블레프의 경기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강력한 포핸드를 구사하는 선수로, 힘주어 공을 날릴 때마다 내는 "Bweh~"라는
소리로 유명한 선수인데 그 소리도 직접 들었다. 📢📣







2014년에 멀리 지나가면서 목격한 사크레쾨르 성당.
당시에는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었지만 저 근처가 소매치기의 소굴이라는 소문에,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갈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라도 보면 됐지.






하지만 2022년에는 가까이서 이 성당을 지켜볼 기회도 얻었고...
비가 흩뿌리면서 관광객이 드물어진, 그래서 소매치기 방해도 없는, 조용한 길을 홀로 걷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기차를 타고 지나가며 멀리서 건물 끄트머리를 봤을 뿐인 베르사이유 궁전이었지만...






2022년에는 근처에 하루 숙박하면서 이틀에 걸쳐 돌아볼 기회도 생겼다.

코로나가 찾아온 첫해라 모두에게 암울했고 개인적으로도 힘들었던 2020년. 

그해 유일한 구원은... 코로나 탓에 기존의 6월이 아니고 10월에 열린 이례적인 롤랑가로스에서 여전히 나달이 우승했던 것이었다. 우승자들은 파리 시내 랜드마크를 돌면서 트로피 기념 촬영을 하게 되는데, 나달은 이미 13번이나 우승을 했기에 더 이상 갈 만한 데가 없어서 디즈니랜드까지 다녀왔을 지경이었지만, 2020년에는 또 새로운 트로피 샷 장소가 나왔다.




 저기는 어딜까....언젠가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구글 지도를 뒤져 장소를 저장해놨었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상황에선 언제 다시 여행이 편해지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장소에도 예상보다 이른 2022년에 가볼 수 있었다. 내가 코로나로 꽉 막힌 2020년에 얼마나 여기에 오고 싶었었는지, 감사하게도 그게 일찍 이루어진 것에 대해 푸근한 마음으로 사색에 빠지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는 없었다.

살다 보면, 이루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이룰 기회도 주어지긴 하는구나.



2014년에도 못 이루었지만, 2022년에도 여전히 못 하고 온 것은....

루브르나 오르세를 관람하지 못한 것.

너무 테니스에 방점을 찍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예약 가능 시기가 지났거나 하필 휴관일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가서 볼 수 있겠지?? 인생은 대부분 괴롭지만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재력의 차이를 느꼈을 때.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로 대기 시간 거의 없이 수천명 순서를 뚫고 들어가 예매에 성공했던 롤랑가로스 결승전.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낡은 폰으로 대기 순서가 뚫렸는지는 의문이다. ✌

가장 저렴한 category 3을 구입하니 맨꼭대기 자리였다. 입장해보니 내 좌측에는 중노년쯤으로 짐작되는 커플이 앉았었고, 우측 사람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상식이 끝나도 계속 남아 그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비해서 경기 종료 후 엄청 일찍 나가버린 것만 기억난다. 희미하게 남자로 기억되는데 그것조차 확실치는 않고, 그 옆에는 RAFA가 써진 티셔츠를 입고 혼자 온 처자가 있어서 경기 종료 후 가벼운 축하를 나누다가 시상식이 끝나갈 때쯤 서로의 인생 사진을 남겨주고 헤어졌다. 얼굴 들어간 사진 남기는 걸 주저했던 나를 사진 찍도록 부추겼던 그분, 지금 생각하니 새삼 고맙다. 






내가 앉은 쪽의 반대편에는 VIP석이나 기자석, 방송 중계 부스 등이 보였다. 파란 원 안에 중계석이 있다. 그래서 시상식도 저쪽 방향을 향해 진행되기 때문에 내 쪽에서는 우승자 뒷모습 밖에 안 보인다. 😰
중계석을 찍으려던 것은 아니고, 경기장 상단 롤랑가로스 로고를 남겨놓으려고 내 갤럭시 저가 기종 폰 카메라 줌으로 당겨서 찍었더니 결과물은 이 정도.






그런데...
내옆의 아줌마는 본인 폰으로 줌을 당겨 저 중계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하고 계신 거 아닌가 👀 

나도 흘끔흘끔 그 아줌마의 폰 화면을 훔쳐보면서 기술력에 감탄했다. 이렇게 큰 경기장의 반대편에 앉은 사람 얼굴이 보이다니😲. 롤랑가로스 메인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스포츠 스타디엄으로서는 수용 인원이 그렇게 많은 곳이 아니지만, 테니스 코트로서는 선수들 뒷공간이 가장 넓은, 세로로 긴 코트 중 하나로 알려진 큰 경기장이다. 놀람과 동시에 같은 꼭대기자리에서 빈부격차를 느꼈다 🤣. 나는 저런 폰 언제 사보지? 난 대부분 출시 2년 정도 지난 모델만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써왔으니...


1세트가 끝난 시점이었나... 경기장 한 켠에 자리잡은 관악단이 어떤 노래 연주를 시작했고 옆자리 그 커플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가... 예를 들면 española ~ española~ 이런 식으로 스페인어임이 확실한 노래였다. '이 옆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인가?!?' 그러면서 나는 오후 3시가 되도록 점심을 먹지 못해 매점에서 사둔 샌드위치를 베어물었고, 말 한마디 없던 옆자리 아줌마가 갑자기 Bon Appétit 라고 하신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당황했는데 내 입에서는 갑자기 "Gracias~" 가 먼저 튀어나왔다. 그리고 우물쭈물 "thank you"라고 했다. 그분에게 내 답인사는 접수가 안 되는 듯 했다. 스페인 사람은 아닌가봐. 난 그저 우물거리는 무례한 사람, 혹은 대화하기 싫어하는 동양인 됨.ㅎㅎ gracias 정도를 모를 것 같지는 않지만 아마 파리에 있는 동양인 입에서 thank you도 아니고 merci도 아니고 제3의 언어가 튀어나온다고 기대를 안 했으면 들리지도 않았을 듯했다. gracias했을 때 반응이 '으응?' 정도라서... 
그냥 merci하면 되는데 왜 gracias 먼저 나왔는지? ㅋㅋ 스페인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튼, zoom 기능이 엄청 향상된 최신폰 이야기를 보다가 갑자기 이날의 일화들이 떠올라 끄적여보았다.






한 줄기 위안




나는 머리 속 기억을 화면 그대로 떠올려서 잘 남겨놓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그게 사라져서 절망했다. 나이가 드는 것에는 순응을 해야 되는데 사실 노화의 증거가 훅 하고 들어오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https://twitter.com/buitengebieden/status/1541165467829690368?s=20&t=mDl3fsLWcr7zocKohUd47Q 




영상 너무 귀여운데 왜 재생이 안 되는지 모르겠네. 다른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올리는데...


 



그런데 오늘... 트위터에서 우연히 오리 가족의 도심 횡단 영상을 보게 됐는데....스쳐지나가는 이 배경이 너무나 낯익은 것이다. 

저번 여행에서 주로 파리 남동부에 체류했고, 단 하루 가서 묵었던 파리 북동부, 17구의 모습과 너무 유사했다. 사실 파리 풍경이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그래서 간판 등으로 거리 이름을 찾아내서 구글 지도로 대조한 결과.

저 영상 속 거리는 내가 그 17구 호텔을 버스타고 지나가면서 본 곳이 맞았다. 그때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본 언저리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확히 그 버스가 지나간 길이 맞는 거였다.

예전처럼 모든 기억을 머리 속에 잡아 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보고 지나간 길이 머리 속에 박혀있다는 게 신기하네.


  




2022 롤랑가로스 나달 우승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요인





6월 3일 라파 나달 생일날의 4강전.
이제 입장만 했을 뿐인데도 관중석에서 울려퍼지는 응원 "Rafa!! Rafa!! Rafa!!"

예전같으면 랭킹 1,2위 안에 머물러 있던 나달이 늘 나중에 입장했지만, 요즘은 나달 랭킹이 낮아져서 순위 높은 상대 선수보다 먼저 입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다음에 입장해야 하는 선수는 랭킹이 더 높은 선수라도 이미 Rafa!! 응원으로 가득한 경기장에 상당한 압박감을 받으며 입장하게 된다. 안그래도 뭐 필립샤트리에에서의 나달과의 대결이라면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지구상 단 한명도 없는데.... (작년만 해도 이런 식으로 쓰는 걸 경계했는데, 이건 정말 이번 2022 롤랑가로스를 보내고 나니 확신을 갖게 됐다. 위축되지 않을 선수는 없다. '아닌 척' 할 선수는 분명히 있겠지만)  


이 열광적인 응원은 나달에게 힘이 필요할 때마다 경기 중간 중간 계속 됐고

준결승전 1세트의 어떤 게임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상대 선수가 기가 눌리면서 나달이 브레이크해낸 것 같은 느낌을 주던 게임도 있었다. 관중 모두가 힘을 합쳐 한 게임을 가져오는 것 같던 그 느낌.


물론 내가 나달 경기를 처음으로 끝까지 지켜본 것이 윔블던 '결승전'이었고 - ATP 10위권 선수라 해도 평생 못 밟아보고 은퇴할 수도 있는 - 그 위치에 어릴 때부터 선 선수라서 나달에게 '언더독' 타령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경기를 처음 지켜보던 10여 년 전에는 페더러라는 견고한 벽이 있어서 나달은 '그의 커리어에 훼방을 놓는 존재'쯤으로 치부되며 악역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선수가 경기장 전체를 채우는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개무량했다. 이 일방적인 응원에, 다른 선수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며 핏대를 세우는 안티들도 있던데... 그 설명엔 그저 단 한 마디만 필요하다. "He earned it." 라파도 이런 응원을 처음부터 받은 것이 절대 아니었으니까.


5월에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다짐했던 말, C'est Mérité. 





 



 


경기 중 화장실 갔다 온 날




명경기가 될 뻔 했던 2022 롤랑가로스 4강전.
나달:즈베레프

무려 91분간의 1세트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91분이었다. 보통 91분이면 3세트 경기 전체가 끝나기도 하는 시간인데 1세트에만 이 정도 소요됐다. 2011년 9월에 멈춰있었던,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은 행복했던 시간"을 거의 11년 만에야 경신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 이런 경험도 가능하구나" 하고.






1세트는 그렇게 대단했고 즈베레프는 다 잡았던 1세트를 놓쳤다.
2세트 시작 즈베레프의 게임을 나달이 브레이크하면서 난 이제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 나달의 일방적인 공세가 시작되어 매치가 일찍 끝날 줄 알았다. 1세트를 다 잡았다가 놓친 즈베레프가 그 아쉬움에 정신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충 치다가 말 것 같아서.




귀국한 뒤 경기를 다시 봄. 
아마 모든 사람들이 딱 이 지점 40:15 까지는 그렇게 경기가 술술 풀릴 줄 알았겠지....

하지만 멘탈 와르르 예전의 그 즈베레프도 아니었고, "자기애의 황제"인 즈베레프는 '자기와 실력을 견줄 만한' 랭킹이 높은 선수와 만날 때는 악에 받쳐 잘 싸운다(내 생각). 경기장에서 나도 잠시 깜빡했지만, 즈베레프가 자주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를 내려놓는 경우는 상대가 약체일 때다. 즈베레프는 '수준이 맞는 상대'와 경기할 때는 훨씬 열심히 한다. 꼭 '이 정도 수준은 되어야 내가 열과 성의를 다 하지' 이런 느낌? 이건 내가 또 한 명의 '자기애 환자'라고 생각하는 키리오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키리오스는 전체적인 실적에 비해 랭킹 높은 선수들과 상대 전적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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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2세트는 예상 밖 브레이크의 향연으로 승부 공방만 길어지고 흐름은 묘해지고 있었다. 경기장 현장에서 나도 '3시간이 되도록 2세트를 못 끝내면 이거 이 경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하고 있었다.


2세트 3:4로 밀린 상황에서 또 브레이크당하는 나달





2세트도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 시간 2시간 37분째



중계 화면을 빌리자면, ⬆️이 2세트 즈베레프 5:3 서브 게임 시작 직전에 난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원래 선수들의 end change (행해진 게임 숫자 합계 홀수) 시간 빼고는 관중 움직임이 없도록 입구에서 차단하고 있지만, 들어오진 못해도 "나가는"사람에 한해 막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애초에 나도 화장실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보다 안쪽 좌석에 있던 사람이 나가길래, 나도 서둘러 따라 나섰다. 

십수만 원을 내야 하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 좌석도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 수준 간격이기 때문에 누군가 화장실에 가면 다들 우르르 일어나거나 다리를 틀어 비켜줘야만 한다. 다른 사람 따라 나가면 그나마 덜 민폐.

내가 나가기 직전 게임을 또 나달이 브레이크 당해서 즈베레프의 5:3 '서빙 포 세트' 상황에 도달했기에, 나는 '서브 강한 즈베레프에게 이번 세트는 넘어가겠네 뭐'하고 일단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1세트 끝나고 지켜보니 많은 사람이 화장실 해결 혹은 먹을 것을 사느라 나갔고,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줄이 길어져 해야할 일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2세트 몇 게임을 놓친 뒤에야 겨우 돌아오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행해진 게임 숫자 합계 홀수로 끝났을 때만 (선수들 엔드 체인지 시간을 틈타) 입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밖에서 화장실 줄을 서다 보면 2세트 1게임 끝났을 때는 들어오기 어렵고 한~참 시간이 흘러 2세트 3/5게임이 끝났을 때에나 사람들이 다시 들어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전까지 ' 이 사람 벌써 집에 갔나??' 싶게 긴 시간 동안 옆자리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한참 만에 대회 공식 음료인 '페리에' 한 병씩 들고 다들 돌아오는 거였다. 매점 이용률 높구만. 
그래서 난 인파를 피해 세트가 종료되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밖에 나가니 역시나 한창 세트 진행 중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호닥닥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경기장에 입장하려 기다리고 있으니 환호 속에 게임 끝나가는 중. 으응? 사실 관중 환호는 나달이 잘 해야만 나오는 건데?? 





화장실에 다녀오면 즈베레프가 5:3에서 게임을 가져가서 6:3으로 세트도 마무리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안 보는 단 한 게임 동안 더블 폴트 3개를 관중들에게 선사하며 그대로 게임을 헌납, 그저 5:4가 됐던 것이다. (물론 경기장에서는 상황을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그 자세한 스코어는 몰랐다가 나중에 찾아보고 더블폴트 퍼레이드를 알게 됐다.)

물론 경기장에 남아있었다면 포기에 가까웠던 5:3 상황에서 5:4로 따라붙는 실황을 목격해서 열광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명장면을 놓친 게 아니라 즈베레프의 고질병인 더블 폴트 향연만 놓친 셈이니 다행이기도 했다. 

스포츠에선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 온갖 징크스와 루틴의 틀에 갇혀 사는데, 앞으로 뭔가 즈베레프가 '불필요하게' 너무 잘 한다 싶으면 난 화장실로 가야 하나 ?!?!

이 경기는 막판 즈베레프의 부상으로 2세트도 못 끝내고 종료되었다. 행실 때문에 즈베레프를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이 경기를 기점으로 '너무' 미워할 순 없게 되었다. 큰 부상에 나도 모르게 꽤나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응원해줄... 게.


이 날은 경기 시작 전 갑자기 비가 쏟아졌고 roof를 덮은 채 경기가 진행됐다. 나중에 날이 개었지만 경기 중에 지붕을 다시 여는 일은 없으니, 선수 둘다 엄청난 땀을 쏟아내며 거대한 온실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그게 즈베레프 부상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를, 지붕 덮인 필립 샤트리에 안에서 경기를 관람한 날이 되었다. 경기장에 (특히 상층부) 앉아 있으면 지붕 위로 타닥타닥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다. TV 중계로는 알 수 없었던 경험들.






이비스 스타일스 파리 꺄데 라파예뜨 ibis Styles Paris Cadet Lafayette

 


이 호텔은 오페라지역 근처이고 파리 북역도 도보 거리인 파리9구에 위치해 있지만 작은 규모 때문인지 가격대는 아주 높진 않은 편, 좀 일찍 €100 미만일 때 예약해놓았다. 이번 파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데, 공항으로 떠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에 있는 호텔이다. 

북역 근처이니 유로스타 타고 런던가기에도 좋아서 마일리지로 런던발 인천 귀국을 예약해서 추가로 영국 여행도 하는 것을 고려해봤는데, 원래 Heathrow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은 세금이 너무 너무 비싸서 돈 아까워 포기했다. 마일리지 항공권 세금이나 다른 항공사 편도 귀국 발권이나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수십만원 내는 것은 마찬가지라 전혀 예산 절약도 안 되는데 수십만원 지출에 추가로 애써 모은 35,000마일까지 없어지는 셈이 되니, 그냥 이번엔 돈 주고 사고 35,000마일은 남겨두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이었다.


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7호선 Poissonnière역으로 1번 출구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7호선 타면 갤러리 라파예뜨 같은 백화점과도 금방 연결된다. 이 역 기준으로 동쪽부터 10구가 시작되어, 바로 악명높은 파리북역 부근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가 예전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갑자기 파리에 갔다가, 이 부근을 아무 생각없이 혼자 걸어서 별탈없이 유로스타를 탔던 기억 때문에 이 지역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심.

2011년과 2012년에 방콕에서 all seasons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데 예약 시 조식과 무료 와이파이가 포함되는 브랜드였다. 10년 전에는 호텔에서 인터넷 연결에 시간당 or 하루당 따로 돈을 받았었기 때문에 '무료 와이파이'를 장점으로 광고할 수 있었다. Accor에서 2010년대 초반 all seasons 브랜드를 없애면서 그 호텔들이 ibis Styles가 되었고 조식/와이파이 포함 개념도 물려받았다. (요즘은 '무료가 아니면 말이 안 되므로'ㅋㅋ 와이파이 무료를 브랜드 특성으로 광고하는 호텔은 없다😂) 




tripadvisor에서 Rendik님이 2011년에 남긴 사진을 보니, 이 호텔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올시즌스였나보다. 10년만에 보는 저 간판.. 왠지 반가움.


1시 넘어 도착하니 방을 주긴 주는데 내 방앞에 양동이를 놓고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었다. 



이런 방 밖에 없냐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고쳐준다고 한다. 옆의 조식당에서 차나 커피를 마셔도 된다고 해서 한 잔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좀 짜증이 남. 곧 고칠 수 있다면 나중에 올 사람에게 이 방을 주면 되는 거지, 왜 일찍 온 나한테 줌?? 알고 보니 이곳은 체크인이 2시라고 한다. 여태 갔던 파리의 이비스/이비스 스타일스의 체크인 시간이 모두 12시였기 때문에 여기도 그러려니...하고 내가 정규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왔기 때문에 방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이었다. 몇 분 뒤에 청소가 완료된 다른 층의 방을 받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외출하면서 리셉션 직원에게 내가 체크인 시간을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이미 알고 왔지만 8-10m² 정도의 매우 작은 방. 그래도 뭐 혼자 하는 여행이라 불만은 없고, 작은 스툴 2개까지 있는 것을 보니 이 작은 방에 별걸 다 챙겨넣었다 싶다. 





침대 발치에 보이는 작은 테이블도 뭔가를 먹거나 어떤 것을 적거나 할 때 좋았다.
좁은 방에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셈.
10년 전 후기에 나온 사진이나 지금 방의 모습이나 카펫 교체 외에는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10년 이상 리노베이션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세월에 비해서는 깨끗하게 유지된 편이다.




앞쪽 골목 건너편으로 창이 난 방은 좀 더 파리 느낌이 나서 더 좋을 같은데, 가격이 저렴한 싱글룸은 그저 뒷 건물로 막힌 뷰의 방이다. 더블룸엔 그래도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이 있는 듯 하다.



여태 '풀북이라더니 이 호텔에 나만 혼자 있나??' 싶은 조용한 호텔에만 있다가 왔는데 이 호텔은 사실상 고시원 느낌. 옆방 TV 소리도 다 들리고 분리된 샤워부스라고 할 것도 없이 물이 바닥 전체로 떨어지는 작은 화장실 뿐이다. 하지만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어, 차라리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막혀 있는 구조가 덜 답답하고 나아 보일 정도였다.

이 호텔은 엘리베이터 크기, 샤워부스 크기나 변기의 위치 등을 생각하면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은 이용하기 좀 힘든 호텔임을 고려해서 예약해야 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위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한국인을 위한 스세권 - 도보 5분 거리에 스타벅스까지 있다) 이번처럼 100유로 이하일 때는 머무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좀 아깝긴 하다. 근처에 여러 종류의 식당도 많고.. 이용하진 않았지만 한식당도 몇 개 눈에 띈다. 호텔의 아침 식사도 무난한 이비스 스타일스의 아침 식사. 여기는 그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머무르면 가격 대비 만족을 얻을 수 있다.

 Sacré-cœur몽마르트르까지 도보 20분, 북역까지 도보 10분 거리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Roissy bus가 서는 정류장 코앞까지 8-9분만에 가는 45번 버스 정류장이 도보 3분 정도라서 마지막날 머무르기엔 좋다. 사실상 여행 마지막날은 이미 '공항에 가는 것과 짐 정리하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좋은 숙소에 머무를 필요도 없는 날이기도 하다.

교통앱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까지 늘 8-9분 소요로 나오던 45번 버스 이동이 도로 정체로 20분 걸리기도 했으니 공항에 갈 때는 역시 여유있게 움직여야 한다. 내가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하니 다들 교통 정체를 경고했었는데 파리를 떠나는 마지막날 오전 11시에 드디어 정체를 경험해봤다. 사실 호텔에서 roissy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가도 21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짐을 끌고 20여분을 걸을 수는 없어서 버스를 택했지만 버스 안에서 20분을 보내게 됐다.


근처에 있는 약국에서 20유로를 내고 손쉽게 안티젠 검사를 받았고 20여 분?? 만엔가 결과를 받았다. 호텔 이메일 주소로 결과지 첨부파일을 보내니 호텔에서 무료로 출력해줬다. 2022년 6월 기준, 불어로 된 음성 결과지로도 무사히 한국 입국했다. 사실 Q-CODE에 첨부파일을 업로드하면 되므로 결국 종이는 필요없긴 했는데 일단 규정이 있으니...

예전에는 소음은 잘 견디고 냄새에 예민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소음도 못 견디겠다. 아침이 되자마자 옆방에서 티비를 켜니 그 소리가 웅얼웅얼 다 들려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이 낡아가는 호텔은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이번 파리 여행에서 계속 "성남"쯤 되는 지역에서 머무르다가 비로소 '종로/중구' 귀퉁이에 입성해서 그런가보다. 🤗 오페라 지역에서의 거리나, 공항에서 오는 RER B역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파리 도착 첫날 숙소로도 좋을 것 같다. 도보 가능 거리 내 동네가 '파리'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 


구글지도 Randolph Hirsch 사진. 더블룸 예약해서 이쪽 창문 방을 받으면 훨씬 나을 것 같다.


나는 도착 첫날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영향으로 호텔 가격이 엄청 비싸던 시기였던지라,  파리 끄트머리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통역을 도와준 사람이 '파리 첫날이라면서 도대체 이런 지역에는 왜...???'하고 내 선택을 엄청 의아해했었다.😃 그 사람은 '오늘이 한국 여행 첫날이라면서 대림동에서 마라탕 사먹으려고 줄 서 있는 미국인'을 보는 서울 사람같은 의아한 기분이었겠지 ㅎㅎ.

살 것이 있어서 북역을(다들 조심하라고 하는 지역)두 번이나 걸어갔다 왔는데  파리의 다른 지역과 차이점은 크게 못 느꼈다. 거기선 다들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만 빼고는. 그래도 끝까지 정신 놓지 않고 아무 것도 안 잃어버리고 여행을 마쳐서 정말 다행이다. 운나쁘게 뭔가를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리게 되면 그 나라/그 여행 전체의 인상이 나빠지는 법이니... 



이 호텔 앞길은 다리? 육교?가 가로지르고 있어서 좀 독특하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배경이 될 수 있다.




코트야드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2019년에 중국 여행 숙박 포함 23만원 정도 쓰고 받은 Marriott 25,000포인트 상당 호텔 무료 숙박권이 있었는데 원래 유효 기간은 2020년 4월까지였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여행이 불가해지자 Marriott에서 몇 차례 유효 기간을 연장해 준 끝에 최종적인 유효 기간은 2022년 6월 30일이 되었다.  

해외여행 길이 막혔는데, 서울에서 25,000포인트 무료 숙박 호텔은 모두 별로라서 숙박권을 2019년 4월에 받은 이후 3년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쓰면 St. Regis나 Ritz Carlton에 갈 수 있는데 서울에서 courtyard나 Aloft를 전전하자니 너무 비교되어 아까웠다. 2019년에 중국에서 쓰고 돌아왔을 걸 하고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게다가 메리어트가 2022년 3월 29일부터 25,000포인트 같은 획일적인 무료 숙박 조건을 폐지하고 유동적 포인트 제도로 바꿔서, 날짜에 따라 요구 포인트가 변하니 계획을 짜기가 어려워졌다. 

그후 파리 여행을 하게 되어 검색을 해보니 21,000 - 23,000포인트가 필요한 몇몇 호텔이 보였다. 물론 파리 시내가 아닌 근교 도시 위치지만, 파리는 차라리 변동 포인트제 덕에 내가 이익을 보게 된 곳으로 예전에는 파리에서 25,000포인트로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40,000포인트를 Moxy의 11m² 좁아터진 방에 써야 하는 곳이 파리. 


Marriott 무료 숙박지 중에 롤랑가로스 경기장과의 거리 때문에 선택한 곳은 Courtyard Paris Porte de Versailles. 베르사이유 궁전과는 관계가 없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대부분 숙박하게 되는 Issy les Moulineux에 위치해 있다. 사실 파리 순환도로가 지나가는 시 경계선 근처에 있기 때문에 1분 걸어가면 파리 15구다. 2019년 12월에 신축으로 오픈해서 파리에서는 상당히 새 호텔에 속한다(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지 않는다는 뜻😁). 게다가 호텔 오픈과 코로나 시기가 겹쳐서 여행자가 평소보다 드물었을 테니 때를 덜 탔을 듯한 느낌도 있다. 롤랑 가로스 기간 중 취소 불가 가장 싼 요금이 23만원 선으로, 23만원 쓰고 받았던 숙박권으로 다시 23만원 짜리 숙소를 무료로 이용하게 되니 알차게 잘 이용하는 셈. 

IHG는 포인트 숙박 시에 아무 안내가 없었지만 체크아웃할 때 도시세 2.88유로를 결제했던 것과는 반대로.... 여기 코트야드는 포인트 예약 시에 줄기차게 세금에 대한 안내가 나왔지만 정작 체크아웃할 때 그냥 가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 정류장은 지하철 12호선/트램 2호선 Porte de Versailles역으로, 도보 5분 정도 걸린다. 여기는 서울의 코엑스같은, 대형 전시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트램 2호선일 경우, 내려서 어두컴컴한 다리 밑 대로를 건너 호텔에 걸어오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다음 트램역인 porte d'Issy역에서 내리면 도보 4분 정도. 파리는 시 자체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대중교통 정류장간 거리가 가까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호텔 옆옆 건물이 까르푸시티 수퍼마켓이라 장보기 편하다. 농심/오뚜기 이런 류는 아니지만 한국 맛과 똑같은 컵라면(Mr.Min)도 팔고 있으니 참고. 한국인이 많이 사는 파리 15구 바로 건너편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도 파는 게 아닐까 짐작함.

스탠더드룸 22m² 정도로 파리 경계를 벗어났기 때문인지 방도 넓은 편이다. 사실 서울에서 4성 호텔이 22m²면 좁다고 불만이 나오는데 파리에선 넓은 방으로 분류된다 ㅎㅎ.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인데도 '에펠탑 전망'이라며 에펠탑 스위트를 보유하고 있던데 에펠탑이 얼만큼 보이는지 궁금. 호텔 근처에서 출발하는 80번 버스를 타면 20분이면 에펠탑 부근에 도착한다.



가장 무난한 호텔이라 생각하고 가장 마지막 롤랑가로스 결승일에 예약해 둔 이 호텔이 사연 많은 호텔이 되었다.


준결승 때 체크인을 못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경기장에 가야했기 때문에, 결승날엔 얼리 체크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marriott에는 아무런 엘리트 등급이 없었고 내가 요구해도 받아들여 질 것 같진 않았다. 준결승 때 점심을 먹고 경기 시작 시간 맞춰 경기장에 가보니 입장하는데도 사람이 몰려 엄청 오래 줄을 서야 했고, 대회 막바지에 이르자 기념품샵도 건물 밖에까지 줄이 늘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결승날은 재빨리 점심을 챙겨먹고 경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줄 안 서고 티켓을 받은 뒤에 기념품샵에서도 쾌적하게 뭐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courtyard 숙박 전날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자, 당일 아침 일찍 너의 방이 준비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으하...너무 기쁘다. 일찍 체크인하고 경기장에 가야지.


체크인할 때 "너 포인트로 예약했구나. 너의 loyalty에 감사" 라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방에 올라가보니.... 또 커넥팅룸이었다. 아휴, 바로 어제 커넥팅룸에서 "Lorenzo~" 를 찾는 옆방 아재의 목소리를 바로 옆사람이 말하는 것같이 듣다 왔는데...😖 다시 내려가서, 커넥팅룸 문 사이에는 언제나 틈이 있고 그 사이로 소리가 샌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니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솔직히 맨날 "풀북이다" , "바꿔줄 방이 없다" 라고들 하지만 방이 있는 거 다 안다. 그런 것에 비해서도 엄청 오랜 시간 계속 키보드만 두드리더니, 한참 만에야 새로운 룸 키를 내놓았다. 그런데 올라갔더니... 이게 뭐야? 또 커넥팅룸이다. 😡 가방을 줄줄 끌고 다시 로비로 내려갔다.

"뭐냐? 또 커넥팅룸? 오늘밤 내 옆방에 아무도 안 들어온다는 걸 보장해야만 난 여기에서 숙박할....."

웃기게도 직원이 이미 준비해뒀다는 듯이 곧장 키 카드를 내민다. "이 방은 커넥팅룸 아니야."

진짜 장난하나. 그러면 진작 이 방을 줬으면 되잖아?


어휴.... 분노를 삭이고 다시 올라왔더니 나름의 업그레이드는 해준 듯 하다. 이전 방에는 없던 욕조가 있고 세면대가 두 개 있는 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느라 1시간 가까이 지체되어서 결국 점심을 못 먹고 쫄쫄 굶고 롤랑가로스 경기장에 갔다. (롤랑가로스 내 매점 줄까지 엄청 길어져 엄두를 못내다가, 나중에 경기장 꼭대기 매점에서 샌드위치를 사기 전까지 배고파서 진짜 고생함 ㅜㅜ )


새로 생긴 호텔이라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덕분에 욕조 목욕을 해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었지만 체크인 때 이런 일이 생기니 인상이 좋을 수가 없다. 파리의 4성 호텔에는 꼭 뭔가 하나씩 없었던 냉장고, 커피포트(캡술커피 외에 추가로), bathrobe, 1회용 슬리퍼, 와인 오프너까지 전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크인 직원이 인상을 다 망쳤네.

방을 일찍 받았는데 뭐가 불만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세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한 게 기존의 체크인 시간과 안 겹쳤기에 그 정도인 거지, 만약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체크인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한 번 내려왔을 때마다 수십분씩 줄을 서서 결국 1시간 넘게 지체되었을 수도 있다. 😑 다들 줄서 있는데 새치기를 할 순 없는 일이니 나도 다시 줄서서 세 번을 기다렸을 거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 호텔 후기를 보면 요즘 '체크인 하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다' 이런 후기가 꽤 보인다. 

또한 "4일을 머물렀지만 청소 한 번 제대로 안 해줬다"류의 후기도 꽤 보이는데 많은 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상태로, 항공사/호텔이 코로나 때 줄였던 인력을 미처 확충하기도 전에 여행객들이 다시 늘어나서 여행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다. 하지만 이 호텔은 1박에 30-40만원 받는 곳, 이런저런 핑계 대신 거기에 걸맞은 노력을 했어야 한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이 호텔 후기가 콱 박힌다. " Happy to charge clients a high price but not employ enough resource to service." 말투가 '돈은 돈대로 비싸게 받아먹고 직원 채용할 돈은 없냐" 딱 이 느낌. 


대부분 파리 시내 중심부 관광을 위해 파리를 방문하기에 이 호텔을 외곽지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시*컨벤션 등을 위해 파리에 방문한다면 Porte de Versailles 전시장을 바로 근처에 둔 이 호텔은 그 방문 목적에 잘 부합하는 곳이다. 그런 출장 수요를 노린 것인지 도로 뒤쪽으로 꽤나 크게 지어져있으며 긴 복도로 이어진 꺾어지는 구조로, 밖에서 보던 건물 크기보다 한 층에 방이 굉장히 많은 호텔이다. 구불구불 복도를 돌다가 깜짝 놀랐다.



일찍 내 방을 준비해준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정오가 되기 전임에도 커넥팅룸 키를 두 번이나 나에게 내밀 수 있었던 건 그 방이 인기없고 보통은 비어있는 방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방 교체 소동만 아니었으면 롤랑가로스 결승전날 얼리체크인으로 완벽하게 기분 좋은 호텔로만 남았을 텐데 나도 아쉽다.





↑7층 갔다가 6층 갔다가 마침내 5층... 세번째로 받았던 방. 기본에 비해 욕실 시설이 좀 더 좋다.



숙박 후 courtyard에서 보내온 feedback 양식에 자세하게 써서 보냈더니 나름의 긴 답장은 보내왔다. 자기들은 Connecting room 사이의 방음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정기적으로 테스트를 한다고. ('정기적'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소음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뭐 녹아내리는 소재의 방음재라도 쓰는 건지??🧐) 하지만 또다시 커넥팅룸을 준 직원 실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나에게 커넥팅룸을 배정했다는 사실보다 두번째에도 커넥팅룸을 줘서 6-7층을 왔다갔다 하게 만든 것에 대한 불만 feedback이었는데.

"I would like to bring to your attention that we are extremely careful regarding the insulation of our connecting rooms which have two doors to avoid the sound diffusion. We also regularly test the good insulation between our communicating rooms."

몇 분 테스트 해보는 거 말고 하룻밤 내내 머물러봤냐고 물어보고 싶네. 🧨 룸 업그레이드 대처가 훌륭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더 이상 이의 제기는 안 할 거지만. 

나도 이전 호텔에서 밤 9시에 갑자기 옆방 아저씨가 "Lorenzo~ 내 방으로 와라. 너 어디냐" 타령을 5분 넘게 하기 전까지는 그 방 방음이 완벽한 줄 알았었지...🤦‍♀️ 엘리베이터 바로 옆방인데도 엘리베이터 소리조차 안 들리던 방이었기 때문에.







롤랑가로스/파리 여행 후 짧은 생각



* 인증/자랑은 인류의 본능이다.
롤랑 가로스 경기장은 관람을 위한 그 수직적 높이 때문에 내 아래 앉은 사람들 좌석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는데, 다들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 페이스북/인스타에 올리고 경기 틈틈이 댓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적 나이 불문인 듯.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분들도 경기 중에 소셜미디어 확인 많이 하더라. 매치 포인트나 세트 포인트에 돌입하면 대부분 영상을 찍는다.

* 직관이라서 놓치는 상황도 오히려 많다.
4강전에서 꽤 큰 선수 부상이 있었는데 내 좌석쪽 사각지대에서 벌어져 TV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늦게 알아차림. TV 중계는 마이크로 현장음을 잡기 때문에 선수의 고통이 소리로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는데, 현장에선 그것까진 몰랐음. 그때까지 너무나 얄밉게 잘 하던 상대방이었고, 행실 때문에 애증이 교차하던 선수였는데 부상앞에서는 그런 미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현장에서 알게 되고 나선 (나 자신이 신기할 정도로) 너무 슬프고 마음 아팠다. 
직관이라 해도 좌석의 위치가 중요한데 4강전 내 자리 같은 경우도, 부상을 일찍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 공을 받는 선수가 잘 안 보이는 자리였다. 나달이 우승한 2022년 호주오픈 매치 포인트를 보면 공이 떨어지는 곳과 가까이 앉은 관중들로부터 순차적으로 환호가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경기장 안에서도 각자 다른 시간에 결과가 접수되는 것이다.

* 프랑스 공중파 TV는 롤랑가로스 저녁 경기 중계를 안 한다.
파리에 있다고 해서 모든 롤랑가로스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료 채널을 구독하지 않는 한, 호텔에서 TV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day session 경기 뿐이며 나달:조코비치 경기일지라도 night session은 중계하지 않고 정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이 경험 덕분에 이번 CNN 인터뷰에서의 나달 답변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여자 경기를 왜 (main match인)나이트 세션에 많이 배정하지 않냐고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여자 경기가 데이 세션에 더 많이 배정되니 더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어 공평하지 않느냐" 라는 내용. 프랑스 티비는 롤랑가로스 저녁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됐기 때문에 이 답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됐다. 입장권을 구매하거나 유료 채널을 구독하지 않는 한, 파리에서는 나이트 세션에 대중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 프랑스 빵이 맛있는 건... 기분 탓이다.
파리 여행와서 행복감과 사랑에 충만해지신 블로거 많이 봤는데 다들 빵이 "어쩜 이런가요" "호텔 조식 크르와상도 남달라"라고 해서 기대했다.
하지만 뭐가 다른진 잘 모르겠던데... 내가 애초에 빵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서일 수도 있고.
프랑스 빵이 유난히 맛있는 건 현재 당신의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 의외로 조용한 파리 호텔
내가 예약한 호텔은 대부분 풀부킹이 되었고 체크인할 때도 꼭 몇 팀은 마주쳤고, 또는 사람이 많아서 심각하게 오래 대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호텔 방 안에 들어가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풀북은 거짓말이고 꼭 호텔에 나만 있는 것 같은 느낌. 파리 근교 호텔 9개 정도를 옮겨다녔는데 대부분 그랬다. 방음 공사를 잘 하는 건지, 조용히 숙박하는 건지.. 다들 조식 때가 되면 어디서든 다 나오긴 하더라만 :)
10m² 방 넓이에 옆방 티비 소리가 다 들리던 마지막날 호텔을 빼면 다들 너무나 조용해서 신기했다. 



트라이브 파리 바티뇰르 TRIBE Paris Batignolles

 

한국에선 갈 수 없는 호텔 브랜드에 도전해보자 하고 예약한 호텔.

트라이브는 호주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2020년 10월말 유럽 지역엔 최초로 이곳 파리 바티뇰르에 오픈했다. 아시아권에는 2022년 4월 발리에 최초 오픈해서 아직 아시아에서는 좀 생소한 브랜드다. 소개를 보면 '합리적인 가격의 디자인 호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로서는 Grand Mercure - ibis - Mgallery - Pullman - Novotel - ibis Styles - Mercure - ibis Budget - Mondrian에 이어서 10번째로 방문해보는 Accor 브랜드.


파리 17구.



예전에 Abrial hotel이었던 곳을 2020년 10월에 새로 단장해 문을 연 곳인데, 2022년 6월 시점까지도 신용카드 명세서에 여전히 Abrial hotel로 표시됨.

이 호텔의 방 종류는 두 가지인데 거리쪽으로 창문이 난 방과 뒤편 정원쪽 창문이 난 방이다.(17m² 동일) 그런데 거리쪽이 더 싸고 정원쪽 방은 약간 더 비싸다. 정원 전망에 뭔가 장점이 있나보다. 그런데 정원쪽으로 창문이 있으면서도 넓이가 13m²인 싱글룸은 거리쪽 방처럼 약간 더 저렴하다. 나는 혼자 다니니까 넓지 않아도 되어서 좀 더 저렴하게 정원 전망을 볼 수 있는 절충형(?)인 작은 싱글룸을 골라 예약했다. 

하지만 도착과 동시에 친절하고 밝은 아저씨....(라고 썼지만 사실 나보다 어리겠지)가 정원쪽 더블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

사실 이번 내 여행의 본거지인 파리 남서부와 거리가 있어서 좀 이동 시간이 길어 약간 힘들었지만, 일단 와보니 안 와봤음 어쩔 뻔 했나 싶은 진짜 새로운 분위기의 동네 & 호텔이었다. 호텔은 지하철과 버스정류장에서 모두 가깝다.



침대 크고 편함. 매트리스 두 개를 붙인 형태로 가운데에 경계선이 살짝 느껴지기는 한다. 파리에 많지 않았던... 높고 딱딱한 스타일 침대로, 취향은 갈릴 수 있다. 키 작은 사람은 내려올 때 뛰어내려야 함.😉





샤워부스만 있는 화장실, 리노베이션한지 얼마 안 되어서 엄청 깨끗함. 이번 여행에서 비교적 새 호텔을 많이 골라 예약했지만 , 욕실은 여기가 가장 쾌적하고 샤워할 때 좋았다.




파리의 다른 4성급 Voco와 Mercure 기본 룸에는 없던 bathrobe가 Tribe에는 있음. Bathrobe보다는 급하면 밖에도 입고 나갈 수 있을 듯한 느낌? ㅎㅎㅎ 물론 실행해보진 않았다.




물도 한 병 주지만 저번 Voco와 비슷하게 커다랗고 무거운 유리병에, 뚜껑은 밀봉이 아니라 그냥 열려있고 안에 침전물이 둥둥 떠다님. 수돗물 받아서 주는 건가?!?! 네스프레소같은 어메니티를 방에 뒀을 경우,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큰 병에 든 물을 놓아두는 듯하다.





단, 같은 4성급인 mercure에는 있던 냉장고가 여기에는 없다.




티비는 삼성 스마트티비. 침대에 누워서 보기에 좋다. 작은 방에 비해 티비가 너무 크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 사진 속 티비는 늘 실제보다 작게 찍히지만 직접 보면 꽤 크다.



더 비싼 방이 자랑하는 정원 전망은 이런 것. 솔직히 뭐 돈을 더 받을 것까지야 ... 싶기도 한?? (어차피 차이는 만 몇천원 정도지만) 이쪽 방은 도로에 면해 있지 않기 때문에 꽤 조용하긴 하다. 엘리베이터 옆방이었지만 그 소음도 없었다.

밖에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이런 Moxy, Tribe 류의 social 공간이 많은 분위기에 껴들지는 못한다.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정원을 굉장히 잘 꾸며놓긴 했으니 시간 되는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이 정원을 즐기시기를 :) 나는 혼자서 나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후부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나갈 틈도 없었다.

테니스, 농구 등 다목적 코트가 보여서 갑자기 반가웠음. ㅋㅋ 난 직접 운동하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관람하러 다니는 사람이지만.


흠... 그런데 룸 업그레이드에 현혹되어서 이 방이 커넥팅룸임을 간과한 게 실수였다. 저번 이비스에서도 커넥팅룸이라 방을 바꿨었는데 이번에도 보자마자 바꿨어야 했다. 밤이 되니 바꿀 방이 없다.




밤 9시 넘어서 갑자기 "Lorenzo~"를 찾으며 전화하는 옆방 남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넘어옴. 🤦‍♀️ 프론트 데스크에 이야기했지만 오늘은 풀북이라 대안이 없다고 한다. 결국, 어느 호텔이건 커넥팅룸의 방음은 꽝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는 "괜찮겠지 뭐" 이런 생각은 말고 당장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직원이 직접 올라와서 주의를 주자 조용해지긴 했다.




근처 2분 거리에 franprix 수퍼마켓이 있긴 하지만 호텔 1층에서도 음료 등을 팔고 있다. 얼핏 보니 콜라 한 병은 3.5유로. 🙎 ibis ISSY 3.9유로보다는 싸네.


이 호텔 위치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개선문에서 31번 버스를 타면 12분 정도면 도착하므로 시내에서 먼 것은 아니다. 지하철은 더 짧게 걸림.

이 호텔에 머물 경우 31번 버스를 타고 몽마흐트흐-사크헤꾀흐 뒤쪽으로 도착해서 보통 관광객과 반대방향으로 언덕을 오르면 덜 번잡해서 좋다. 사실 도보 30여분 정도로, 버스를 타지 않아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방향이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사람이 배경에 섞이지 않은, 성당다운 고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비가 와서 인적이 드물었을 수도 있지만 성당 앞쪽은 비 오는 날씨에도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이 반대방향으로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앉아서 비를 맞아가며 파리 시내 조망을 즐기고 있다.


Tribe호텔 주위 지역은 아마도 재개발??중인 지역으로 보이고 보통 생각하는 파리와는 다른 현대적인 주거 시설들이 여럿 있다. 호텔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무려 "1920년대"에 개통된 Brochant역이지만(도보 4분), 그 다음으로 가까운 남서쪽 방향 5분 거리의 역은 "2020년 12월"에 노선 연장해서 새로 문을 연 14호선 역일 정도로 재정비가 계속 되고 있는 지역이다. 호텔 바로 앞에는 Martin Luther King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을 좀 산책해보니 서울의 마곡역 서울식물원을 걷는 느낌과 비슷 ㅎㅎ





새로운 호텔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Tribe 추천. 

파리 호텔 7곳째인데... 여기 직원들이 가장 밝고 싹싹하고 뭐든 도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여기서도 침대에 누우면 하늘이 보였다. 커튼이 없네? 했더니 버튼으로 눌러서 블라인드를 내리게 되어 있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