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핵심





"난 그저 선배가 너무 힘들게 일하지 않게 하고 싶었어"
"니가 또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이게 바로 서로 좋아하는 관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관계가 지속되거나 or 마음이 떠났음을 알게 되는 분기점. 
상대방이 나의 고생을 어떻게 보아 넘기는가, 또는 상대방이 고생하면 나도 미치겠는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지.


또 하나 더 추가된 관계의 핵심은 "어떤 상황에도 손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것"








抓[zhua : 잡다 긁다]라는 약간 생소한 단어를 쓴 가사인데, 단단히(牢牢) 상대를 붙잡은 채로(抓着) 기꺼이(肯) 손을 놓지 않고 가는 거. 

위의 노래 가사 뒷부분에는 '손을 잡다' 라는 의미의 동사로 "牽[qian : 끌다 연루되다]手"도 나오는데, 한국어로는 같은 '잡다'로 해석하더라도 抓와 牽의 느낌 차이를 알고, 그 느낌대로 구별해서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건 중국어를 아주 오래 접한 뒤에야 가능하겠지. 지금은 이 단어가 어떤 느낌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런 단어들의 느낌을 제대로 구분 못 하면 외국인이 한국어로 "너를 쥐고 갈게" "내 손을 꼭 접착해요" 이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할 듯.

중국어에서는 남녀가 이별할 때도 '손'이 들어간 단어를 쓰는데 (=分手) , 노래 가사에도 "손을 놓다" = 放手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정말 손을 놓는다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是她一手紧紧地住我,牢牢不放,我才可以活到现在" - 그녀가 한 손으로 나를 꽉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살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오래 지속된 관계라도 상대가 슬쩍 손을 놓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 경험을 한 뒤 상대에 대한 감정은 절대 그 전과 같을 수 없다. 언젠가는 이 사람이 다시 나를 놓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바닥에 자리잡게 된다. 굳이 연애 관계가 아니더라도, 어릴 적에 부모가 이렇게 내 손을 뿌리치고 다른 곳에 집중하는 일을 겪은 사람은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인간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래서 '不肯放手'는 중요하다.

문제는, 모든 인간 관계가 그렇지만 상대가 어떤 상황에서 손을 놓을지 안 놓을지는 예측이 전혀 안된다는 것. 그래서 그 모든 상처와 흉터들이 존재하겠지.



 





위의 가사를 곱씹다가
나도 3달 전쯤 글에 친구의 "손을 놓치다"라는 표현을 자연스레 써놓은 것을 발견했다.

나에게도 이런저런 손을 놓은 관계가 많은데
내 손을 끝까지 牢牢 놓지 않아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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