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그 도시가 지닌 명성에 비해 갈 만한 숙소가 참 드물었다.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글로벌 브랜드 호텔이었던 노보텔은 2020년 4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았고 (코로나가 퍼지기 이전에 이미 직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 폐업할 기미가 보였다고 한다), 매리엇 호텔이 2021년 1월에 문을 열긴 했지만 거의 독점적 위상이다 보니 가격대가 높아 쉽게 선택할 대안은 아니다.
2018년에 대구 전통 강호(?)호텔 한 곳에 숙박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낡아 민망할 정도였다. 그 호텔 역시 2018년 연말에 영업을 중단했고 지금은 건물마저 헐렸다. 그래서 대구에 가면 대체 어디에 머무를지 고민이었는데, 2019년 5월에 동성로에 토요코 인(東横イン)이 개관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동안은 토요코 인이 부산-서울에만 진출한 줄...
토요코 인은 대구의 명동같은 상권인 동성로에 위치해 있어서 쇼핑할 곳이나 식당을 찾기에 편하고, 근처에 지하철 두 호선이 통과한다. 길만 건너면 백화점이 두 곳 있고, "근대路의 여정" "청라언덕" 같은 역사적 건물들을 돌아보는 관광지도 도보 거리 내에 있다. 대구를 돌아보기에 최적의 입지. 지하철 1*2호선 반월당역에서 도보 3분, 1호선 중앙로역 2번 출구에선 도보 7분 거리.
만 4년이 되어가는데 생각보다 더 깔끔하게 유지된 숙소. 아마도 중간에 코로나 유행 때문에 2년 정도는 방문객이 적어서 더 깨끗하게 유지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체크인은 오후 4시부터. 다른 호텔들은 조금 일찍 와도 청소가 완료된 방이 있으면 그냥 들여보내 주는 편이었는데 여기는 내가 3시 넘어서 도착하니 방 키는 주고 입실은 4시가 넘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토요코인 회원일 경우에만 좀 일찍 입실이 가능하다.
"방음이 전혀 안돼요" 같은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가 머무른 8층 방은 조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복도를 구비구비 돌아서 건물 뒤편 쪽으로 창문이 난 방에 머물렀는데 도로 소음도 없고 옆방 소음도 없었다. 하지만 같이 방문한 엄마가 아침에 큰 목소리로 친구와 통화를 하셨기 때문에 혹시 옆방 사람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다 들었을 수는 있겠다. 😏😥
트윈 침대 가운데에 USB 포트 하나만 있는 게 2인이 사용하며 충전하기엔 불편한 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럭저럭 독서등까지 달려있고 침대도 나쁘지 않다. 파스텔톤 벽 색감은 아늑해보인다. 방 넓이 15m²지만 그래도 침대와 책상 사이에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어서 짐이 있다면 거기에 펼칠 만 하다. '짐 펼칠 곳도 없어요' 수준은 아니었다. 침대 아래 공간이 비워져 있기 때문에 가방을 거기에 보관해도 된다.
냉/난방 장치가 방 꼭대기에 달려있기 때문인지 난방을 켜면 윗 공기만 따듯해진다. 그렇다고 뭐 잘 때 춥다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금고/냉장고 옆면 벽에 '세척을 완료했다'는 다회용 슬리퍼가 걸려 있다. 나는 이곳을 숙박하기 전날 머물렀던 호텔에서 준 일회용 슬리퍼를 일부러 가져갔기 때문에 여기 것을 쓰진 않았다.
가습기나 비데 등등 뭔지 모를 "일본식 컴팩트함"으로, 좁은 내부에 있을 건 다 있다. 저예산 호텔의 특징은 방에 들어가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중국 브랜드의 에어컨이나 TV가 있다는 점인데, 여기엔 그래도 LG 에어컨과 삼성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화장실도 이만하면 꽤 잘 관리된 편이고 일본계 호텔 특유의 작은 욕조가 있다. 일본계 작은 호텔들 사진을 보면 아무리 방이 작아도 저런 욕조는 꼭 있는 걸 봐서, 여기 역시 무릎을 굽힐 정도라도 앉아서 몸을 담글 정도의 욕조는 있지 않을까 했었다. 실제 와보니 동성로점의 욕조는 생각보다는 컸다. 직접 이용하진 않았지만 눈으로 보기에 평균 키 정도의 사람들은 다리를 뻗고 앉아서 목욕을 즐길 수 있을 걸로 보였다.
치약과 칫솔은 없지만 체크인할 때 클렌저나 로션 등이 들어있는 작은 화장품 팩도 준다.🎁
간소하게 국과 밥, 반찬, 빵, 스프, 과일, 씨리얼 등이 준비되어 있는 조식도 포함되어 있어서 가격 대비 최상의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운좋게 union pay 할인 찾아서 6만 3천원 결제).
물론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감수해야 할 일인지, 16시라는 늦은 체크인 시간에 + 체크아웃 시간이 10시로 너무 빠른 것은 단점이었다. 동성로점의 경우는 시간당 11,000원씩 내고 14시까지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주차비는 사전 예약 1일 5000원.
호텔 몇몇 곳에 물건을 흘리고 다닌 내 경험으로 볼 때...😅 콘래드나 풀만 호텔 등등을 포함해서 객실에 남기고 간 분실물에 대해 호텔이 먼저 연락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가 먼저 연락하면 찾아는 준다. 하지만 내가 버릴 목적으로 가져 간 실내 슬리퍼를 '분실물'로 분류한 토요코인에서는, 체크아웃 7시간 정도 뒤 '놓고 가신 물건이 있다' 고 직접 나에게 전화를 해줬다. 물론 그냥 버리면 된다고 대답은 했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도시를 벗어나기 전에 내가 뭔가 방에 놔둔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으니.
전혀 귀중품으로 보이지 않는 물건인데도 연락이 온 것을 보면, 그것이 토요코인의 방침인가보다. 체크인 시간을 전후해서 짐도 잘 맡아준다.
가격 대비 최상의 위치와 시설, 잘 훈련된 직원들의 깔끔한 서비스 때문에 다음에 대구에 갈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때도 선택할 것 같은 곳.
그런데 모든 후기에서 옆방 소음 지적은 공통적이라...나도 만약 시끄러운 옆방이 있었다면 선택을 재고했을지도 모르겠다.
* 장점
- 대구 여행하기에 위치가 매우 좋고 교통이 편리하다.
- 저렴한 가격에 뭔가 부족한 듯 하면서도 이것저것 챙겨줘서 부족함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이용하지 않았지만 7층 프론트 데스크 앞에 잠옷 같은 것도 비치되어 있다. 조식도 포함.
- 깨끗하게 유지된 숙소
* 단점
- 체크아웃 시간이 10시로 아침식사 후 곧바로 나가야 하는 수준 (체크아웃 후에도 짐은 잘 맡아준다. 하지만 프론트 데스크가 7층이라 가지러 올라가기 좀 번거롭다.)
- 옆방에서 그대로 넘어오는 소음에 대한 후기가 많다.
- 열풍으로 난방을 하므로 쉽게 건조해짐. 작은 가습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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