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급 대회는 모두 끝나고 비시즌인 지금, 그리스 테니스 선수가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팀 저지를 입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의사 표명인가? 👱사진 배경을 보니 작년에 사진을 보고 눈에 익혀둔 아부다비의 리조트인 것 같다. 유일하게 투어 대회가 없는 달인 12월에 대부분의 테니스 선수들은 몰디브나 카리브해 같은 휴양지 리조트 사진을 올린다.
'아...휴가로 이 리조트에 왔나? 예전에 대회 때문에 초청 받아서 와보고 좋았었나 보다.'
그런데 이 리조트는 문을 닫은 건지, 아니면 리노베이션을 하려는 건지, 몇달 전부터 가격 조회가 안 되었었다. '아니, 테니스 선수라고 특별히 받아주는 건가 아니면 영업 재개했나?'
그 선수의 사진을 보고 다시 예약 조회를 해보니, 리조트 자체는 여전히 예약을 받지 않고 있고, 리조트 내 60평 규모의 club villa만 1박에 400만원 넘는 가격에 예약을 받고 있다. 그래, 대회 하나 뛰면 일주일에 수억을 버는 선수들인데 1박에 400만원이 대수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선수는 휴식 차 그 리조트에 온 것이 아니었다. 매해 새로운 테니스 시즌을 알리는 것과도 같은 아부다비의 exhibition match 연례 행사, 그 때가 벌써 돌아온 것이었다.
내가 그 행사 때문에 그 Rixos 리조트를 알게 된 지 벌써 1년이 지난 것이었다. 아래 글을 쓴 지도 벌써 1년.
우와... 진짜 시간 빠르네.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게 벌써 1년이 지난 줄은 몰랐다.
코로나 때문에 무미건조했던 2년을 지나, 그래도 2022년은 꽤나 일이 많았다.
6월에는 '어라? 내가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네?'를 느꼈지만
12월에는 '어라?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를 새삼 느끼며 뜻대로는 되는 일은 역시 없다는 걸 배우기도 했다.
일을 힘들게 끝내고 나서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니, 6월 이후 내가 가졌던 그 의기양양함 때문에 연말에 맡은 일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생을 이 정도 살았으면 절대 내 맘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극악의 진상을 만날 마음의 준비도 해뒀어야 하는데 순진한 사람들을 만나리라 섣불리 예상하고 너무 풀어진 마음으로 일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행사 중반까지는 내가 만난 외국인들이 날뛰어도 '그래, 그렇게 해달라면 해주면 되지' 라고 그게 그냥 넘어가져서, 내 스스로에게 내가 놀랄 정도로 동요없이 그냥 대처가 되었다. 그래서 아, 나이가 들어 이제 내가 흔들리지 않는구나, 올해 5-6월에 행복을 잔뜩 경험하고 온 것이 연말까지도 정신력에 도움이 되는 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한계에 이르자 모든 게 감당이 안 됐다. 아직 성숙은 멀었다.
그래도 또 어떤 의미에서는 무사히 한 해가 지나감을 감사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올해도 또 확실히 이룬 것은 하나도 없는 채로 보냈다고 자책해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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