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식당에선 이제 음식 만들고 날라주는 것 외에 사람이 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식당에 사람이 들어가도 다들 본체만체 한다. 알아서 자리에 앉아서 큐알코드 읽어서 주문하라고.
홍콩으로 돌아오니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주문을 받는다. 하지만 홍콩에 오기 전에 많은 식당 후기들을 이것저것 봐서 후기들끼리 헷갈리기 시작했다.
중국 지방식 매끈한 쌀국수에 토핑을 추가해 먹는 식당에 들어갔다. "이미 토핑도 꽤 들어가 있고 양도 많은데 괜히 토핑 추가했다." 라는 후기가 생각나 양상추만 추가해서 주문을 넘겼다. 결과물은....
여기는 그 식당이 아닌가봐.
양상추빼고 아무 것도 없네??
졸지에 채식주의자 됨.
1/4 맵기로 마라 국물을 주문했는데 색깔은 저래도 나름 매콤한...
다음날은 미슐랭 어쩌구 저쩌구, 암튼 그래도 홍콩에서 제일 유명한 완탕면 집으로..
12시가 되기 전 일찍 가서 덜 북적일 때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헤매다 보니 12시가 가까워졌고 '줄 서서까지 먹을 음식은 아닐 듯. 점심 시간이라 사람 많으면 미련없이 돌아서야지' 했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들어가서 먹기로.
홍콩 특유의 합석 문화는 각오하고 왔는데 내가 앉을 자리는 가게 입구에 줄 선 사람들과 계속 눈이 마주쳐야 하는 자리였다. 직원 아주머니가 나를 배려해주신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지만,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가게 밖 사람들과 등지고 앉을 수 있도록 이미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보고 자리를 바꾸라고 하셨다.
(나중에 보니 나에 대한 배려였다기보다는, 홍콩에선 합석을 시킬 때 일행끼리 마주 보고 앉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일행은 양옆으로 앉도록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가게 밖 사람들은 안 봐도 되는 대신에, 아마도 손녀(?)를 데리고 와서 점심을 먹이는 듯한 그 할아버지와 마주 보고 앉아서 먹었다.)
나: "토핑 두 개요. 새우 완탕과 소고기."
직원 아저씨가 갸웃 하시더니 종이에 숫자를 적어서 주심.
직원들끼리만 아는 메뉴 번호라고 생각함.
잠시 뒤, 내 눈 앞에 두 그릇 🍜🍜 등장 ... 하하하.
😲😵💫 "아뇨. 토핑이 두 가지라구요"
숫자 90을 적은 아저씨는 허허 웃고 계시고, 워낙 회전률이 빠른 식당이라 그런지 그냥 개의치 않고 아주머니 직원이 한 그릇을 도로 가져가시고 숫자를 고쳐 적어서 주신다. 45.
그래, 그 숫자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전에 와본 적 있었으면 단박에 알아차렸을 텐데. ㅎㅎ
주문 실수로 본의 아니게 채식주의자가 됐다가 대식가가 됨.
저 완탕면은...
내 생각에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는 없는 맛. 그냥 "유명해서 유명한" 음식인 듯. 한국 사람들 홍콩 여행기에 거의 90% 확률로 나오는 식당이고 내 옆에도 한국인 3-4명이 먹고 있었지만... 대부분 많이 남겼다. 친구들로 보였는데 다들 더위에 지쳤는지 서로 말도 안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 혼자 온 나나 같이 온 그들이나 별 차이가 없네??
나는 그래도 면 애호가라 다 먹긴 했지만 차라리 홍콩 도착 첫날 소박한 동네 가게에서 먹었던 완탕면이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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