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오금 친해지는 데 수년이 걸린 은둔 고양이.
사실상 나랑 더 친하고 일단 만나면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들은 활동 반경이 넓어서 요즘 마주치기가 너무 어려운데, 이 은둔 고양이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내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다.
오늘은 무려 "한우 등심"의 자투리를 들고 감.
먹어 볼래? (휴지에 싸서 말아쥐고 있는 것임)
얌얌얌얌
"더 내놔!"
으헉!
진짜 놀랐다.
한우 맛을 보고 나서 이 고양이가 웬일로 똘망똘망 나를 쳐다보길래, 플래시까지 켜고 얼굴 사진 좀 남겨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담게 되었다.
사람 보면 피하기 바쁜 이 고양이가 내 쪽으로 달려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도 사람을 피해서 나는 손도 한 번 못 뻗어봤는데 이 고양이가 손을 먼저 뻗을 줄은.... 내가 다른 고양이 만나면 주고 싶어서 손에 쥐고 안 내놓은 게 있다는 걸 냄새로 아는 듯 했다.
먹고 나서도 음냐옹 냥냥 념념뇸뇸 계속 소리를 냈었는데 (내가 키웠던 고양이도 건식 사료만 먹다가 습식 사료를 주면 신나서 음냠냠냠 소리를 내며 먹곤 했었다) 정말 맛있었나봐.
한우 등심 자투리의 위력을 깨달음.
너에게 이런 박력이 있는 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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