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개막을 앞둔 롤랑가로스.
롤랑가로스 제2코트인 수잔 렁글렌 코트에도 올해는 지붕(retractable roof)이 생겼구나. 난 다행히(?) 지붕이 생기기 전 마지막 해에 가볼 수 있었네.
올해까지도 "너의 좌석에선 이런 각도로 경기장이 보일 것"이라며 표를 팔았지만 위 사진을 보니 이제 2023년부터는 이렇게 하늘이 열린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더 알아보니 사용은 롤랑가로스+올림픽까지 열리는 내년부터라고 한다. 아직 공사중이라 홍보는 안 했나보다.)
롤랑가로스에서 유명 선수 최고의 경기는 모두 15000석 규모의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리지만, 그 다음 10000석 규모의 수잔 렁글렌 코트에서도 역시 유명 선수 경기가 배정 되고 표 한 장으로 총 4경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수잔 렁글렌 코트 표도 구하기 쉽지 않다. (필립 샤트리에는 주간 3경기 관람/ 야간 경기 1경기 관람 표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경쟁이 너무 치열한 올해와 달리 작년에는 메인 코트인 필립 샤트리에 코트 표는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수잔 렁글렌 코트 표는 프랑스로 출발하기 전에 한 장도 구할 수 없었다. 10000명 안에 들어야 하는 것이니, 15000명 경쟁보다 더 힘들어서 그런가?!?!
하지만 프랑스 도착 후 경기 전날 가까스로 리세일 표를 구할 수 있었고, 경험 차원에서 꼭 가보고 싶었기에 표를 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여자 단식 경기 1 - 남자 단식 경기 1 - 여자 단식 경기 2 - 남자 단식 경기 2 순서로 모두 4경기를 볼 수 있는 표였지만 호텔을 옮기고 난 뒤 출발해서 오후에야 도착하니, 남자 단식 첫번째 경기가 이미 끝나 아쉬웠다. 수잔 렁글렌 코트는 첫 방문이라, 어딘지 몰라 빙빙 돌다가 잘못된 입구를 찾아 "그냥 선수 인터뷰만 보고 싶은데 여기로 잠깐만 들어가면 안 돼요?" 했다가 단칼에 거절 당함. 😥 (당연함) 입장권에는 출입구 번호가 써있는데 그 출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다. 생각보다 경기가 일찍 끝나 그 선수 얼굴만이라도 잠깐 보고 싶었는데, 내맘대로 아무 입구나 뚫고 들어갈 순 없었다.
마침내 들어가서 앉은 수잔 렁글렌 코트.
일기 예보로는 20도 정도 밖에 안됐는데 타들어가는 줄 알았다. 햇살 아래 노곤노곤 졸리기까지 했다. 오전에 뤽성부르 공원을 산책하고 온 뒤였는데, 너무 피곤해서 앞으로는 테니스를 보든가, 관광을 하든가 하루에 한 가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맨 위에 올린, 올해 방문하신 분 사진을 보니 작년에 내가 앉았던 자리는 공사 후에도 여전히 햇빛에 타들어갈 것 같은 자리지만 특정 방향쪽 자리에는 영구적인 그늘이 생겼다.
작년에는 해 🌞의 방향 변화에 따라 내가 앉은 자리가 좀 견딜 만해지니까 다른 쪽으로 해가 내리쬐기 시작하는 걸 봤는데..
이제 저쪽 자리에 상단에는 retractable roof가 생겨 늘 그늘 아래 있게 됐다.
실제 대회가 시작하고 중계 화면을 보니,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에는 코트 전체에 그늘이 늘어져서 완전히 어두워졌다. (작년에⬆️ 내가 사진을 찍은 시간은 오후 7시인데 관중석 구조의 그림자가 반쯤 늘어져서 경기장이 그리 어둡지 않지만, 올해는 중계 화면을 보니⬇️ 오전 11시에는 뜨는 해 그림자가 반, 오후 5시에는 지는 해 그림자가 코트 전체를 덮어서 코트가 매우 어두워보였다.)
작년에 내가 구입했었던 필립 샤트리에 코트의 category 3 꼭대기 좌석도 지붕의 영구적인 그늘에 가려 햇빛이 항상 들지 않는 곳이었다.
필립 샤트리에는 2020년에 지붕이 생긴 이후인 2022년에야 난 처음으로 가보게 됐기 때문에, '지붕 없는 필립 샤트리에'는 영영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됐지만 그래도 수잔 렁글렌 코트는 지붕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언젠가는...) 비교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구하기 어려운 표였는데 작년 5월 29일경?? 리세일에 내놓으신 분에게 새삼 감사하네 ㅎㅎ
그랜드 슬램 4개 대회는 모두 최소 14,820석 이상의 메인 코트를 가지고 있고 최소 10,000석 이상 규모의 제2 코트가 있는데, 2022년 기준으로 수잔 렁글렌 코트를 제외한 모든 호주/영국/미국의 모든 1,2 코트 7곳에는 열고 닫을 수 있는 지붕이 있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수잔 렁글렌까지 지붕을 갖게 되는데, 그 지붕이 생기기 전 마지막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대자연을 거스르는, 우천 취소를 막는 현대 기술이 들어오기 전
마지막 남은 '고전적' 그랜드 슬램 대형 코트에 앉아볼 수 있었던 셈.
내리쬐는 뙤약볕 덕에 노곤노곤 마취되어 스포츠 경기장에 앉아서도 꾸벅꾸벅 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곳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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