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여지는 이유



경기 무게감에 비해 의외로 롤랑가로스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표는 둘째주 목요일, 여자 4강전 두 경기 표다.

나는 작년에도 이 표를 프랑스로 출발하기 전에 구했었고(하지만 베르사이유 일정으로 인해 경기 하루 전 되팔았다), 너무너무 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올해에도 리세일이 시작되자마자 이 여자 4강전 표가 1장 나왔다. 일단 덥석 장바구니에 넣었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장바구니를 비웠다. 수수료 4유로를 제외하고 환불해주던 작년과는 달리, 표값의 10%를 제하고 환불해주기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봐가며 못 갈 경기를 그냥 호기심에 사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작년과는 달리 리세일 표가 절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살 수 있었을 때 일단 사두고 누군가에게 팔아넘기는 표 장사를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다. ☺😹) 


총 5세트 경기로 진행되는 남자 4강전은 경기 두 개를 분리해서 따로 팔지만, 3세트 경기인 여자 4강전은 그 앞에 붙어 있는 복식 경기까지 포함해서 3경기를 모두 볼 수 있는 표를 판다.

남자 4강전 경기는 팽팽한 명경기가 꽤 나오는 편인데, 여자 4강전은 의외로 심심한 경우가 많다. 쟁쟁한 선수들이 올라오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존재하는 실력 차. 심지어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마저 실력 차를 보이며 55분만에 종료되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 






작년 롤랑가로스 여자 4강전 두 경기 스코어.
어쩔 수 없는 실력 차를 보이는 스코어가 나왔다.
두 경기 합계 경기 시간이 2시간 32분으로, 다음날 2세트조차 제대로 끝내지 못한 나달의 남자 4강전 3시간 13분보다 짧다. 

사실 이 정도면 멀리서 비싼 돈 주고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본전'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해당 경기를 하는 선수의 원래 팬이라서 한 번이라도 실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가 박진감이 있어야 현장에 있는 보람이 있는데, 6:3 정도도 아니고 6:1 스코어가 계속 나오면 한쪽 선수가 마냥 안쓰럽게 느껴지고 🥺 경기는 느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마드리드오픈 여자 4강전도 마찬가지. 두 경기 합계 시간 2시간 44분. 솔직히 경기장에 앉아있으면 힘이 안 났을 것 같다. 애초에 Swiatek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도 있지만, 몇몇 다른 대회에선 무명 선수가 4강까지 오게 되면 그렇게 오기까지 너무 힘을 썼기 때문에 4강에서 아무 것도 못해보고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여자 4강전 표는 그렇게 구하기가 쉬웠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표 구입 경쟁이 너무너무 치열한 올해조차 리세일 표가 나왔었으니...



2023년은 유난히 롤랑가로스 표 구하기가 어려운데, 둘째주 목요일, 여자 4강전 날은 신기할 정도로 항상 표가 있다. 물론 메인 경기장은 아니고 야외코트 입장권만 남은 건데, 다른 날짜는 그마저도 모두 매진인데 여자 4강전날은 입장권이 남아 있다.

이 야외코트 입장권만으로도 대회 초반에는 즐길 경기가 많기에 일찍 매진이 되었지만,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야외코트에서 볼 수 있는 경기는 주니어/복식 경기 정도이다. 대회 막판이라 야외코트 경기도 인기가 없는데다가 여자 준결승에 대한 기대치도 그리 높지 않아서 늘 이렇게 표가 남나 보다.

한편으론, 나 역시 테니스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니라
돈의 가치를 따져가며 짜릿함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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