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



길고양이나 캣맘을 배척해서 싸움나는 아파트 단지도 많다던데

우리 아파트는 고양이랑 잘 공존하고 있다. 인간들과 너무 친해진 고양이도 있지만, 아파트 바로 뒷산에 기거하며 야생성을 버리지 않는 고양이도 있다.

오늘 아파트 안 산책을 하다가 새삼 이 동 저 동 화단마다 고양이 밥그릇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다들 냥이를 예뻐하지만 집에서 키울 여력은 안 되는 사람들.

뒷산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아래켠에 가장 큰 사료 밥그릇이 있기에...
산에서 내려온, 눈빛이 형형한, 인간에게 경계를 풀지 않는 고양이들을 거기서 가끔 마주친다.






털도 고르지 않고, 경계심 가득한 표정은 무섭기까지 한 그들. 
오늘은 너무 힘들어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걸 봤다.





그루밍같은 건 꿈도 못 꾸고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것 같은 형색. 우리 아파트엔 손 내밀면 따듯하게 받아줄 사람들 너무 많은데, 어떤 이유인지 간에 인간을 멀리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산고양이.




뒷산과 가까운 놀이터에서 잘 따르는 친구 냥이랑 놀다보니, 주차장에서 봤던 맨위 사진 그 고양이가 다시 느릿느릿 걸어서 산으로 돌아간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후닥닥 피할 힘조차 없어보이고 가까이서 확인하진 못했지만 입에서 침이 늘어져 아래로 흐르는 걸로 보였다. 구내염 같은 건가... ㅜㅜ 그러니까 그루밍은 꿈도 못 꾸고, 딱딱한 사료는 먹지도 못하겠지.

평소엔 영역 다툼의 화신이라 모든 외부냥이들을 접근 못하게 다 패고 다니는 '레오'라는 동네 인기냥이도 그를 그냥 보내준다. 고양이들끼리도 아나보다. 저 고양이는 아픈 고양이라는 걸... ㅜㅜ 

유독 마음이 더 아프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건
이러다 내 미래 모습이 저 모습 아닐까 싶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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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어느 정도 멀리하는 인생, 그리고 타인들도 나와 멀어지는 것을 그리 아쉽지 않아하는 듯한 인생이 됐지만

결국은 서로서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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