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 난 일화.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도 각종 루틴으로 유명하지만
팬인 나도 집에서 경기를 혼자 볼 때는 별별 짓을 다 한다. ☺
예전에 가족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고 집에서 혼자 5시간 가까이 나달 US OPEN 결승전을 봤을 때에는 초조함을 잊기 위해?!?! 매 세트마다 원피스를 한 벌씩 갈아입었다. 여름 원피스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기분을 좋게 하는 옷을 입고 있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 경기에서 나달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 후에도 종종 나달 경기가 안 풀리면 내가 좋아하는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경기를 보곤 했다. 😆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한 번은 나달과 같이 고생을 하겠다는 (??) 해괴한 논리로 꽉 끼는 옷을 입었는데, 그 때는 잘 안 풀렸다. 쳇! 이건 이제 경기 볼 때는 안 입을 거다.
나달의 경기를 직접 보겠다며 호기롭게 파리에 갔다가 구해놓은 표가 모두 엇갈리면서 파리 도착 9일째에야 처음으로 나달 경기를 직관하게 된 날, 경기가 없던 전날에 "그 꽉 끼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경기일에 숙박하게 될 호텔에 체크인을 하게 되면 갈아입을 생각으로 일단 그 옷을 입고 테니스 대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 중의 하나였던 그날의 호텔로 갔다.
하지만... 테니스 대회장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손님이 몰린 그 호텔은 난장판이었고 얼리 체크인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짐만 맡긴 채 입고 온 옷 그대로 경기를 보러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아닌데...' 싶긴 했다.
무엇을 입고 왔는지도 잊고 본 경기 1세트는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1세트 마지막 나달의 대역전극에 박수를 하도 쳐서 세트 종료 후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였다. 하지만 2세트 막판, 상대 선수의 부상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상대는 기권했지만 어쨌든 나달의 승리. 경기를 끝내진 못했지만 어차피 스코어상으로도 나달이 앞서고 있었다.
몰려드는 인파를 전혀 감당하지 못하는 호텔 탓에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아침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강제로 경기를 관람한 결과, 특정한 옷에 대한 '기피'는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 하지만 사실 그날 너무너무 어렵게 이겼기 때문에 그 옷의 '저주'는 힘을 발휘하고 있긴 했나보다.
ㅋㅋㅋㅋ
내가 아닌 남이, 이렇게 입는 옷까지 집착하며 경기를 본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그 사람을 비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니 안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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