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남녀가 소위 "꽁냥꽁냥"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데, 나보다 더 딱딱한 것 같은 우리 엄마가 의외로 그런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말 놀랐다.
2주간 집을 떠나 있으면서, 최근에 내가 본 것 중에 그래도 가장 간질간질했고 옛생각을 불러일으키던 드라마를 엄마께 추천하고 떠났는데...본인이 좋아하면 이틀 안에 40회 분량 드라마도 밤을 새워 다 보시는 엄마가 그 드라마는 중간에 시청 중단하신 걸 확인했다. (내가 앱을 켜면 엄마가 어디쯤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사실 나도 몇몇 부분은 좋았지만
뜬금 너무나 정의로운 삶만 강조하는 내용이라든지, 대학생이 준비하는 중고등학생급 학예회 내용에 지쳐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던 드라마이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근래 나온 것 중에는 가장 엄마 취향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집에 돌아와 왜 다 안봤냐고 물어보니 '스토리가 다 그게 그거고 재미없었다'고 하신다.
중국 드라마 특유의... 곱게 잘 생기긴 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눈코입 어느 부위 하나 움직이지 않는 목석같은 남자 주연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표정과 눈빛을 매우 잘 쓰는 남자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내 맘에는 들었다. 그런데 그 배우에게 딱히 아주 미남이라는 느낌이 없는 것이 엄마에겐 몰입 방해 요소였을 수도 있겠다.
역시 엄마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두 명이었다.
2.
올해 연말에 했던 일이 괴로웠던 이유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외국인들이 해야 할 본분을 망각한 채 쇼핑에 몰두했기 때문에 내가 그 뒤치다꺼리를 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행사 개최지가 4년 전 수원과 같은 호텔이었으면
올해 나에겐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보 거리 내에 쇼핑몰, 백화점, 마트가 다 있던 곳 ㅜㅜ.
여기에 묵었더라면 쇼핑몰 데려다주느라 내가 이리저리 버스 시간 바꾸고, 식사 시간 옮기고, 돌아오지 않는 그들 때문에 주차 시간 걱정하고 ... 이럴 필요도 없이 외국인들끼리 알아서 매일매일 쇼핑 다녔겠지 싶다. 4년전처럼 나는 내 방에서 그저 쉬기만 하면 되고.
차라리 4년 전 팀과 이번 팀이 숙박 시설이 서로 바뀌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이 엇갈림.
하지만 인생은 절대 내맘대로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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