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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다가 미모에 놀란 거의 유일한 배우



중화권 '배우'보다는 그저 '스타'로 알고 있던 黃晓明 황샤오밍.

랑야방-풍기장림 보다가 목소리와 분위기로 극 전체를 이끌 수 있는 '배우'였음에 놀랐는데
1930년대 베이징을 배경으로 예술을 후원하는(?) 재벌남으로 나오는 드라마 鬓边不是海棠红(Winter Begonia) 보다가 더 놀람.
49회 동안 기복없는 얼굴화력쇼.?! 이런 저렴한 표현만 생각나네.
보통 배우의 연기력을 보지, 외모에는 감탄을 안 하는데
이 드라마에서 그는 본인의 타고난 장기를 100% 활용해서 역할에 딱 필요한 매력과 연기를 선보인다.




2017년, 2019년 촬영작 




보정을 하지 않은 사진이나 정면이 제대로 찍힌 장면을 보면 얼굴 골격이 상당히 비대칭이다. 그런데 반듯한 이목구비로 단점을 눌러서 골격은 보이지도 않고 균형 잡힌 정석 미남으로 보이는 게 신기하다. 몇몇 여배우가 액션이 넘치는 작품을 찍을 때마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한쪽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비대칭인 얼굴 부분을 필사적으로 덮는 걸 본다. 하지만 진정한 美人은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과시하려는 듯이 황샤오밍은 머리카락을 모두 잡아당겨 올려서 시원하게 얼굴을 내놓고 정수리에 사과머리를 얹는 '옛날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어울리는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사실 비대칭을 의식을 안 하는 건 아니어서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들을 보면 조명의 방향과 각도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사실 비대칭인 게 잘 안 보일 정도의 잘생김. 묘하게도, 팬이 되기에는 인간 자체의 매력은 잘 모르겠는데 화면에서의 매력이 압도적이다. 보통은 화면 속 인물의 매력에 빠져서 실제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좋아하게 되는데 말이다.








얼굴 근육을 잘 쓰고 눈빛이 무기이기 때문에 사진보다는 영상을 봐야 한다. 이건 누구에게나 비슷한지, 그를 거론하는 후기 특징으로 -> "내 취향 아닌데 미남은 미남임" "취향 아닌 사람 중에선 가장 미남" "영상이 진짜임" "사진 보면 잘 모르겠는데 영상으로 보면 다름" 이런 류의 평이 진짜 많다.🤣 현대극에서 보면 그냥 괜찮게 생겼네 - 이 정도인데 시대극 분장에선 독보적인 미남으로 보임.

이목을 끄는 얼굴과 목소리를 동시에 갖기도 쉽지 않은데, 목소리도 매우 좋아서 톤 조절로 차분하고 조용한 사람부터 열정적 인물로 문제없이 변신한다. 황샤오밍과 더불어 이견없는 탑스타로 대접받는 胡歌 - 후거는 톤 조절로 젊은 인물을 표현하려 했을 때 목소리가 너무 얇아져 그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황샤오밍은 배우로서 선물을 많이 받고 태어났다. 



 "돈💰? 그거라면 난 더 넘사벽이야" 이런 대사인데, 그게 실제 본인 인생이라 말하다가 너무 신나버린 아저씨.😁



심지어 걸음걸이가 매우 심한 팔자걸음이어서 웃김.🙂‍↔️
주연 배우로서 위엄을 내세우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주목 받다가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장면을 보면 매우 웃긴다. 평상시에도 발 모양을 ↖️↗️ 이렇게 해서 서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도 팔자걸음을 좀 지적을 받은 편인데 '내가 어떻게 걷든,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의 걸음걸이를 보고, 좀 웃기긴 하다는 걸 알게 됨.




2021년초, 살을 많이 빼서 얼굴이 비대칭인 게 확실히 드러남.



나도 비대칭이 있는데, 나는 일반인이니까 별 수 없이(?) 그냥 다닌다.🥸 어릴 때는 흐리멍텅한 필름 사진의 시대를 보냈기에 얼굴 상부가 비대칭인 줄 알았는데, 점점 천만 화소 셀카 시대가 오면서 양쪽 턱이 완전 다르게 생겼다는 걸 알게 됨. 어릴 적부터 몰랐기에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안 그랬으면 나도 어딘가는 가리고 싶어했겠지.

내가 보기엔 너무 예쁜 몇몇 여자 배우/가수 등등이 비대칭을 너무 신경 써서 늘 머리카락으로 한쪽을 가리는 걸 보는데, 오히려 극중 어떤 상황이 와도 그렇게 머리를 열심히 덮고 연기하는 바람에 눈길이 더 가서 그 사람이 뭘 숨기고 싶어하는 지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저렇게 예쁜데 늘 한쪽을 덮지 않아도 사람들 그건 안 볼 것 같은데 아쉽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하고 다니든 아무도 관심없는 나랑, 본인의 사진과 영상을 수백 수천 번 봐야 하는 연예인의 입장은 다르긴 하지.

어쩌면 본인이 생각하는 컴플렉스라는 것, 차라리 그냥 드러내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지도.






"아 웃겨"에 담긴 행복



테니스 대회를 보러 여행 중인 사람 글을 보니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문구가 하나 보인다.

"아 웃겨. ㅇㅇㅇㅇㅇ가 나보고 ㅁㅁㅁㅁ 라고 하네?😆‘’

테니스 대회에 직접 가서 선수들 연습 코트에 가면 경기장에 비해서 꽤나 가까이서 선수와 접촉할 기회가 생긴다. 그러다가 선수들이 얼굴이 익은 팬을 보면 말을 건네게 되는데.. 
운동 선수든, 가수였든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팬이 그걸 전달할 때 특이하게도 많은 사람이 그 문장을 이렇게 시작하거나 이걸로 끝낸다. "진짜 웃겨"

예전에 연예인과 일할 기회가 있었던 친구도 그 사람과 어떤 개인적 일화가 생기면 그 내용을 나에게 톡을 보내곤 했었다. 그리고는 이걸로 시작했었다. "아 웃겨. ㅁㅁㅁ이 오늘 나한테..."

이 기시감. 이 "아 웃겨" 는 대체 뭘까.
그런데 사실 내용은 재밌진 않고 그냥 평범하던데...🤔 


'아 웃겨, 이게 무슨 일이야?'가 생략된 분명 행복의 표현이면서 먼 발치서, 화면 속에서 바라보던 유명인과 사이에 나만의 일화가 생겼다는 간질간질함, 뿌듯함이 담겨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거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겠지만 현장에 있어 보면 니들은 모르는, 얘가 나를 특별히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는데 이걸 대놓고 쓸 순 없고 나만 간직하고 싶지만 그래도 남들도 알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오바떨고 싶진 않지만 살짝 웃긴 상황인 듯 전달하는 거야. 나에게 어째 이런 일이...'의 뉘앙스가 이 세 글자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 이 '아 웃겨' 다음에 서술되는 행동은 일반인이 했으면 아무 것도 아닌 건데 '그 사람'이 해서 특별해진 것들이다. 아마 그 순간을 떠올리며 타이핑하고 있는 그 시점에도 입꼬리는 히죽히죽 올라가고 있었을 것만 같은...

그러면서 어떤 관계든, 거기에 불을 지피는 건 "유일무이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일화, 나에게만 보여주는 무언가, '니들은 몰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행동. 여기서부터 예전과 같아질 수 없다.

종교라는 것도 절대자와 나 사이에 1:1 상호작용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속이 된다. 양측이 하는 말을 내 머리속에서 둘다 지어내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상대방이 하고 있는 거라는 "믿음".  그 분이 날 위해 이걸 하셨어라는 "믿음".

어떤 테니스팬은 좋아하는 선수를 가까이서 보게 됐을 때 그 선수가 말한 특정 단어가 있는데, 몇 년이 지나도 그 단어에 집착하는 걸 봤다. 그 단어가 너와 나의 1:1 접촉의 상징처럼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이다. 🧚‍♀️ 80억 :1 일방적이었던 관계에서 1:1 추억이 만들어졌던 그 순간.

벌써 수십년전... 일명 '1세대 아이돌' 콘서트를 쫓아다니던 친구에게 들은 얘기. 
수많은 관객이 운집한 콘서트 장에서 특정 방향으로 가수가 고개를 돌리자 "xx가 나를 봤다" 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 주위는 서로 머리채 잡고 싸움이 났다던가... 그런 얘기. 그때부터 '만인의 연인' 연예인과의 관계라고 해도, 팬들이 슬쩍슬쩍 '나와 그는 1:1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 팬심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는 걸 알게 됐다. 또한 스타라는 게 달리 스타가 아니라 "아... 저 사람 묘하게 날 의식하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도 됐고(=종교). 심지어 동물원에 판다를 보러 가도 "🐼나랑 눈 마주쳤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스타성의 핵심이다.

그러다가 그 "유일무이함"이 무너지면 관계가 끝난다는 것. 아이돌 팬들은 가수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걸 선망하는 줄 알았는데, 열애설이 나면 큰 충격을 받고 떨어져나가는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나만의 그 사람'이 아니라는 충격, 더 이상 내가 키운 '내 품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배신감. 모든 "열렬한 관계"는 1:1이라는 믿음과 상상 속에서 지켜지는 것이다.


테니스 대회 보러 다니는 사람 여행기를 보다가 갑자기 3년 전에 본 드라마 내용까지 생각이 뻗치기 시작했다. 三十而已 - 겨우 서른.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드라마는 결국 흔한(?) 불륜극으로 흘러가는데
나도 이 드라마를 지지부진 천천히 보다가 불륜에 불이 붙고 언제 들키나가 궁금해지자 막판엔 밤을 세워 보게 되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많은 드라마들이 불륜을 다루는지 결국 이해하게 됨. 🤣 이거 끊지를 못하겠네?

불륜을 알아차린 부인은 그 날에도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며 아픔을 토해내고 친구 집으로 와서 울다 지쳐 잠에 들지만(38회), 정신적으로 더 크게 무너진 것은 ...
남편이 나에게만 알려준 줄 알았던 그 모든 꿈과 희망을 내연녀에게도 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다.(40회)

"니가 내 남편과 먹었던 그 수많은 식사, 그리고 방 월세... 그거 우리 공동 재산에서 나온 거야. 너 그거 갚아야 돼. 그런데 내가 봐준다. 내가 낸 셈 칠게." 

남편이 헤어지자고 했는데도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자식에게까지 접근하는 어린 내연녀를 떨구기 위해 😡 3자 대면하게 된 자리에서 부인은 모든 걸 꾹 참고 큰소리를 친다. 그런데...





그럼 이 문신은 얼마로 계산할 건데요?? 





불꽃놀이 디자이너인 남편.
오직 너를 위한 유일무이한 ("중국어로는 独一无二 독일무이"로군) 꿈의 디자인이라고 말했던 푸른 불꽃🌊, 
내가 하는 모든 디자인은 너에게 바친다고 했던 남편.
하지만 이 말까지 다른 여자에게도 했..???

내연녀를 떼어내는 일을 직접 해야했던 이 여인은 유일이 獨一有二를 알게 되는 이때 완전히 무너짐.




"모든 게 나, 우리 가족을 위한 건 줄만 알았어"
"제정신으론 못 버티겠어"

그리고 몇 회 후 이혼 엔딩.


사실 이 드라마 볼 때는 별생각이 없었고 3자 대면 일화를 대체 왜 만들었는지조차 이해를 못 했는데, 오늘 "유명인"과의 일화 하나, 던진 말 한 마디의 유일무이함을 소중히 하는 팬의 단어를 곱씹다가 뭔가 더 깨닫게 됐다. 

이 아내에겐 "너와 나만의 꿈"을 다른 여자와도 공유했다는 것이 가장 큰 상처가 됐다는 것.
처음부터 아내가 꽤 단호하긴 했지만 이로써 어떤 여지도 없이 이 부부가 끝나게 됐음을 알려준다. 







불꽃처럼 아름답다가 불꽃처럼 어느새 사라지는 모든 관계들...

많은 관계가  '진짜 웃겨. 이 사람이 나한테 왜 이러지?' 이렇게 시작한다.
내게 한 행동만 떠올려도 '아 웃겨'가 자동 완성되고.

하지만 10년이 20년이 지나도 "진짜 웃겨. 오늘 이 사람이..." 하고 남들에게 말하고 싶어 못 견디겠는 우리만의 일화가 있는 관계... 가능하긴 한가??? 
대부분 "웃기고 있네. 오늘 이 인간이..."로 변하니까.

모든 관계가 처음 1:1 임을 확인하고 '아 웃겨' 할 때처럼 몽글몽글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가 못 해서 저~ 위에 옷 입은 채로 욕조 들어가서 술병 들고 울고 있는 드라마 장면이 나오는 거겠지.

그리고,
20년 30년을 '진짜 웃겨'로 살면 너무 ;조증;이라 오히려 안 좋다고 할 수도... 😏




마음의 분산


16, 




"这人哪 还得多爱个几样
多分分心
万一要是哪天有一样嘎嘣
崩了
这不还有别的可以指着活吗"

사람은 여러 가지를 좋아해야 해
이것저것 나눠서.
만약 언젠가 하나가 펑 하고 사라져도
그래야 바라볼 다른 게 여전히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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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가 뜸해진 자리에 중국어 공부가 들어왔다??
취미는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 실감한다.
하나가 사라질 때 대안이 있어야 덜 심심하지.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많았던 드라마 鬓边不是海棠红 빈변불시해당홍.
소개하는 아래 대사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조심.


16회에는 한 가지에만 빠져들지 말라는 대사가 나오고 
8회에는 知己에 대한 대사가 등장하는데, 이 대사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친구에게 오늘 신년인사를 하면서 이 대사를 보내주니, 친구가 덩달아 감동했다.


 


一旦到了知己 你就总觉得欠他点什么 却又没处还
"일단 친한 친구가 되면, 항상 그에게 뭔가를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갚을 길이 없어"

서로 이런 느낌이 드는 사이는... 보통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은 해라"를 바라지 않는 사이이다.




27회. 위의 상황과 대비되는 상황 등장.  
부부싸움 뒤 부자 마나님(왼쪽), 오른쪽은 싸움 말리던 시누이



👸 "당신 나갈 때 도장 두고 나가요. 당신 집안 돈은 모두 우리집에서 나온 돈이에요. ㅇㅇㅇ에는 절대 돈 못 쓸 줄 알아요!"

原来你一直都是这么想的

🤵‍♂️ "당신, 늘 그렇게 생각해왔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음부터 경제적으로 기울어진 결혼을 하면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도 위기가 닥쳤을 때 결국은 나오던 말. 
이런 류 대사는 헐리우드 영화, 아시아 드라마... 어디에서도 다 봤다.

어쩔 수 없는 본심. 
주고 싶을 땐 다 주고 싶어서 줬으면서도 틀어지면 '본전' 생각을 한다. 
결국에는 너와 나 사이의 '채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 또 어떤 관계. 





30회.



"以前不愿意干的事, 现在都心甘情愿了"

"전에는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지금은 기꺼이 하고 싶어서 해요"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은 또 변한다.
그 사이에는 어떤 계기가 있다.

절대 침실에서 재우지 않았던 고양이를 침실에 들여 재우고 오히려 못 나가게 문을 닫게 되던 내 모습, 채널 이리저리 돌리다가 보이면 재빠르게 넘어가던 채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멈추고 시청하는 것.... 😶‍🌫️ 내가 모르는 새에 스르르 일어나는 일들.




33회.




이건 명대사는 아니고... 극중에서 남녀 사이에 최종 결별 선언을 하며 남긴 쪽지인데..
이걸 보는데 나는 묘하게 왜 "돈" 생각이 나던지. 흑흑. 꼭 "돈"이 나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今生无缘 各自安好 💰🗣"이번 생엔 인연이 없으니, 각자 잘 살자."

나도 너(💶)랑 인연 좀 생기면 안 될까. 각자 말고 같이 좀 잘 살게....





나의 다른 취미, 테니스.

2023년의 마지막 날인데, 테니스 2024 시즌은 이번 주에 이미 시작했다.
올해 1월 호주오픈 2회전 탈락 이후, 처음으로 나달이 경기장에 오늘 복귀한다. 
347일만이라고. 😢😟







자주 들었던 중국 노래들

 


1. 吻你之時別再躲 - 杨烁

2021년 하반기 - 2022년 상반기에 많이 들음

예전에 블로그에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을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라고 썼네.

"今后留我陪你走"👯‍♀️   https://youtu.be/7GnRUIV3pUs?si=kaeuGGyEYLc2CDn5








2. 命中注定 - 巫咏欢

https://youtu.be/5KP12xThTmc?si=CRD4M-dqbtjndoYN

2022년 하반기 - 2023년 상반기에 많이 들은 노래


가사 중 " 一場被預設的奇蹟" 라는 가사를 좋아했다. 흔한 내용이지만 '미리 준비된 기적' 이런 뜻. 

2022년에 파리에 갔다가 5월 31일까지는 '이 여행은 망했다'는 느낌이었는데, 6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행복한 여행으로 기적같이 반전되면서 '혼자 착각하는'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기적 .. 이 느낌이 뭔지 알게 됨 ㅎㅎ 그래서 곧바로 이런 가사도 이어진다. "並不是我情願故作玄虛" - "신비한 척 꾸며내려고 내가 그러는 거 아니거든~" 🤷‍♀️ 

하지만 본인에겐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들, 또는 "우린 운명이야(= 이 곡의 제목인 命中注定)"...이러는 것들, 사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다. 😎




3. 此生此時 - 王一哲 

https://youtu.be/ms2yZBVTkI0?si=jb62onK-mPDMYmPa

2023년 하반기부터 많이 들음


중국어 노래 가사는 해석이 어렵다. 많은 노래가 각운을 맞추는데, 그래서 '각운 맞추기용'으로 의외의 단어가 튀어나오고, 운을 맞추려고 단어 배열을 바꾸기 때문에 거기서 헷갈린 사람들의 해석이 다 달라진다.🤐 아래 소개하는 노래도 세번째 줄 가사 빼고는 모두" -ui" "-ei" 발음으로 끝나는 노래다. "-ui" 의 실제 발음이 "-웨이"에 더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웨이/에이로 정말 비슷하게 운을 맞춘 것. (예: 에버랜드의 아기 판다 辉宝의 이름도 🐼 중국 발음은 '훼이바오'에 가깝다.)

중국 노래 가사의 몇몇 특징 때문에 해석할 때 저마다 다른 뱃사공이 저마다 다른 노를 저어 산으로 가는 게 흔하지만, 내가 이해한 바 대로 해석한 것을 적어봄. 어떤 부분은 그나마 확실하지만 어떤 부분은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어 그냥 넘겨짚은 부분도 있다. 내가 남들이 해석해놓은 가사를 봐도 '이거 아닌데?' 싶은 적이 있는데, 아마 내가 해석해놓은 거 봐도 남들이 '이건 아니지😤' 할 거다. 

중국 드라마 ost 가사를 보면 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게 두드러진다. 그래서 가사에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섰네---" 이런 극단의 가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은유적인 게 아니라 실제 생사를 넘나든 드라마 내용이기도 하다. 아래 소개하는 노래에서도 "내가 너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싶어" 라는 '뭘 그렇게까지...🥴' 싶은 표현이 나오는데, '그 정도로 너를 아낀다'라는 표현이기보다는 실제 드라마 내용에 가깝다. "경극 배우"가 주연인 드라마라서 가사에 연극/무대가 등장한다.


此生此時 In this life, At this moment.

맨 끝에는 중국어 가사에서 각운을 맞춘 소리들을 써뒀다. 古詩도 아니고 래퍼도 아니고 여전히 이렇게 각운 맞추는 걸 보면 놀랍다.  


일생에 한 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回(hui)

너의 모든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싶어. 罪(zui)

너는 거리낌없이 환하게 웃게 하면서 欢(huan)

뒤에 남은 일은 몰래 숨기고. 味(wei)


일생에 한 번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泪(lei)

갑자기 돌아서서 대비할 겨를이 없어. 备(bei)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해도 상관없이 谓(wei)

뿌연 가운데에서도 꽃망울은 피어나. 蕾(lei)


난 후회하지 않아 悔(hui) 너와 함께 눈보라 속을 걸은 것을 回(hui)

이 한 잔을 비우니 杯(bei) 연극 속에서 영혼이 마주해. 对(dui)

조금 부끄러워 愧(kui) 말은 못하지만 너는 마음으로 알아들었지 会(hui)

이대로 취해 醉(zui) 꿈속에서 너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했지. 美(mei)

소중한 贵(gui) 이 삶에서 그저 마음으로 깨달을 수 밖에 없는 때가 있어 会(hui)

위로할 필요 없이 慰(wei) 마음 속 상처를 잊는 법을 알고 있지. 碎(sui)

너에게 기대어 偎(wei) 알게 되는 데는 매분 매초도 충분치 않아 会(hui)

청산은 아름다운데 媚(mei) 무대를 돌아보니 비단 자수는 빛이 바랬네. 灰(hui) 

or 

청산은 여전한데 돌아보니 무대엔 아름다운 기억의 잿더미뿐 (여러 해석 가능)



이 가사는 특이하게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此生"이라는 곡으로도 드라마 엔드 크레딧 때 쓰인다. 하나의 가사로 두 노래라니... 특이한 시도인 듯. 나는 곡 분위기로는 위의 "此生此時"를 더 좋아한다.

몇 단어 정도 가사 차이가 있는데 어느 곡을 먼저 쓴 것인지 모르므로, 

어느 곡에 맞추기 위해 가사를 "더한" 것인지, "뺀" 것인지는 모르겠다. 대체적으로는 "此生"이 제목은 짧지만😁 가사가 아주 조금 더 길다.


예를 들면 此生此时의 "마음 속 상처를 잊는 법을 알고 있지" 가사가

此生에는 "우리 둘다(彼此都) 마음 속 상처를 잊는 법을 알고 있지" 라는 식으로 더 자세하다.

https://youtu.be/ehtwuETLFXo?si=eZCYkdhSR4GcvQS_







중국 드라마 입문 추천작

 


모임도 없던 코로나 시대의 추운 연말 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갑자기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된 지 3년이 되어가는 것을 기념하며, 중드 시청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을 추천한다. 고유의 의미가 있는 작품을 골랐다.



1. 平凡的荣耀 평범적영요 Ordinary glory (2020년 9월 중국 방영) 총41화


"未到终局,焉知生死"

40회-70회 분량으로 만들어지는 중국 드라마의 첫번째 진입 장벽→ 잘 만들어진 미드/한드처럼 처음 1화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초반 5-6화 분량이 매우 재미없다. 남•여 주인공을 어떻게든 만나게 하기 위한 초반 억지 설정까지 넘쳐나서 탈주 계획 세우게 됨.🏃‍♂️ 심지어 중드는 흥미를 유발하는 편집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되면 회차를 뚝 끊는✂️방식의 편집이 많아서, 애 태우며 다음 회로 넘어가게 만드는 요인도 없다. 여태 '20회까지만 참아보세요. 그 다음부턴 술술 넘어갑니다'가 최고 기록인 줄 알았는데 무려 "34"회까지는 참고 한 번 보라는 작품마저 등장했다(꽤 명작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임). 대부분의 중국 드라마가 초반이 재미없는데, '중후반에 괜찮아진대'라는 입소문만 믿고 참아가며 봐야 한다.

또한 현대극에선 인기있는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하기에 '핫한' 20대 중초반 배우를 출연시키는데, 주인공의 매력을 마구 주입시키려다 보니 나이에 비해 성취가 과도한 인물들이 나온다(예: 20대 중반 배우 ➡️ 로펌 대표). 극중 역할이 운동 선수/연예인처럼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직종이 아닌데 20대에 이미 업계 평정하고 주위 사람들은 벌벌 기는 설정 흔함. 이게 뭔가 싶으니 또 탈주하고 싶어지게 되는데... 平凡的荣耀는 익숙한 [미생]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1회부터 현실적으로 잘 짜여진 대본과 연출을 볼 수 있다.

다른 중국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출연 배우 신상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그저 진짜 회사원처럼 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그랬음😜) 그래서 입문작으로 추천. 다른 드라마를 많이 본 후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면 '어 저 부장님 거기 나왔던 사람이잖아?' 하면서 역할이 짐작이 되고 어떤 연기를 할지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 '몰입'이 어떻게 다른지 한국 배우를 예로 들면 이해할 수 있다. 평소 이정재의 생활상을 아는 한국인들 중에는 그의 '오징어게임' 연기를 약간은 어색하게 받아들인 사람도 많고 '연기 변신했네' 정도로 연기력 자체는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극중 이정재가 아무리 경마장에서 폭력배에게 얻어터져도 한국인들은 그가 말끔하게 수십억대 집으로 귀가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정재를 처음 봤을 미국인들에게는 그저 처절한 상황에 던져진 찌질한 '성기훈' 그 자체로만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이정재는 미국 레드카펫에서 "이렇게 스타로 떠오른 기분이 어때?" 이런 류의 질문을 받았다.) 이정재는 미국에서 TV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최정점의 연기상(SAG, Emmy)을 모두 가져갔다. 정작 그의 한국어 대사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국에선 오징어게임으로 연기 상을 거의 못 받았는데 말이다. 배우의 원래 모습을 모르는 것은 극 몰입에 영향을 꽤 미친다고 생각한다.



미생은 일본•중국에서 모두 리메이크 됐는데, 한중일 3명 중에서 외모로는 중국 배우 白敬亭이 '장그래' 역할 자체에는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 白敬亭에 비해서 임시완은 '기가 엄청 쎄' 보여 덜 안쓰럽다는 이야기가 많다(임시완이 연기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래 가진 분위기를 말하는 것). 白敬亭도 연기를 매우 잘 해서 내가 수여하는 2021년 남우주연상감이었음. 멋적을 때 머리 긁적긁적하는 동작이 매우 안 어울리는 거 빼고는, 표정은 물론이고 감정 따라 바뀌는 걸음걸이와 애처로운 뒷모습까지 정교하게 잘 연기했다.

특유의 숨막힐 것 같은 회사 분위기도 제대로 연출되어 있다. 감독이 30대 초반에 연출한 작품인데 어디 가서 많이 치이다 온 건지, 치열하면서도 갑갑한 회사 내부를 실감나게 살려냈다. 원작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중국 상황도 잘 조화시킨 모범적 리메이크 작품이다.

회사에서도 고생하는데 구태여 미생까지 왜 보며 또 괴로워야 함?? 이랬던 사람들은 (내가 그랬음😜) 언어가 다르고 약간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미생] 스토리를 중국인을 통해 대리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드라마보다 외국 것을 더 많이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의 오류가 생기더라도 내가 못 알아듣는 말을 해서 생기는 거리감을 더 편하게 여긴다. 




2. 去有風的地方 거유풍적지방 Meet yourself (2023년 1월 중국 방영) 총 40화


"乌云会有时 总会有风来"

여태까지 본 중드 중에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무난하고 따스한 스토리. 하지만 일부 모티브나 소소한 등장 인물의 외양마저 한국 드라마 "갯마을차차차" 표절설이 있다는 게 약점이다. 중국 현대극 대부분은 상하이, 베이징 등이 배경이지만 이 드라마는 윈난성 大理가 배경이라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도시의 실제 관광 수입 증대에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요"라는 원제와 Meet yourself라는 영어 제목에서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 유유자적 사는 단순한 얘기만은 아니고 중국 사회 문제를 조금씩 엿볼 수 있다. 

배우들은 서로 잘 섞여 들어가는 연기를 보여주며 남녀 주연 훤칠하고 나긋나긋 예쁘다. 특히 중/노년 여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 전개를 착실히 받쳐주고 있는데, 1938년생(!) 배우 吴彦姝의 귀여운 할머니 연기를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셨다. 중국 거대 전자 기업 화웨이 창업자의 늦둥이 딸 姚安娜가 하버드를 졸업하고 연예계에 뛰어들어, 이 드라마에서 구멍가게 점원으로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풍경이 아름답고, 등장인물 설정 무난하고, 민망한 억지 에피소드가 드문... "밥 먹을 때 켜놓고 보는" 밥친구로 좋은 드라마.

그저 악역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악역으로 나와서 쓸데없이 눈을 부라리며 연기하는 악역도 없고, 중국 드라마의 치명적 단점인 '궁금하지도 않고 별 매력도 없는 조연 배우들까지 커플로 꼼꼼히 엮어 주느라' 그 곁가지가 전체 분량을 왕창 잡아먹는 경우가 이 드라마에선 거의 없음. 깔끔함.




3. 아적전반생 我的前半生 the First half of my life (2017년 7월 중국 방영) 총 42화


"可我偏偏就是这么‘’

현대극이지만 2017년 방영작으로 이제 살짝 촌스럽고, 이 드라마 역시 앞의 4-5화 이상 견뎌내야 속도 붙음.

중국 드라마에서 가장 양산하고 있는 게 한국식 분류로 말하면 이런 '로맨스'극인데, 그중에서는 가장 추천함 (특히 3-40대 이상에게). 🧑‍🦱👩‍🦱 업계에서 알아주는 유능한 주인공 커플이 '겁나게' 일을 잘 하면서 주위 사람을 물심양면 돕는 중국식 '도시정감극都市情感剧'에 한국 아침 드라마 느낌 한 스푼. 홍콩 작가 亦舒의 1982년 출판 소설 원작을 2010년대 중국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사족으로, 중국어에선 각색脚色이라고 하지 않고 개편改编이라고 쓰고, 같은 음으로 읽히는 각색角色/juésè/는 배역, 역할을 의미한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야" 라고는 쉽게 말을 못하겠는데, 굳이 '중국' 드라마를 보겠다면 이걸 보라고는 권할 수 있는 작품. 2016년에 촬영했기에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보게 된 2021년과 중국 제작 시기가 5년 정도 차이가 나긴 했지만, 당시 한국과 꽤 다른 중국 사회 문화를 볼 수 있었다. 중국은 군 입대가 없고 그때까지도 20대에 결혼을 서두르던 문화여서... 서른 살에 이미 결혼 생활은 지루해지고, "사회 생활 10년을 채운 30대 초반이면 꽤 많은 걸 이루어 놓아야 하는" 중국 도시 사람들의 압박감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많다. 한국에서 꽤 인기를 얻은 중국 드라마에 속하는 三十而已 (겨우 서른) 도 이 측면에서는 비슷한 결을 보여준다.

요즘의 한국에선 20대 후반까지도 직장 제대로 자리잡기 힘들고, 30대 초반에 결혼해도 "빠른 편"에 속해 겨우 사회초년생 티를 벗게 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드라마 제목인 我的前半生은 내 인생의 전반부-라는 뜻으로 30대 초에 이미 인생의 토대를 다 닦고 후반전을 준비해야 하는 중국식 삶을 보여준다. 2020년대 들어서는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결혼을 미루고 출산률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회사라는 공간에 가족/외부인들이 너무 쉽게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말이 되나?? 했었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들을 봐도 외부인들이 직업의 공간에 너무 쉽게 들어오는 모습을(특히 병원) 많이 보게 되니 이젠 "이게 중국의 특징인가보다" 한다. 중국 드라마에 나오는 병원을 보면 의사는 쉴 곳이 없나 싶게 본인의 지인, 환자 & 환자 보호자들이 수시로 공간에 침입한다. 또한 형사가 자식을 경찰서에 데려와 재우거나 돌보는 설정도 두어 번 봄. 🙇




'어른'들의 인생과 사랑 이야기. 뻔하지만 또 보게 되는 전개. 인간 관계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함. 

미사여구가 아니고 정말 흔한 대사인데, 사랑에 빠진 남녀가 왜 천지분간 못하고 뛰어다니는지 이해하게 만들어준 대사가 하나 나온다. 수많은 드라마에 굉장히 많이 나오는 설정이 "아닌 척 하다가"도, "내 감정을 부정하다가"도 상대방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몸이 먼저 자동으로 뛰어드는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그 대사에 나왔다. 남들이 보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대사인데, 나에게는 어떤 가르침🛂을 줬다.





4. 鬓边不是海棠红 빈변불시해당홍 Winter Begonia (2020년 3월 중국 방영) 총 49화


‘’你知道什么是知音吗?‘’

경극 배우 등장 - '중국'이기에 만들 수 있는 내용. 

앞의 작품들이 무난하고 국적과 상관없는 인간사를 다뤘다면, 여기부터는 좀 더 중국스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하는 작품. 경극에 대한 지식이나 1930년대 역사적 배경 지식이 있으면 더 좋을 듯.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이해도가 높아짐. 드라마 상황과 궤를 같이 하는 경극 공연이 종종 나오는 듯한데, 한국인으로서는 가사와 맥락 이해 불가. 경극 가사에는 자막이 제대로 안 나와서 아쉬우나 번역자도 애로 사항 많았을 것이다. 한국어에서도 "제비 몰러 나간다~" 이런 것을 외국어로 느낌 그대로 살려 번역하기는 어려우니까.

소설 원작은 훨씬 더 진한 男-男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데, 중국은 드라마 검열과 규제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드라마를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知己" "知音‘’으로 극화한 두 사람의 관계가 나에게는 훨씬 좋았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무엇이든 그 어딘가에 걸쳐있는 사람 사이의 애틋한 감정은 단 한 가지가 아니므로.



배우의 힘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드라마인데, 주연 배우 2명이 타고난 자질에 덧붙인 노력으로 극을 어떻게 끌고 가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배우가 가진 화면 장악력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나온다. 

한 명은 중화권 최고 미남 배우의 매력과 눈빛, 목소리로 화면을 채우고 다른 한 명은 표정 뿐만 아니라 이모저모 신체를 잘 쓴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싸움을 시작하면 얼굴과 몸이 화면에서 분리되는데(대역 사용) 이 드라마에선 경극 배우의 고운 손짓도 소화해 낸 주연 배우 尹正이 무력을 사용할 때는 대부분 얼굴까지 같이 잡히면서 직접 액션을 소화하기에, 그는 몸을 꽤 잘 쓰는 배우로 보인다. (얼굴 근육을 못 써서 사랑에 빠져도 목석🌵🪨이고, 몸을 못 써서 누워 있는 모습조차 어색한🤖 배우도 허다한 현실)

보면서 '아휴 이게 뭐여' 라는 이해 안 가는 설정(ㅊㅅㅇ ㅂㅁ)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점수를 깎았는데, 누군가의 해석을 들어보니 반전이 있는 나름 필요한 설정이기도 했다. 꼭 이래야만 했나.. 라는 '그' 설정이 나오는 27회지만, 동시에 절박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인간의 본심/利害 계산...이런 것들 때문에 내 마음이 쿵 내려앉았던 회차이기도 해서, 다시 한 번 깨닫는 바가 있어 탈주🏃‍♂️ 욕구를 참고 계속 봤다. 

극 중후반... 성우였든 배우였든 코를 빨래집게로 찝은 듯한 일본인 장교 역할의 대사 처리 (위협적인 존재로 보여야 긴장감이 사는데, 입만 열면 사람이 우스워짐. 중국인이 생각하는 일본인이란 대체 뭔지 일본인 역할은 모두 코먹은 소리 더빙인데, 그중 가장 높은 직위의 사람이 가장 맹한 발음을 함) + 중국 침략을 위해 '친절하게🙄' 산동 사투리 중국어를 배워온 일본 장교 설정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겠는데 일본군끼리 있을 때도 고작 "요시~" 만 쓰다가 그 코먹은 중국어로 일본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연스럽지 못한 장면을 보면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


더불어 후반부에는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한 방에 고친다며 상황극을 만드는 내용🤷까지 더해져 드라마 완성도를 해친다고 생각 될 정도. 정교한 세트장과 화려한 의상 뿐만 아니라 항일 전투 등 예산 안 아끼고 열심히 만든 작품이지만 그래도 덜컹 콜록거리는 부분은 있다. 인생을 바꿔버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한번에 용서하길 종용하거나 트라우마를 짠!하고 xx요법으로 건드리면 나아지겠지? 하는 게 중국 드라마 고질병인데 여기에도 등장한다. "타임슬립" 드라마의 영향으로 환생을 믿고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자, 타임슬립 소재 제작을 제한했다는 중국에서 이런 근거도 없는 "트라우마 퇴치" 충격 요법 장면은 왜 제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드라마의 이런 설정 믿고 맘대로 충격 요법 실시하는 사람 나올까 걱정은 안 하는지?

몇몇 단점이 보여서 정작 처음 시청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히려 지나고 난 뒤에야 더 생각나는 아련함이 있었고 다시 보면 모든 화면이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패왕별희'로 익숙해진 경극이라 해도 처음 볼 때는 '꼭 저런 목소리로 노래해야 하나?' 하고 여전히 적응이 안 됐지만,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다면 두번째 볼 때부터는 경극 배경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검열과 가위질로 후반부 🐲용두사미🐍를 넘어서 용두사망😵‍💫🚑으로 가버리는 드라마가 속출하는 중국에서, 이 드라마는 감정을 잘 쌓아가다가 마지막회에서 주인공들 사이의 애틋함이 정점을 찍으며 끝난다(중간 회차 숨겨졌던 가족사가 좀 지루하긴 했지만). 요즘은 중국 당국이 드라마 내용 제한에 이어서 드라마 길이마저 "40회" 이하로 제한하게 되어서, 49회인 이 드라마도 만약 이 제한에 걸렸었다면 아마도 가정사 부분을 덜어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대사가 여기 저기 숨어있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 사람이 가지는 감정의 종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됨. 영어나 스페인어 자막 등으로 bosom friend, alma gemela로 이해해야 하는 문화권에서는 절대 모를, 지음‘’知音‘’이라는 단어 속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자를 배우면서 자란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我听着呢") 




대체 무슨 일인지, "음(知音zhiyin)이 뭔지 아세요?" 라는 주제곡 중 나레이션을 "consonante-음-이 뭔지 아세요?" 라고 번역해버린 스페인어 자막. 🤯 '知音'에 대한 굉장히 뭉클한 답이 이어지는데... 이 유튜브 영상을 본 스페인 사람들은 오역으로 이 질문-답변이 왜 뭉클한지 전혀 느낄 수 없게 됐다. '지음'에 Soulmate 의미의 단어를 넣어도 반쯤 이해될까말까인데 "자음"이라니...

한문을 알아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경극에, '소재 제한과 검열'이라는 국가적 특징이 낳은 -  은근하고 모호해도 애틋한 관계가 나타난다는 점까지 더해져 이게 바로 진정한 "중국" 드라마 아닐까.





5. 琅琊榜 랑야방 Nirvana in fire (2015년 9월 중국 방영) 총 54화


‘’我想选你 靖王殿下‘’

이 드라마 역시 '중국'이기에 만들 수 있는 내용. 한국에는 2010년대 중반에 이 드라마로 중국 드라에 입문한 사람이 가장 많긴 하지만, 이걸로 입문하면 그 뒤 이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서 늘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므로 솔직히 입문작으로는 비추. 개인적으로는, 무난한 중드 추천작들 보다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시기가 생긴다면 그때 이 작품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작품.

기묘한 病과 맘대로 "customizing"한 맹독을 밑도 끝도 없는 '내맘이지' 의술 체계로 해결을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굳이 꼽는 이 드라마의 약점. "다른 중국 고대 배경 드라마들도 이런 독을 수시로 쓰는 것처럼, 여기서도 무슨 일이든 가능하지 않겠느냐" 보다는 극사실주의 극본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함. 이 약점 빼면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일이므로. 하지만 원작에 "죽었던 이가 얼굴에 점찍고 복수하러 돌아왔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 라는 설정이 있는 한, 어쨌든 현실성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작가로선 "판타지" 장치를 넣을 수 밖에 없긴 하다.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파고드는 내용이라 겁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마냥 붙들려 있게 된다.




맛깔나게 상황에 맞춰 독성을 발휘하는 맹독을 신묘하게 치료하고, 사람이 푸드덕 🧚‍♀️하늘을 날아다니는 - 이런 류의 중국 드라마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시작 부분 연출이 조악해 보이는 것을 실소와 함께 참아내야 한다. 어떤 분이 쓴, "강추를 받고 시청을 시작했는데 1회에서 x🕊x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소리지르며 껐다" 라는 글이 왜 그리 안 잊혀지던지. 그 장면을 넘기더라도 주인공이 마침내 얼굴을 확 드러내며 무동력 🚤타고 첫 등장하는 순간.. 다시 비명을 지르며 전원을 끄고 싶어질 수 있다. 🪈🫣 나는 이런 입문 장벽이 지나간 뒷부분부터 우연히 라이브로 보기 시작해서, 다행히(?) 채널 안 돌리고 계속 볼 수 있었다.🤭

낯선 호칭을 가진 등장 인물 수십 명이 정신없이 튀어나오는 것 역시 너무 고민하지 말고 참고 보다 보면 나중에 이해하게 됨. 어차피 진짜 중요한 인물은 몇 안 되고 결국 눈에 익게 된다. 처음에는 회차를 넘기기 어려워서 나도 10여 회 시청 후 쉬었다가 3개월 후에야 전편 시청을 완료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촌스러워서 '으악' 하는 순간이 있어도 결국에는 처연함과 비장함을 끝까지 잘 유지하는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정도 연출력 유지하면서 '우리 중국이 이렇게 잘 났다'(??) 🤷 함정으로 안 빠지는 중국 드라마 극히 드물고, 같은 감독의 다른 연출작도 이 수준이 안 나온다. 이 드라마 이후로, 기존 권력을 재편해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내용을 제한하기에 앞으로 이런 소재 드라마는 중국에서 다시 제작되기 어렵다고 한다.




중반 이후 속도가 붙으면 54회라는 분량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되고, 연출도 점점 유려하게 잘 한다. 50회쯤 되면 끝나가는 게 아쉽고, 54회가 끝나면 1회를 보러 다시 돌아가게 되어있다. 다시 보면 처음에 안 보이던 것이 다 보임. 탄탄한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었고 애절한 음악이 극 분위기를 잘 받치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본인 목소리로 더빙까지 한 남자 주연 2명 모두 200% 연기를 보여주지만, 만약에 '조연상'을 준다고 하면 한 두명 수상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모든 배우가 최대의 실력을 발휘했다. (조연 중 몇 명은 성우 더빙이라, 살짝 애매한 느낌은 있다. 국어책 읽는 연기력을 성우가 살려놓는 경우도 있어서.)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배우들이 점점 역할에 젖어 들어 표정과 연기가 더 살아난다고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초반부 장면인데 마지막날 찍고, 감정이 폭발하는 후반 장면인데 촬영 초기에 찍은 장면이 꽤 있었다. 몇 개월 동안 그 인물을 연기해 오면서 감정이 쌓이고 쌓여 저렇게 울컥하나봐....는 나의 오판이었다. 극 전개상 25회랑 40회는 계절마저 바뀌는 시간차가 있고 배우들이 옷도 갈아입지만, 배우 얼굴 뾰루지 상태를 보면 아마도 같은 날 촬영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장면도 있다.🧐 낄낄 웃다가도 촬영 시작하면 1초 만에 몰입하는 게 배우들인데, 내가 회차가 진행되는 순서대로 촬영 했을 거라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네.



제목부터 "그저 사랑뿐" 이런 류 드라마를 내가 골라서 보다가, 제목조차 깜빡하고 '😠저 사랑 타령 좀 그만 하면 안 되냐?' 하면서 시청을 중단하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드라마, 랑야방에는 절제된 감정만 드러난다. 미국 드라마에 절여진 눈으로 보니 이 드라마에서도 다음 장면에 행여나 남녀가 같이 누워있기라도 할까봐🫂 나중에 뜬금없이 여주인공이 부른 배를 안고 나타나기라도 할까봐🤰 걱정한 적도 있지만, 다행히 그런 장면은 없는 정치 복수극이다.

54회나 되는 분량에서,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최고 명대사가 고작 한국어 자막 6글자(중국어로는 8글자)라는 것이 오히려 이 대본이 얼마나 잘 짜여진 대본인지 증명한다. 게다가 그 '명대사' 라는 게 심오한 철학을 담은 대사도 아니고, 짧다고 해서 "이 안에 너 있다"류의 플러팅도 아님. 촘촘하게 잘 배치한 인물 관계 덕에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는 순간을 한 마디로 만들어내는 대사이다. 인생에 이런 작품 하나 남긴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일까 하고 배우들이 부러워진 드라마. 주연 배우 3명이 ost 한 곡씩 불렀는데 3곡 모두 드라마 분위기에 어우러져 처연하고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현시점 미국에서는 Succession, 중국에서는 랑야방이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보는데 나에게는 두 작품의 ost가 모두 상당히 매력적이다. 석세션 ost가 "재벌가 권력 다툼" 이라는 분위기를 우아하면서도 애잔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랑야방 ost 역시 바닥에 슬픔이 베어있는 권력 쟁취극의 처연함과 비장함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중국 드라마에선 ost 가사가 있는 경우엔 자막을 화면에 띄우고 + 시도때도 없이 처량한 연주 음악을 밀어 넣으면서, 감정 강요로 오롯한 내용 감상을 망치는 비율이 거의 98%인데 랑야방은 연주 음악 & 가사가 있는 노래들이 모두 극 분위기를 잘 받치고 있어서 신기함. 랑야방과 거의 같은 제작진/배우들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伪装者'만 봐도 '으악, 제발 음악 좀 그만 틀어'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비해서 랑야방은 ost 선율이 뛰어나다. "작품성에 ost가 기여한다" -> 이 매칭이 힘겨울 때가 있는데, 석세션과 더불어 명작은 심지어 음악까지 하늘이 도와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 중국 드라마 특징 : '가족애'를 강조하는 한국에 비해 '주인공 쌍방 구원'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 주인공들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경우가 거의 없음. 대부분이 이혼 혹은 사별, 부모님 캐릭터 배제 혹은 부모의 자식 착취.

중국 작가들은 홀로 남겨짐+트라우마 있는 주인공끼리 필연적으로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며 "성장"하는 스토리 미치도록 좋아함. 양친 모두 모시고 자란 사람은 본인의 연애에 매달릴 리가 없다는 편견이 있는 건지 대체 뭔지. 

위의 드라마 1-5에 나오는 남주•여주만 봐도....


1. 주인공 어머니 1명 생존.

2. 남주는 아버지가 계시나 할머니와 살고 있고, 유일하게 부모 모두 생존한 여주의 가정이 따스하게 그려지지만 독립해서 산다. 따듯한 가정에선 사연이 안 생긴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는지 1회부터 여주의 절친이 죽으면서 시작한다. 

3. 남•여주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3명인데 이 3명을 모두 합쳐서 부모님이 단 1명 등장하지만 그분은... (최대 6명 출연 가능인데도)

4. 주인공 2명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데 부모 아무도 안 살아계심.

5. 이 드라마도 주연 명단에 3명이 올라 있는데, 부모가 최대 6명이 등장할 수 있으나 부모 모두 몰살에 가깝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모친을 가진 주연은 단 1명, 그나마 살아 계신 부친 1명은 피와 살육의 아버지라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전혀 없다.


-> 1 -5 드라마 주연급을 총 11명이라고 치면, 부모가 최대 22명까지 존재할 수 있지만 극중 살아서 등장하는 친부모는 단 7명, 그리고 그 중 2명은 후반부에 사망. 2번 거유풍적지방에서만 친부모가 3명 출연해서 그 드라마 하나가 절반 가져간 덕에 7명이 되었을 뿐이지, 나머지 드라마엔 자식 잘 키워준 부모 캐릭터가 거의 없다고 봐도... 😶


모든 언어를 다 할 수는 없어




예전에도 이 내용을 이 블로그에 썼었는데...





영화 '기생충' 영어 예고편에는 자막이 이렇게 되어 있지만 스페인어 예고편의 더빙 버전에서는 이 부분의 대사가
내 귀에 "Esta es nuestro oportunidad."으로 들린다.
(혹시 누군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정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대신에 스페인어로는 "우리에겐 기회다" 이런 뜻인데, 독일어 버전 역시 "Das ist unsere Chance" (=그게 우리의 기회)로 더빙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아주 큰 줄기에서는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도 계속 "계획" "계획" 이라는 대사가 반복되는데 그 연결성을 놓칠 수 있을 듯 했고 한국에선 저 대사가 엄청 유명해졌지만 다른 나라에선 "기회"라는 의미로는 그럴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떤 문학 작품이나 영화를 자막을 통해 이해하다 보면 놓치는 게 새삼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에도 한국어 자막으로 본 중국 드라마에서 남녀가 헤어지는 장면의 대사가 원어와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내 기억으로는 "너는 이제 내 마음에 없어" 라는 식의 결별 선언 자막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원어로는 한자가 너무 달라서 번역기를 통해서 보니 "너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돼" 라고 나온다. 이 장면 앞부분에서 "사실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지? 그저 나를 이용했구나?" 라는 뉘앙스로 대차게 싸운 후에 나오는 대사이기 때문에 왜 이런 말을 하며 헤어지는지 알겠는데...한국어 번역자는 많이 초월 번역을 했네. 왜 마음을 닫았는지 알게 하는 대사인데, 그 느낌이 사라짐.

이런 번역이 극중에서 단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나올 것을 생각하면
사실 자막을 통하면 얼마나 극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기생충을 저런 식의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는' 번역으로 접근한 사람들은 또 어떻게 기생충을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물론 대여섯개 언어에 능통한 사람도 많다지만, 지구상의 그 누구도 지구에 있는 모든 언어를 다 할 수는 없으니...언제나 잘못 이해하고 다르게 이해할 소지가 많다.
그리고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에서 "다"가 추가되었을 때의 느낌을 외국어로 정확히 옮길 수 없듯이,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쉽게 옮겨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볼 때, 대사 번역보다 더 안타까운 게 중국어 노래 가사 번역이다. 
그 누구도 정답이 없고 중국어 초보가 제대로 참고할 만한 사람이 없더라... 
방송사 공식 자막조차 중국어 초보인 내가 봐도 당연히 틀린 자막이 나오기도 하고,
중국어 선생님을 자처하는 고수들의 학습 블로그에 가봐도 가사의 해석이 조금씩 다르다.

각운을 맞추려고 끌고 나온 갑툭튀 단어들, 가사로 부르기 좋게 하기 위한 생략으로 짧아진 문장 등등 탓에 의미 파악이 어려워지는 이유도 있고...
그리고 중국어 동사에 시제 개념이 좀 약해서, 번역기에 노래 가사를 넣으면 (맥락을 모르는)번역기마다 다른 시제가 근본 없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번역기에 의존한 가사 내용을 올리는 분들의 경우는 해석이 저마다 다른 것 같다.      
또한 내가 느낀 바로는 한 구절 가사가 동사로 시작하면 누군가는 그걸 명령문으로 해석을 하고, 누군가는 (주어가 생략된) 평서문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해석이 많이 달라진다. 중국어 대사보다 더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운 게 중국 노래 가사인 듯.



유투브에서 찾을 수 있는, 가사 한 줄 "良辰美景奈何天"에 대한 3가지 자막.



"아름다운 이 시간도 신의 저주를 받았네"(영어 번역)
"좋은 날씨와 풍경 그저 하늘의 뜻일 뿐"(영어 번역)
"아름다운 한때와 풍경이지만 하늘과 함께하지 않아"(스페인어 번역)

같은 가사에 대해서 분명히 능력자가 만들었을 이 자막들도 묘하게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다 다르다. 한 가지 자막으로 이 가사를 받아들일 영어/스페인어권 사람들은 이 가사에 대해 전혀 다른 인상을 갖게 된다. 한쪽에선 "저주"라는 강한 단어가 사용됐으므로.

조금 더 공부해보니...위에 예로 든 부분은 ost를 위해 작사된 게 아니고, 위 가사를 앞뒤로 한 4줄 정도는 실제 명나라 때 나온 희곡(牡丹亭)의 일부분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렇대도 해석은 애매하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 하늘인들 어찌하리’ 라는 해석 방식까지 추가 됨🫠 답이 안 나오는 걸로...

위 번역에 등장한 "저주" 같은 식의 과한 번역 아니더라도, 원래 영어 자막에는 초월 번역이 난무한다. 그래도 중국과 한국은 한자 문화권이라 한자로 두 글자인 단어는 한글로도 단 두 글자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만, 영어로 전달하다 보면 사정없이 자막이 길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초월 번역도 필요하다. 영어 자막으로 중드를 보면 눈이 아플 정도로 화면에 자막이 가득 찬다. 


难道。。이걸 다 읽으라는 거야??



(그저 단어 때문에 영자막만 길어지는 예시➡️)
他患有肺结核.
그는 폐결핵 환자야.
He has pulmonary tuberculosis.


그래서 영어 자막판 번역은 참고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중국인이 번역했을 법한 가사 자막도 뜻이 제각각이다. 이쯤 되면 '글자 하나가 여러 음과 뜻을 가졌다'라는 한자의 복잡성으로 인해 사실상 중국인들조차도 가사를 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제일 간단한 예로, 현재까지 중국 드라마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며 한국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작품 중의 하나인 '랑야방'의 ost 중 赤血长殷이라는 제목의 노래는 한국 방송국에서 '적혈장은'이라는 자막을 달아 방송했고, 현재 국내 어디서나 적혈장은이라는 제목으로 통한다.

하지만 어떤 분 트위터에서 봤더니 이 제목에서 殷은 "성할(은) 중국어 발음 yin"이 아니며, 피의 붉은 색을 의미하는 "검붉은빛(안) 중국어 발음 yan"이 맞다고 한다. 즉 "적혈장".👀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중국 드라마 ost 수록곡 '제목'조차 잘못 알려져 있는데, 가사는 뭐 말할 필요도...

노래를 귀기울여 들어보면 가수도 "옌"으로 발음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은 병음 안내를 봐도 더 흔하게 쓰는 발음인 "yin"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어서, '중국인들조차 한자 다 읽을 줄 모르고 가사를 다들 맘대로 해석 중인 거 아닐까?" 🤔 하는 내 의심이 확고해진다. 

"중국 드라마 대본은 거지같아도 ost 하나는 기차게 뽑는다" 이런 평이 있는데, 실제로 좋은 노래들이 꽤 많은데 제대로 된 가사 해석은 어려워서 아쉽다. 한자의 나열만 몇 개 보고 '와 이 가사 좋다.'라고 쉽게 생각했다가도 제대로 된 문법을 적용해 해석한 것을 보면  잉? 이거 아니네' 싶은 경우도 흔했다. 나 혼자 문법을 무시하고 상상 속으로 가사를 만들었던 것. 지금은 그저 내 취미 수준이지만, 뭔가에 꽂혀 중국어 학습량이 많이 쌓이더라도 결국은 본질에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꽤나 어려운 길인 것 같다.

영어 가사는 내가 모르는 내용이 있어도 공부해보면 의미가 확실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노래는 너무 시적이다. 분명히 구체적 상황을 노래하는 중이었는데 다음 가사는 갑자기 은유적으로 "흙먼지 속에서 꽃은 피네"란다. 어쩔...
그래서 중국어 노래 가사는 더 공부해봤자 배가 산으로 간다. 여기저기 남들이 한 가사 번역을 참고해 보면, 아무리 봐도 이게 같은 곡이 맞나 싶게 각자 다른 산⛰을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


모든 언어를 다 알 수는 없지.
자막으로는 알 수 없는, 어딘가 멀리 존재하는 거기.











그러나...



‘’我不后悔风雪中和你走一回。。”
눈보라 속을 너와 함께 걸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최근 본 드라마 ost에 나오는 가사인데
드라마를 안 봤으면 중국어 교재에 예시문으로 나올 법한 평범한 문장 느낌이지만,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무슨 의미인지 딱 알 수 있는 문장이고 뭉클하기도 하다. 또한 누군가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하게 된다면 긴 시간이 지난 뒤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고.


나달이 올해 1월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테니스에 대한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난 테니스 관련으로 트위터도 했었고, 거기서 이야기 나누는 1명도 생겼었는데 9월 이후로는 내 트위터는 거의 폐업 상태다. 그래도 그동안 알고 보는 선수들을 많이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10월 중순, 마스터스 대회 결승전 뒷부분 중계를 잠시 켰다. 

고만고만하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 쓰이는 선수가 있다는 걸 나도 모르게 알게 된다. 거의 마지막 부분 중계를 켰기 때문에 잠시나마 그 누군가를 응원했었는데, 그 선수가 대회 우승에 단 2포인트 남겨뒀다가 역전패를 하고 말았다. 괜히 봐서 마음 아파. 😖 이날의 충격 때문인지 내가 종종 보고 있는 이 선수 팬 트위터가 있었는데 그분은 이날 이후 계정 닫음.🥺

경기를 한 30분은 봤나 싶은데 '와... 그동안 "이 짓"을 어떻게 해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매대회 승패의 결과가 나오는 테니스의 냉혹함. 졌을 땐 결코 울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흑흑 울게 만들었던 그 예측불허 승리의 순간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가슴 아픈 패배들... 
우와 대체 난 이 기복을 어떻게 10년 이상 견뎌 온 거지?? 
이제 나 다시 스포츠 팬으로 못 돌아가겠다...라는 느낌이 왔다. 


지난 15년, 부상이 잦았던 나달을 내내 지켜보기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소중한 기억이다. 내가 2등 인생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결국 나달도 역대 2위권 기록을 남길 듯 하지만 我不后悔风雪中和你走一回.
너와 함께 그 바람과 눈을 맞으며 걸었던 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아. 즐거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들은 분명히 고통스런 시간을 견디는 힘이 됐었다.
아마도... 이젠 이런 류의 눈보라를 맞으러 다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팬 초창기일 때 네이버 블로그 어디선가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스포츠 선수 응원하는 일이 얼마나 이타적인 일이냐고. 나에게 딱히 돌아오는 이익이 없는데도 남의 성취를 위해 이토록 응원하는 행위.

지금도 기억나는 고통스러운 패배의 순간이 많지만
내가 남의 행복을 이렇게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됐고, 그 현장에서 너무 감동했었기에 절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15년이다.











a dream lasts a lifetime...




📢"연기하는 사람은 완전히 몰입했고, 관객들은 거기에 취해 간다."











"演的人痴了,看的人醉了。
台上的人不知自己身在戏中,
台下的人不知自己身在梦里,
一梦一生,一生一梦"



드디어...



코로나로 인해 대폭 줄어든 외출과 교류..
그 홀로 남은 시간 타개책으로 외국 도시 모습이 좋아보여 보기 시작했던 게 중국 드라마인데, 본 지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드디어 처음으로 "현대" 톈진이 배경인 드라마를 알게 됐다.





나 여기 어딘지 알아. 난징루 이세탄 백화점 앞.
내가 20년 전에 8개월 살고 왔던 톈진.
거주 당시에는 너무너무 재미없고 대기 오염이 심한 도시였는데, 지나고 나니 역시나 단점은 잊혀지고 아스라히 그립다. 게다가 나의 20대 시절이 남아있는 곳이니.

상하이 시내 곳곳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언젠가 톈진 시내가 나오는 드라마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있긴 있었네. 







중국 드라마는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닌 바에는 대부분 도시 이름을 바꿔서 쓰는 경향이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 정도만 드라마에서도 상하이이고 베이징일 뿐, 그외 많은 도시가 이름을 바꿔서 등장한다. 특히나 범죄수사물일 경우에 더 그렇다. 도시 이미지에 안 좋으니...





2019년에 촬영된 猎狐라는 경제 범죄 수사물인 이 드라마에는 실제로 톈진의 건물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도시 이름은 베이쟝(北江)이라고 나온다.
베이쟝은 범죄 수사물에서 쓰기에 가장 만만한 가상 도시 이름인지, 샤먼에서 촬영해서 2022년 방영된 다른 드라마 猎罪图鉴에도 등장. 두 드라마 모두 제목이 사냥을 의미하는 "猎‘’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도 있네.



"猎罪图鉴‘’



猎狐는 내가 2019년 톈진에 방문했을 때 하루 머물렀던 호텔의 바로 옆건물에서 실제 촬영도 했다. 




촬영지를 내가 알아볼 수 있으니 재밌음. 그런데 드라마 초반 배경 설정이 2007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 호텔 주변은 2013년경 재개발된 건물들로 채워져 있다. 출연자들이 노키아 폰이나 애니콜 폴더폰을 쓰는 등 그 당시 재현에 신경썼지만, 2007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물에서 촬영했네^^.

만약에 톈진에 살게 된다면 이 동네에서 살면 좋겠다...하는 동네였는데, 드라마 장면에 등장하는 ⬇️이 건물 주거 시설 내부가 생각했던 것에 비해 어둡고 촌스러워서 마음이 팍 식음. ㅋㅋ





왼쪽 끝에 보이는 호텔에서 예전에 1박함 :) 

톈진은 상하이만큼은 아니라도 야경이 예쁜 도시로 유명해서 대체 왜 톈진 정도의 규모를 지닌 도시가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톈진보다 도시 규모가 작은 샤먼같은 도시도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비해)




하지만 막상 드라마에 등장하니 상하이보다 야경이 확실히 볼 거 없긴 하다. ㅎㅎ 사실 위 사진들도 도시의 한두군데만 집중적으로 찍은 것이다. 그 이상의 야경 스팟은 없는 듯 🫨





그래두 넘 반가웠어. 내 마음이 남아있는 도시.
사실 내가 살았을 때는 이런 풍경이 없었지만.

자막이 없어서 내용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 도시 풍경이 나올 때마다 캡처만 열심히 했다.




갖고 태어나는 것



한 사람의 의견일 수도 있지만
어디에선가 듣고 처음엔 놀랐는데 나중에는 이해할 수 있었던 말.

영화감독 등 캐스팅 관계자가 배우 선정할 때 가장 비중이 큰 판단 요소는 것은 '분위기/이미지'라고 한다. 오디션 볼 때 연기력으로 뽑는 게 아니라, 연기를 못해도 평소 감독이 머리 속에 그려둔 이미지와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에이 설마, 그래도 배우인데 연기는 돼야지... 했었는데 좀 더 생각해보니 납득이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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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연기의 기술'보다는 "화면에서 보여지는 분위기"로 극을 끌어갈 수 있구나..를 현실에서 깨닫게 해준 배우. 风起长林의 黄晓明. 물론 연기도 못한 것은 아닌데 '연기를 잘 하는구나' 보다는 화면 장악력과 매력이 눈길을 끌었다.





여태 사진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지만 이름은 알고 있고, 수백억을 쓴 떠들썩한 결혼과 이혼 등 그저 배우 아닌 "연예인"인 줄 알았는데, 风起长林에서는 그가 본래 갖고 있는 분위기와 목소리 톤 조절로 극 초반부를 이끌고 나간다. 이래서 분위기를 본다고 하는구나, 14억 인구를 뚫고 탑스타가 되는 건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구나.. 라는 걸 느낌.

같은 드라마에서 훨씬 복잡한 연기와 긴 회차를 소화하지만 배우가 가진 본래의 분위기가 아쉬웠던 두 배우.⬇️ 






1편에서 이어진 2번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 시리즈 특징이 "처연미, 비장미"인데 주연급 두 배우 모두 그 두 가지 이미지가 좀 부족했다. 캐스팅이 잘 되면 '이 배우는 이 역할 그 자체다, 이 배우밖에 없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위 두 배우는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했으면 드라마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을까'하는 궁금함이 자꾸 생겼다.

결국 '눈'의 생김새, 👁크기 문제 같기도 한데, 어쩌면 배우 연기의 70%는 결국 '눈' 인 것 같다. 물론 사슴같이 예쁜 눈을 가지고도 연기를 못하는 사람도 많고, 작은 눈으로도 모든 걸 담아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위 두 배우는 좀 아쉬웠달까... 그리고 오른쪽 배우는 다른 현대극에서 봤을 때 '저런 평범하면서 애매한 역할 쉬운 게 아닌데 저 배우가 진짜 그런 사람인 것처럼 연기 잘 하네. 앞으로 지켜볼 만하다' 했었다. 대작 드라마에서 캐스팅 되어 연기력을 인정받았나봐...하고 반가웠지만, 맡은 역할에 배우의 분위기가 잘 안 맞아 보이고 안타깝게도 목이 짧아 🙇‍♂️ 사극 복장마저 안 어울렸다.
이건 타고나는 건데 억울하다. 나는 이만큼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데 신체적 한계로 오디션에서 번번이 물먹는다면 참 슬플 듯.








⬆️이런 분들도 화면에 등장하면 따악 어떤 역할을 할지 보이는 분이지. 배우에게 연기력보다 어떤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드라마. 역시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버는 분야는 본래 갖고 태어나는 것의 영향이 60-70 이상인 것 같다.

오우...위 배우도 화면장악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2017년에 봤던 스페인/멕시코 영화 Biutiful(2010)에서 이미 본 적 있는 배우였을 줄이야...초면이 아니었네.






이 영화의 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각각의 배우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나중에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 괜찮다고 생각한 2명이 이 영화에 출연했었다니...나중에야 알게 됨. 단지, 이런 영화에 출연할 때 아시안들의 역할이 도시 빈민이나 악역으로 한정되어 있는 게 아쉽긴 하다. 물론, 위 화면에 같이 잡힌 스페인의 대배우 하비에르 바르뎀도 악역을 통해 헐리우드에 안착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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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곁다리로 
중국 드라마에서 느끼는 또 한 가지.




유교의 본진 중국에서도 제사 음식은 간소하고 명절에도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하는 정도이지 차례상에 목숨 걸지 않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한국에서 상다리 부러지게 제사 음식 차리고 명절 때마다 남의 집 딸들을 괴롭힌다. 🤷‍♀️ 제사 의식을 중시한다던 집안에서 중년이 된 큰며느리가 중병을 얻어 더 이상 음식을 못 만들게 되자 제사를 없앴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가 찼다. 조상에 대한 인식 변화라든가 후손들의 합의 때문이 아니라, 그저 음식 만들 사람이 사라지니 남자들끼리 음식을 만들 수가 없어서 때려치우는 게 제사라니... 
그렇게 애틋하게 조상 모시고 싶었으면 남자들이 음식 만들어야지.




날씨 운





드라마를 볼 때 가끔 '굳이...?' 싶은 인공 비 장면이 있다.

비가 와서 더 처연해보이고 주인공의 고생이 극대화되기에 어울리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억지로 인공적으로 쏟아붓는 비가 분명해 보이는데 의외로 그 설정이 별로 필요없어 보일 때가 있다. 왜 저렇게 돈을 쓰고 사서 고생을 했을까?? 하면서.





인공 눈임에도 눈이 내리는 배경이 참 어울리는 드라마 장면을 만나게 됐다. 이런 느낌 때문에 굳이 돈 들여서 눈/비 내리는 장면 넣는구나 싶은. 

그런데 눈은 펑펑 내리고 대사는 극한으로 치닫는데 아쉽게도 날이 개면서, 아니면 하루에 촬영을 다 완료하지 못해서 날씨가 바뀌었다던가... 갑자기 밝게 빛나는 날씨에 (가짜) 눈만 쏟아지고 있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몰입이 깨짐. 시대 배경에 빠져 있다가 '촬영장이구나'를 다시 깨닫게 되는...


드라마 장면 하나 하나, 소품, 배경 .. 모든 것이 생각보다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날씨가 바뀌어 (눈은 내리지만) 햇살이 비치는 배경이 된 것이 많이 아쉽다. 수십회차를 찍어야 하는 감독도 흐린 날만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你给我站住!"





오랜만의 추천작



한국에서 중국 드라마는 매우 '마이너'취향이고
대부분 유치한 작품이 많지만, 가끔 추천할 만한 작품들이 있다.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다...이런 측면보단, 어차피 "드라마 정주행"은 시간 죽이기의 일환으로 하는데 그렇게 시간 죽이기 할 때에 적어도 허무함을 안기지 않을 작품들. 

예전에 추천한 드라마들 -> http://mori-masa.blogspot.com/2022/01/blog-post_4.html


가장 최근에 본 "去有风的地方"은 풍경이 좋고, 등장인물 무난하고, 민망한 억지 에피소드가 드문... "밥 먹을 때 켜놓고 보는" 밥친구로 좋은 드라마.

나는 중국 드라마를 본다고 하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을 1.5배속, 못견디겠다 싶으면 2배속으로 보는 편이다. 오글거리는 상황이나 어울리지도 않는 조연들 엮어주기 분량, 주입식 사상 교육 등등 때문에.

그럼 대체 왜 보냐... 하겠지만 일단 시작을 해서 주인공들의 인생사를 알게 됐으니 결말은 궁금한데, 40회를 넘기는 회차들의 곁가지들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 😬 그런데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중드 애호가들이 이렇게 배속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ㅋㅋㅋ 대체 뭐지?
사실 스토리는 클라이막스로 치달은 상태인데도 이상하게도 결과가 절대 안 궁금해서 그냥 보다가 중간에 포기한 드라마도 많다.

그러나
오랜만에 2배속 하지 않고 제 속도로 끝까지 본 드라마.
去有风的地方。






여행 떠나는 느낌의 잔잔한 드라마지만
의외로 지루하지 않게 사건은 계속 발생.
주연 배우들도 상황에 맞게 연기를 잘 해냈지만 특히 중년/노년 여자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착실하게 이 작품을 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숱한 중국 드라마의 무대인 상하이/베이징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 윈난성 大理가 배경이라 뭔가 "섬"같은 드라마일 것 같지만,  여태 본 중국 드라마/중국 현대 사회의 모든 측면이 드러나 있는 종합판 같기도.


단점은,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가 '누군가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이라서....
최근에 병원에 오갈 일이 많거나 그런 사람은 첫 화부터 다시 슬퍼질 우려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밝은 드라마지만, 가끔 우울한 장면이 보기 힘든 사람은 피해야 함.

그리고 내가 중국 드라마 중에 각본이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대부분 외국 작품을 가져온 경우다. "미생" 리메이크작이나 일본 드라마를 가져온 경우...
중국이 고유의 현대극을 잘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문 듯. 이 작품도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갯마을 차차차'와 비슷한 설정이 꽤 많다고 보면 된다. 옛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고유 극본들은 뛰어난 것이 많은 듯 한데, 현대극 중에 내 맘에 든 드라마들은 거의 모두 한국/일본에서 큰 줄기를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는 보편적 감성을 다뤄서 진입 장벽이 낮은, 군더더기없이 잘 제작된 "중드 입문 추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 이후로 다른 중국 드라마 손댔다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촌스러운 감성만 만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서🫨 이 드라마로 중국 현대극에 입문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넷플릭스를 오랜만에 딱 한 달만 구독하고 이번에는 명작으로 꼽히는 미드를 몇 개 봤다. 오늘은 시청 가능한 마지막날.

재미있는 중드로 유명하지만 나에겐 그닥이라 예전에 시청 중단했던 중드를 2회인가 3회에서 다시 시작. 여전히 그닥이지만 구독 마지막날이고, 어차피 볼 것도 없어서 x1.5배속으로 11회까지는 왔다. 재미있다고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20 몇회쯤 가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지금은 그냥 시간 때우는 수준이고, 아마 20회 가기 전에 구독이 끊길 듯.

극중에서 주인공이 노르웨이로 출장을 갔는데
당연히 노르웨이 현지 촬영을 했을 리는 없고 😆 노르웨이라면서 수상할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한 서양인들과 중국어가 내부에 써진 호텔방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밤에 주인공이 친구랑 운전해서 어디론가 가더니...






노르웨이 오슬로가 아닌, "시카고" 야경이 등장한다. 😝

아니 아무리 현지에 가서 찍기 어려우니 중국에서 대충 때운다고 해도, 도시 야경은 잘 찾아서 합성을 해야지, 저렇게 유명한 건물이 있는 도시 야경이랑 합성을 하면 어떻게 해...

위 대사처럼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도...ㅋㅋ
노르웨이에서 운전해서 시카고 갈 수도 있고 좋은 세상이야.







예전에 다른 드라마에서도 ⬆️이거 좀 웃겼는데...
아무리 봐도 파리는 아닌 듯 했는데
이미지 검색을 하니 밀라노라고 한다. 😊
그래도 파리 이미지 정도는 검색해서 넣는 성의는 보였어야...


'그저 중국만이 최고'인 중드는 '외국' 설정을 고민없이 너무 대충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극중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 장교" 역할을 중국인이 더빙을 한 것 같은데,
한국 연기자들처럼 일본어에 없어서 발음이 안 되는 받침 발음을 뭉개거나 특유의 억양을 통해 일본인 느낌을 내는 게 아니라
그냥 "술먹고 입돌아간 동네 바보형 중국어"로 외국인을 표현해서, 고위급 장교인 그 사람만 나오면 장면이 너무 하찮아졌다🤣. 일본 사람 조금만 참고했어도 저런 더빙은 안 할텐데...  심지어 일본군끼리 대화를 하는 심각한 장면에서도 그 입돌아간 중국어로 대사를 해서 웃겨서 집중이 안 됐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땐 일본어로 대화해야지.🤭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